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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울에 비춰본 한국 IT의 민낯은?
    사회 2013. 5. 15. 05:37

    [우리에게 IT란 무엇인가]


    “창조력을 잃고 점점 더 굳어가고 있는 한국 사회, IT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이곳에 미래의 바람이 들도록 하는 것일 테다.”


    인터넷 혁명 이후 디지털 기술이 세상을 움직이는 시대를 숨 가쁘게 달려오는 동안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많이 바뀌었다. 우리의 일터를 바꾸고, 사회를 바꾸고, 관계를 바꿔버리는 등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IT는 이제, 우리가 꿈꿔왔던 미래가 아니라 우리에게 당면한, 우리의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이러한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며 진일보한 웹의 혁명을 통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그 속도는 점차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전 국토에 초고속 정보 통신망을 가장 먼저 확충하고 반도체와 휴대전화, 게임, 가전기기 등에서 글로벌 리더로 각광받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세상의 모든 것이 웹으로 재편되는 상상력과 창조력이 필요한 디지털 트렌드에서는 늘 선진국을 뒤쫓는 데 급급한 후발 주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에게 IT란 무엇인가> 김국현 지음, 궁리 펴냄


    개개인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다. 너무 짧은 시간 동안 인터넷과 스마트폰, 유비쿼터스, 통신망, 소셜미디어 등 인류가 향유하던 문명 중 상당 부분이 디지털로 재편되는 상황을 겪다 보니,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알기도 벅찬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왜 우리는 컴퓨터와 웹과 스마트폰 등 IT의 수많은 창조물을 향유하면서도, IT란 존재 자체를 어렵고 낯설게 느끼는 것일까. 왜 한국 IT는 시장을 선도하지만 최고는 될 수 없었던 것일까. <우리에게 IT란 무엇인가>는 바로 이러한 현상과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담고 있는 책이다. IT의 어제와 오늘을 진단하고 내일을 준비할 수많은 화두를 담고 있다.


    IT라 하면 전산이라든가 전자공학, 컴퓨터공학과 같이 기술이 그 전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물론 아니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 기술이 벌여놓은 결과까지 나와 무관한 기술적인 이야기라고 덮어둘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법을 가장 빠른 속도로 그것도 심하게 바꾸어놓을 기술이 바로 IT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을 흉내 내어 다시 재정의하는 과정에서 그동안의 상식과 질서를 무너뜨려버리는 괴력이 IT에는 있습니다. 이 긍정적인 힘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대신 부정적인 부작용에 과민 반응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서 그간 많이 목격되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웹의 혁명은 무엇일까요? 이 변화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마음의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 그 점을 함께 고민하고 싶었습니다.


    대한민국 IT의 시작부터 현재까지를 현장에서 느껴온 지은이 김국현. 그는 이 책에서 무엇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IT의 경제적, 사회문화적 참모습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허울 좋은 ‘IT 강국’이라는 자화자찬에서 물러서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IT 이면에 존재하는 인간의 문제에 눈을 떠야 하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의 디지털 담론을 이끌어오면서 성찰하고 되뇌었던, IT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궁리, 대안을 담고 있다.


    그는 오늘의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숨을 고르며 디지털 혁명으로 변화된 세계의 패러다임을 정리하고, 고질적 문제를 낳고 있는 한국 IT 업계의 고용 환경,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부의 몰이해와 부적절한 규제, 최근과 앞으로의 변화상과 그를 위한 대안, 나아가 최전선에서 느껴온 그의 개인적 회고 등을 이 책에 담고 있다.



    IT, 우리 삶을 지탱하는 뿌리로 거듭나다


    ‘IT 강국.’ 많이 듣는 소리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면 조금 계면쩍은 것이 또 이 단어다. 그런데 참 많이도 쓰인다. 스마트단말을 어느 나라보다도 가장 많이 만들어 잘 팔고, 또 게임 등 문화 히트 상품도 그럭저럭 잘 나와 디지털 한류로도 괜찮다. 이 정도면 충분히 강국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IT 강국에 살고 있었다면, 사실 나의 많은 글들은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스스로 IT 강국이라 이야기하지만 노동 생산성은 늘 최하위권이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 다룬 수많은 부조리는 IT가 가져올 변화 가능성을 미리 억누르고 있다. IT가 단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기술이 아닌, 우리 사회를 미래와 연결하는 통로임을 생각한다면, 나는 IT 강국이라는 자화자찬을 들을 때마다 부끄러워진다. 우리 사회는 IT로 인해 얼마나 변했나? 또는 그 변화의 방향이 긍정적인가?


    익히 알려진 바대로 IT는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의 약어다. 하지만 그 범위가 너무 넓어 컴퓨터나 인터넷과 관련된 기술과 산업을 모두 표현하는 총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라는 용어도 종종 쓰이기는 하지만, 통신은 이미 IT의 응용 분야 중 하나에 불과한 만큼 IT가 더 널리 쓰이고 있다.


    ICT는 굳이 통신 산업을 강조하고 싶은 경우에 활용되는 정도다. 그러나 IT를 풀어 쓴 ‘정보기술’이란, IT의 본질을 이루는 구성 요소를 표기한 것에 불과하다. IT가 할 수 있는 일, 그 잠재력과 사회적 경제적 의미는 다른 모든 단어들이 그렇듯 단어의 어원에는 들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IT란 무엇일까. 우리는 IT의 존재를 제대로 알고 있을까. 지은이는 IT란 존재가 무슨 의미인지, 왜 이 IT를 놓고 참여자와 조정자 등 배후의 세력들이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 그리고 IT 환경과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걸어왔고 또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펼쳐 보인다.


    지은이는 우선 ‘양복-청바지-반바지’로 대변되는 IT의 세 가지 세계관, 즉 ‘현실계-이상계-환상계’의 IT를 소개하고, 웹 2.0과 소셜미디어까지 웹의 등장 이래 지속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이상계를 정치‧사회‧생물‧경제‧역사를 통해 자세히 설명하며 IT의 존재 의미를 밝힌다. IT의 근본정신, 개발의 주체, 부와 권력을 재편하는 창조 계급의 실상에 접근하는 동시에, IT 빙하기라는 위기의 상황을 극복하는 방안과 앞으로의 10년을 위한 전망과 제안까지 풀어낸다.


    또한 삼성과 애플의 특허 분쟁 등 흉내 내기를 일삼는 업계의 모습을 통해 일명 ‘해커 문화’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 ‘동기화’가 단순한 복제 기능을 넘어 스마트 시대의 주역이 된 까닭과, 몰락한 광디스크, 비운의 셀 프로세서, HTML5 논쟁 등의 사안을 통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LG, 삼성, IBM, 썬 등 국내외 유수 기업들이 첨예하게 얽혀 있는 IT생태계의 진상을 성찰한다.


    지은이는 지식 경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한국에서 만개할 수 없는 근본적인 까닭과 다단계 하청이 돼버린 소프트웨어 개발 풍토를 비판하며, IT 조정자들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모색한다. 어느새 국민적 원흉이 된 액티브X 문제의 진실, 손득 계산 없이 무작위로 확장되고 있는 공인인증체제의 리스크, 모바일 플랫폼을 구속한 세 가지 족쇄, 전파법을 둘러싼 촌극을 읽는 법, 범용과 특화의 문제 등을 논하고 있다.


    이와 함께 노동 생산성 최하위권인 한국식 고용구조를 면밀히 살펴본다. 대한민국 개발자의 우울한 자화상과 기술자의 중립 선언, IT 빌더의 철학 등을 설명하며, 한국 IT가 최고는 될 수 없었던 까닭과 우리 정부가 IT정책을 제대로 펼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모색한다. IT의 숲을 거니는 법, 나아가 IT 분야로의 진로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도 건넨다.


    끝으로 IT의 환경 안에서 일상을 향유하는 우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모습을 이야기한다. 가장 인간의 운영체제가 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크워크의 원리부터,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백업의 방법, 21세기의 육필이 된 ‘폰트’, 21세기의 지구본이 흡수한 현실, 퍼스널 미디어와 영화의 재조명, 저작권 2.0의 양상, 호모유비쿼터스 진화론까지 다양한 생각의 거리를 그린다.


    지은이는 더 이상 IT는 단일 산업 분야의 이야기가 아님을 강조한다. IT는 공산품을 만들고 그것을 팔면 그만인 제조업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의 모든 면을 그 근간부터 흔들기 시작한 저변의 문제, 즉 플랫폼의 이야기가 된 것이다. 미래란 찾아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도 스스로 구현해서 실행해버릴 수 있음을, 적어도 이런 일이 가능한 자유로운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IT는 증명하고 있다.


    지은이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인간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자유롭게 살아 숨 쉬는 새로운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우리는 모두가 당사자라는 의식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주연 기자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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