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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넬의 별명은 왜 ‘코코’일까
    문화 2013. 11. 18. 23:08

    [미니스커트는 어떻게 세상을 바꿨을까]


    <지데일리 손정우기자> 얼마 전 한 여자 연예인의 시구 패션이 화제가 됐다. 레깅스를 입어 보디라인을 그대로 드러낸 그녀는 단숨에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이 레깅스에는 뜨고자 하는 개인의 욕망과, 외모에 목숨 거는 사회의 분위기가 모두 담겨 있다. 


    1850년 여성운동가 어밀리아 블루머는 드레스 안에 바지를 입고 나타났다. 사람들은 남성의 전유물인 바지를 여자가 입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1926년 샤넬은 블랙 미니원피스를 선보였다. 시크한 검은색과 장식을 뺀 디자인은 여성들에게 '자유'의 상징이 됐다. 


    입은 듯 안 입은 듯 아슬아슬한 하의실종패션이 넘쳐 나는 요즘, 그 자유로움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100여 년 전 블루머와 샤넬에 닿는다. 


    <미니스커트는 어떻게 세상을 바꿨을까> 김경선 지음, 이경희 그림, 부키 펴냄.


    <미니스커트는 어떻게 세상을 바꿨을까>는 이처럼 21세기의 토대가 된 현대 패션의 역사와 산업, 문화적 영향을 한눈에 보여 주는 만화다. 


    책은 소위 ‘업계 용어’로 가득한 어려운 패션책과 달리 청소년과 성인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만화로, 20세기 패션과 사회의 상관관계를 알려준다. 


    무엇보다 패션은 그 시대 상황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때론 흐름에 순응하고 때론 저항하며 21세기의 토대를 만든 패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1차 세계대전은 아이러니하게도 여성에게 많은 자유를 줬다. 여자들은 전쟁에 나간 남자들을 대신해 일을 해야 했고, 이로 인해 더 편한 복장이 필요해지자 남성복을 닮은 여성복 '테일러드슈트'가 탄생했다. 


    그런데 30년 후 2차 대전 때에는 정반대 패션이 탄생했다. 어떤 옷보다 더 여성스럽고 우아한 ‘뉴룩’이 등장한 것이다. 딱딱하고 직선적인 제복 스타일의 ‘전쟁 패션’에 질린 여성들이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뉴룩에 열광했기 때문이다.


    1940년대 미국에서는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만연했다. 흑인들은 이에 반발해 크고 과장되게 만든 ‘주트 패션’으로 자신을 드러냈다. 백인들의 심기가 편했을 리는 만무하다. 2차 대전 중이라 물자가 부족한 전시 상황이라는 것도 주트 패션을 탄압하는 좋은 구실이 됐다.


    결국 주트 단속에 항의하던 흑인들은 1943년 집단행동에 나섰는데, 이것이 바로 ‘주트슈트 폭동(Zoot-suit Riot)’이다. 인종차별이라는 사회문제가 주트 패션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1969년 인간의 달 착륙은 ‘스페이스룩’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과학기술과 물질문명에 반대하는 ‘히피룩’이 등장했다. 산업사회와 환경 파괴, 전쟁에 반대해 많은 사람들이 꽃무늬와 자수, 헐렁한 옷을 입고 히피룩의 대열에 동참했고, 비틀스의 존 레넌 역시 그 중 한 사람이었다. 하위문화였던 히피는 상위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네오 히피 등으로 진화하면서 이제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당당하게 자리 잡았다.


    힙합은 가난한 흑인들에게서 시작됐다. 옷을 자주 살 수 없으니 오랫동안 입을 수 있도록 큰 옷을 사 입던 것이 흑인들의 패션 문화가 된 것이다. 힙합 패션은 힙합 음악과 함께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이제는 인종과 성별을 막론하고 누구나 즐기는 대중적인 패션이 되었다.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해 보고 싶을 때, 혹은 헐렁하면서도 편안하게 입고 싶을 때, 사람들은 힙합 패션을 입는다.


    책은 유명 디자이너들의 재미난 뒷이야기도 들려준다. 


    샤넬에게는 왜 ‘코코’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디자이너가 되기 전 가수로 활동할 당시 ‘누가 코코를 보았나’라는 노래를 많이 부른 탓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활동하기 편하면서도 몸에 잘 맞는 옷을 잘 만든 까닭은 무엇일까? 의학을 공부해서 인간의 신체를 잘 알았기 때문이다. 


    잘 몰랐던 고전의 기원을 알게 되는 재미도 더한다. 더플코트와 카디건은 추위와 싸우던 군인들이 입던 옷이었고, 젊음의 상징인 청바지는 이탈리아 제노바 어부들에게서 유래됐으며, 본래 민소매였던 티셔츠에 소매가 생긴 것은 군인들의 겨드랑이 털을 가리기 위해서였다. 


    이 밖에도 명품의 탄생과 진화, 패스트패션의 이면 등 패션 산업 안팎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한창 외모에 민감한 청소년부터 유행의 흐름을 의식하는 성인까지 두루 즐길 만한 패션 오디세이라 할 수 있다.



    <함께 가는 세상을 봅니다!>

    [책]으로 [만]나는 [세]상 ⓒ지데일리

    트위터 @gdaily4u 자료도움 gdaily4u@gmail.com



    미니스커트는 어떻게 세상을 바꿨을까

    저자
    김경선 지음
    출판사
    부키 | 2013-10-02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21세기의 토대가 된 현대 패션의 역사와 산업, 문화적 영향을 ...
    가격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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