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책이 성공하려면 상황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적절한 대처 방법을 찾아 시기를 놓치지 않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그 속에 담긴 지식과 교훈을 통해 미래를 예측함으로써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세계경제 이야기> 석혜원 지음ㅣ어진선 그림ㅣ풀빛 펴냄


<엎치락뒤치락 세계 경제 이야기>는 유럽의 중상주의 정책을 시작으로 산업혁명, 아편 전쟁, 대륙횡단철도와 파나마 운하의 건설, 유통과 소비 혁명을 일으킨 백화점의 탄생, 대량 생산·소비 시대를 연 포드 시스템,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 정보기술 혁명과 닷컴 버블 등 16세기에서 20세기까지 세계 경제를 움직였던 사건들과 그 배경, 그리고 각 나라의 경제 부흥과 쇠퇴를 불러온 정책이나 결정 등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한 세계화, 지속 가능한 발전,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의 세계 경제 침체 등 오늘날 세계 경제가 직면한 문제들도 다룬다. 


자본주의는 개인이 재산을 소유하는 사유재산제도에 바탕을 두고,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생산을 비롯한 모든 경제 활동을 자본이 지배하는 체제다. 


실제로 공산주의 국가도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체제를 선호하니, 현재는 자본주의가 세계 경제를 지배한다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는 16세기 유럽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16~18세기 유럽의 절대 왕권이 국가 부흥을 위해 경제를 강력하게 통제하며 상업과 무역을 장려한 중상주의 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상공인들이 많은 돈을 벌었고, 이들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경제 활동의 규모를 점점 키워 자본주의의 싹을 틔웠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후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기계에 의한 생산의 시대가 열리면서 농업 사회는 공업 사회로 전환되고 자본주의 경제 체제도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19세기 말에는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조립 라인 방식으로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으며, 연이어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는 많은 발명품이 쏟아져 나왔고, 백화점 같은 새로운 형태의 시장이 등장하면서 소비 생활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러나 1929년 세계 경제의 중심지인 미국의 주가 대폭락으로 대공황이 일어나면서 자본주의에 제동을 걸어 2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1945년까지 자본주의 국가보다 오히려 사회주의 국가들의 경제 성장이 더 돋보이기도 했다. 


당시 2차 세계대전 승전국 대표들이 전쟁 이후 세계를 움직일 국제 금융 시스템을 비롯한 새로운 경제 질서를 세우는 데 합의하면서 역사상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자본주의의 황금기’를 맞기도 했지만, 두 차례의 석유 파동과 그에 따른 경제 불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줄이고 자유로운 경쟁 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이 힘을 얻었다.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이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경제 개방을 허용하는 개혁을 꾀하며 경제 성장을 달성하고, 1990년 소련의 해체로 공산주의 국가들이 잇따라 붕괴하면서 사회주의 경제 체제가 무너지자 자본주의는 세계 대부분의 나라의 경제를 지배하는 체제가 되었다.


또한 1990년대에 꽃을 피운 정보기술 혁명에 따른 통신 수단의 발달과 1995년에 설립된 세계무역기구가 주도한 상품과 서비스, 노동과 자본 등 모든 시장의 개방화는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만들었다. 


<엎치락뒤치락 세계 경제 이야기>는 이처럼 자본주의가 처음 시작된 시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세계 경제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세계 경제를 움직였던 사건들과 그 사건들이 일어난 배경, 그리고 각 나라가 부흥하고 쇠퇴하는 데 영향을 준 정책이나 결정 등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보여 준다. 


자본주의가 싹튼 이래 정보화ㆍ세계화의 시대를 맞이한 지금까지 세계 경제는 사이사이 경제 대공황, 1·2차 세계대전, 두 차례의 석유 파동 등으로 침제기를 겪기도 했지만 길게 보면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이런 성장은 강력한 경제력을 가진 나라들이 중심이 되어 이루어졌는데, 이들이 최우선으로 여긴 것은 세계 경제의 발전이나 인류의 평화가 아니라 자기 나라의 정치적 지위와 경제적인 이익이었다. 이 나라들은 언제나 치열한 경쟁을 펼쳤고, 세계 경제의 선두 자리는 엎치락뒤치락하다 바뀌곤 했다. 


16세기에는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데 앞장섰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국력이 가장 강대했지만, 17세기에는 세계 해상 무역을 이끄는 강국으로 발전한 네덜란드가 선두로 나섰으며, 19세기 초에는 최초로 산업혁명을 이룬 영국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이후 19세기 말부터 비약적으로 생산력이 향상되었던 미국이 20세기 초부터 세계 경제 대국의 자리를 굳힌 뒤, 한 세기 동안 그 위치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재정 적자와 무역 적자라는 쌍둥이 적자를 극복하지 못하고 위기를 맞는다면 다른 나라가 그 자리를 넘볼 수도 있다. 


이 책은 이렇듯 세계는 하나라고 하지만 사실 모든 나라가 자기 나라의 경제 성장을 최우선으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정책을 펼쳤던 이야기들을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집중 조명한다. 


16세기 유럽의 중상주의 정책을 시작으로 17세기 세계 무역의 최강자로 떠올랐던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 18세기 영국과 프랑스 주식시장의 버블, 산업혁명, 아편 전쟁, 대륙횡단철도의 건설, 유통과 소비 혁명을 일으킨 백화점의 탄생,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한 파나마 운하의 개통, 대량 생산ㆍ소비 시대를 연 포드 시스템, 1929년의 대공황,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 덩샤오핑의 개혁과 중국의 경제 성장, 일본의 경제 불황, 정보기술 혁명과 닷컴 버블, 한국 반도체 산업의 신화 등 16세기에서 20세기까지 세계 경제를 움직였던 사건들을 망라한 것이다. 


또한 세계화, 지속 가능한 발전,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 위기가 유럽으로 옮겨 가 세계 경제 침체로 이어지는 등 오늘날 세계 경제가 직면한 문제들도 깊이 있게 다룬다. 


‘근대 경제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알프레드 마셜은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을 개선할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경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빈곤을 해결하려면 경제를 역사학이나 철학의 한 분야가 아니라 경제 문제만을 별도로 다루며 제대로 알려 주는 학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경제학을 연구하는 사람은 경제 문제를 분석하고 판단할 ‘냉철한 머리’와 인간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을 ‘따뜻한 가슴’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책에는 알프레드 마셜의 말처럼 실제 경제 문제만을 깊이 있게 다룬 다양한 경제 정책들이 담겨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가운데 한 명이자 미국 헌법을 제정하는 데 공헌한 알렉산더 해밀턴은 새 공화국을 부유하고 강대하게 만들기 위해 강력한 중앙 정부를 수립하려고 했으며, ‘라인 강의 기적’을 이끈 독일의 초대 경제 장관 루트비히 에르하르트는 화폐를 개혁하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장점을 독일의 실정에 맞게 창안한 ‘사회적 시장경제’ 정책을 시행했다. 


1980년대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세금을 낮추고 기업 활동의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생산과 투자를 늘리는 공급 측면을 중요시하는 ‘레이거노믹스’를 실시했으며, 유럽 최초의 여성 수상인 영국의 마거릿 대처는 각종 국유화와 복지 정책을 포기하고 민간의 자율적인 경제 활동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 ‘대처리즘’을 탄생시켰다. 


또한 중국의 덩샤오핑은 농업 생산량을 급속하게 증가시킨 ‘인센티브(incentive) 시스템’이 성공을 거두자 가격·세금 제도, 금융 개혁 및 무역 활성화 정책, 외국 자본 유치 등의 개방 정책을 실시해 중국이 미국과 함께 G2로 부상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이 외에 통화량 확대를 통해 불황에서 벗어나겠다는 일본 총리 아베 신조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 등도 소개해 놓았다. 


이 책을 통해 경제적 사건을 단편적인 사실이나 결과만으로 이해하기보다 세계 경제 역사의 흐름 속에서 파악하는 안목을 길러 경제 상식과 이론은 물론 역사를 보는 지혜, 시대를 관통하는 사회 문화적 이슈들에 관한 풍부한 지식을 소개한다.


세계 경제의 역사를 뒤흔든 중요한 사건들을 집중 조명한 이 책은 지식과 교훈을 얻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포용적 성장으로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이 시기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손정우 기자 <함께 가는 세상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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