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Y in] 


“모든 시장에는 두 종류의 바보가 있다. 하나는 가격을 너무 높게 부르는 바보고, 다른 하나는 가격을 너무 낮게 부르는 바보다.” - 러시아 속담 


<헤르만 지몬 프라이싱> 헤르만 지몬 지음ㅣ서종민 옮김ㅣ쌤앤파커스 펴냄


가격은 인류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가진다. 가격은 화폐가 발명되기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아울러 누구나 가치를 생산하고 소비한다. 


돈을 쓰면서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 혹은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 설득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돈을 쓰게 만드는 일은 끊임없이 계속된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가치와 이익, 그리고 가격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기업조차도 ‘가격결정(pricing)’이란 행위에 제대로 된 가치나 가격을 부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격설정 과정은 제품 구상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회사는 제품 출시 준비가 다 된 다음이 아니라 제품 개발 과정에서부터 가능한 한 일찍, 또 가능한 한 자주 가격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고객과 소비자 또한 해야 할 일이 많다. ‘장사꾼을 조심하라’는 말과 ‘싼 게 비지떡’ 등과 같은 오래된 격언은 적절한 경고가 되어준다. 고객으로서 당신은 그 제품 또는 서비스가 당신에게 제공해주는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그 이후 얼마나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가치를 아는 일은 결정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구매 전 준비할 수 있는 최고의 보호막이다. 나는 이 교훈을 힘들게 얻었음을 고백해야겠다. 내 고향 마을의 농장들은 너무나 영세했으므로 두세 농가에서 하나의 농기계를 공유해야 했다. 때문에 수확 철이 되면 모두가 서로를 도와야 했다. 품앗이에 시간을 빼앗기는 게 짜증스러웠던 16살의 나는 우리 가족을 독립적으로 만들어줄 조치를 취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아버지와 상의도 없이 600달러를 주고 중고 농기계를 구매했다. 가격은 합리적으로 보였으며, 그 가격에 그만한 물건을 찾아낸 것이 스스로 뿌듯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 수확 철에 이 기계를 써보고는 곧 절망했다. 그 농기계는 새롭고 익숙하지 않은 구조여서 실제로 사용하기에는 너무나 불편했던 것이다. 그 망할 기계는 자꾸만 고장이 났다. 돈을 그렇게 낸 것치고는 너무 자주 고장 났다. 2년 정도 그 기계를 더 써보려고 씨름했지만 계속 실패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고철로 내다 팔아버렸다. 여기서 나는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프랑스인이 말하듯, “가격은 잊히지만 품질은 남는다.” 당신이 산 물건의 질은 당신이 가격을 잊어버린 후에도 오래도록 기억된다는 뜻이다.(45-46쪽)


<헤르만 지몬 프라이싱>은 제목 그대로 ‘가격결정’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룬다. 글로벌 강소기업의 이야기를 다룬 <히든챔피언>으로 익숙한 헤르만 지몬은 이 책을 통해 그가 지난 40여 년간 쌓아올린 ‘가격결정’에 관해 설명한다. 


이 책은 저자가 어린 시절 가축 농장에서 일하며 가격과 처음 맺은 인연, 필립 코틀러와 피터 드러커 같은 대가들과 극적으로 만났던 자전적 이야기들, 그가 지난 40여 년간 마주친 풍부하고 다양한 사례들과 새롭고 놀라운 혁신적 가격결정 방법 등을 제시한다. 


책은 먼저 저자가 세계 최고의 가격결정 전문가(The Pricing Man)가 되기까지의 자전적 이야기를 펼친다. 


이어 가격을 중심으로 돌고 도는 우리 경제의 모든 요소들, 신비로운 가격 심리학의 주요 역할과 새롭고 놀라운 발견들, 그리고 서로 다른 가격 포지셔닝이 어떻게 지속적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가격의 불확실성이 초래한 기업의 피해 사례, 가격과 가치, 기준가격·할인·보너스·특가·묶음가격·도매가·소매가·생산자권장가격·특별서비스·부가서비스 등과 같은 가격의 다양한 차원들을 설명한다. 

 

또 현명한 가격결정 사례, 마케팅 기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가격결정의 심리적 동인 등과 같은 내용이 다양한 사례들과 함께 소개된다.

 

저자는 가격결정의 수많은 측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가치’라고 강조하는데, 이는 ‘고객이 느끼는 가치’라 할 수 있다. 


라틴어로 ‘프레티움(Pretium)’이라는 단어는 ‘가격’과 ‘가치’라는 2가지 뜻을 동시에 가지는데, 가격과 가치는 한 몸이자 서로 같은 것이다. ‘가치’는 가격결정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로서 이 책 전반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자주 언급된다. 


특히 저자는 “이익 추구는 훌륭한 가격결정을 이끌어내는 유인인 동시에 그 결과물이며, 이 둘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이익은 궁극적으로 당신의 기업을 이끌어줄 유일하게 타당한 기준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익은 기업이 수입 측면과 비용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게 되는 유일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매출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은 비용 측면을 무시하는 셈이다. 시장점유율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은 수많은 측면에서 기업 활동을 왜곡할 수 있다. 결국 시장점유율을 극대화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가격을 0에 수렴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설명을 바탕으로 가격과 관련된 기본적인 경제학을 설명한다. “당신의 회사가 이익을 취하는 방향으로 ‘어떻게’ 가격을 결정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법이 제시된다.

 

책은 여러 수준의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최대의 이익에 가까워지기 위한 다양한 가격전략을 제시한다. 


비선형 가격결정, 묶음가격과 묶음가격 풀기, 가격차별과 가격차등, 가격과 시간, 하이-로우 전략, EDLP(Every Day Low Price) 전략, 스키밍 전략 등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시도해왔던 다양한 전략들을 설명한다. 


가격결정은 2012년 런던에서 개최된 올림픽게임의 환상적인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티켓 프로그램의 총괄 담당자였던 폴 윌리엄슨은 가격을 수익과 이익 창출의 효과적 유인으로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로도 사용했다. 가격의 숫자 자체는 부가 설명 없이도 어떠한 메시지를 담을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가장 낮은 기본가격은 20.12파운드, 가장 비싼 티켓은 2012파운드였다. ‘2012’라는 숫자는 가격표에서 몇 번이고 등장했으며, 모든 사람은 즉시 이 금액이 올림픽게임을 의미함을 알 수 있었다. 18세 이하의 청소년들에게는 ‘나이만큼 지불하기’ 방식이 적용되었다. 6세 아이는 6파운드를, 16세 청소년은 16파운드를 내면 됐다. 이 가격체계는 엄청난 호평을 받았으며, 언론 매체들은 이를 수천 번도 넘게 보도했다. 영국의 여왕과 총리까지도 공개 석상에서 ‘나이만큼 지불하기’ 제도를 칭찬했다. 이들 가격은 소통의 효과적 수단이었으며, 나아가 매우 공정하다고 평가되었다. 노년층 역시 더 할인된 가격에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할인 정책이 전혀 없었다는 것 또한 런던 올림픽 가격체계의 또 다른 요점이다. 런던 올림픽 기간 내내 이 원칙은 철저히 고수되었으며, 티켓이 팔리지 않는 경기라도 예외는 없었다. 이는 곧 ‘경기와 경기의 티켓은 그 가격 값을 한다’는, 가치에 대한 확고한 신호를 보냈다. 경영진은 티켓 끼워 팔기 또한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스포츠 경기에서는 인기 많은 게임과 인기 없는 게임의 티켓을 한 세트로 묶어 파는 것이 흔한 일이었으나, 그러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다만 런던 지역의 대중교통 이용권은 경기 티켓과 함께 세트로 구매할 수 있었다. 런던 올림픽 경영진은 커뮤니케이션과 판매라는 두 분야 모두에서 인터넷에 매우 크게 의존했다. 약 99%의 티켓이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었다. 올림픽 개최 이전에 세운 티켓 판매 수익 목표는 3억 7,600만 파운드(6억 2,500만 달러)였다. 그러나 윌리엄슨을 필두로 한 경영진은 그 기발한 가격체계와 홍보 캠페인으로 목표점을 훌쩍 넘긴 6억 6,000만 파운드(11억 달러)의 티켓 수익을 창출했다. 이는 예상보다 75% 더 많은 금액이자, 런던 올림픽 이전 세 번의 올림픽(베이징, 아테네, 시드니)에서 거둔 티켓 수입을 합친 것보다 더 큰 금액이었다.(52-53쪽)


이 책은 경영자라면 반드시 읽고 배우고 실천에 옮겨야 할 통찰과 지침은 물론 제품 구상과 기획, 출시 이후 마케팅과 판매 등과 같은 과정에 관여하는 각 부문의 전문가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평가하고 적합한 가격을 찾아 헤매는 소비자들게도 유용한 기준을 제시해준다. 


지데일리 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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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daily 지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