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n] 


"우리나라보다 작은 네덜란드는 극단적인 가난도, 타인에 대한 무관심도 그리고 패배주의도 없는 나라다. 네덜란드를 가장 네덜란드답게 만드는 관용 정신은 개인의 자유를 통제하거나 개인의 선택을 획일화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는 한 이를 최대한 허용하고 인정한다."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네덜란드의 게이 프라이드는 그야말로 도시 전체의 축제다. 유모차를 탄 아기부터 백발이 성성한 노부부까지 행사를 즐기고, 암스테르담시 청사뿐만 아니라 동성애에 가장 보수적인 교회에서도 성소수자들을 지지하는 무지개 깃발을 내건다. 


동성 결혼뿐만 아니라 안락사까지 허용하고 있는 네덜란드에서는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이 자신의 장례식 초대장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네덜란드의 공중파 TV에서는 남자 혹은 여자가 알몸으로 자신의 성 고민을 털어놓는 등 성에 대해서도 개방적이다. 


<물론이죠, 여기는 네덜란드입니다>는 이처럼 우리에게는 무척이나 낯선 네덜란드의 모습들을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저자김선영은 한국에서 10년이 넘는 시간을 홍보 전문가로 활동하다가 3년 전부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프리랜서 홍보 전문가이자 네덜란드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블로거, 네덜란드 디자인 편집숍 상품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고학력에 탄탄한 경력을 쌓던 딸이 갑자기 직업을 바꾼다고 했을 때 그녀의 부모는 무슨 말을 했을까 궁금했다. 직업을 선택할 때 온전한 개인의 선택이 힘든 한국 사회에서 자란 내게 모니크의 부모님이 어떤 반응을 보이셨을지가 가장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다. 질문을 들은 모니크는 큰 소리로 웃으며 "부모님은 내가 어떤 삶을 사는지 크게 개의치 않아. 학사 학위를 두 개 가진 것도 결국 내가 원해서 한 것이었고, 또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된 것도 모두 전적으로 나의 선택이었어. 부모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자신이 가장 행복한 선택을 하는 거야. 그게 사랑이건 직업이건 상관없이 말이야'라고 대답했다. 그렇다고 모니크의 부모님이 아예 자식의 선택에 무관심하다면 큰 오산이다. 모니크가 차를 바꾸려고 할 때 두 분은 어떤 브랜드의 차가 좋은지 직접 사전 조사까지 하며 모니크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하지만 차를 바꾸는 것과 같은 사소한 것에도 큰 관심을 보이셨던 모니크의 부모님은 그녀가 인생에서 큰 선택을 할 때는 오히려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간섭하지 않고 지켜보셨다. 삶의 방향과 선택은 최종적으로 본인 자신만이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19쪽)


이제 암스테르담 시민이 된 저자의 눈을 통해 독자들은 비혼주의자들이 많은 네덜란드의 결혼관부터 프리랜서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네덜란드의 직업관, 길고양이가 없는 네덜란드의 동물관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네덜란드의 속살을 엿볼 수 있다. 


유교 문화권에 속하는 우리나라는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부분에 있어 비교적 보수적인 편이다. 이런 우리나라에서 최근 존엄사가 인정되면서, 환자는 사전 의사표현을 통해 회생가능성이 없을 경우 죽음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얼마 전 낙태죄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따라 전국민적인 낙태죄 폐지 청원이 이뤄졌으며, 정부는 낙태죄 폐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단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최근 이러한 움직임에는 다른 무엇보다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책은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은 우리에게 금기가 없는 나라, 개인의 자유가 최우선시되는 나라 네덜란드를 새로운 눈으로 소개한다. 


네덜란드는 존엄사가 아닌 안락사를 2002년에 세계 최초로 합법화했고 낙태는 훨씬 더 앞선 1984년에 합법화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자 금기시되는 마약(마리화나)은 1976년에, 성매매는 2000년에 합법화했다. 2001년에는 동성 결혼은 물론 동성 커플이 입양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저자는 풍차, 튤립 그리고 히딩크의 나라로만 알려졌던 네덜란드의 놀랍도록 급진적인 모습들을 소개하면서 이러한 자유가 네덜란드에서는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네덜란드의 개인의 자유와 관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중에서도 '헤도헌Gedogen'이라는 단어가 있다. 헤도헌은 '참다', '견디다', '눈감아주다', '허락하다', 가능하게 하다'라는 다양한 뜻을 가진 말로, 불법이지만 눈감아줄 수 있다는 네더란드식 관용을 의미한다. 이러한 헤도헌은 네던란드가 동성애는 물론, 매춘, 안락사 등 첨예한 논쟁이 오가는 사안에 대해 가장 진보적이고 또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근거가 된다. 헤도헌은 네덜란드 사람들의 인간관계에도 적용된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모든 행위는 눈감아주고, 대부분 다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든 관심 없다. … 이러한 네덜란드의 관용적 태도는 유럽의 지식인들을 매료시킨 것은 물론, 네덜란드가 해상 대국으로 도약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 개인의 자유를 통제하거나 개인의 선택을 획일화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는 한 이를 최대한 허용하고 인정하는 관용 정신은 네덜란드를 가장 네덜란드답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개방성과 수용성이 개인에게 행복감과 만족감을 줄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네덜란드의 과거와 현재가 보여주고 있다.'(57~58쪽)


물론이죠, 여기는 네덜란드입니다ㅣ김선영ㅣ에이엠스토리

‘자유’와 ‘관용’이 최우선시되며 금기가 없는 네덜란드에 대해 혹자는 무법이 판치는 무질서한 사회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이자 세계 행복지수 7위의 나라다. 


아울러 네덜란드는 노인과 아이들이 가장 행복한 곳으로 손꼽히는 나라다. 낙태가 합법이지만 낙태 횟수는 오히려 아주 낮은 편(14세부터 44세 여성 1000명당 85명)이며, 네덜란드인들의 마리화나 흡연율은 미국이나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오히려 낮다. 미국인의 마리화나 흡연율은 14%인데 반해 네덜란드인은 5%에 불과하다. 


성범죄율 역시 다른 유럽이나 주변 나라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선택의 자유를 허용한 네덜란드의 모습을 통해 저자는 네덜란드의 관용 정신이 어떻게 네덜란드 사람들의 개인 행복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경쟁력까지 향상시키는지를 세심하게 보여준다.


지데일리 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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