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2018년에 이르기까지 31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6월 민주항쟁의 외침은 오롯이 이어져 2017년 촛불시민의 결집으로 타올랐다. 2017년 촛불집회는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를 넘어 현 정부에게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을 부과했다.



<두 번째 프레임 전쟁이 온다>는 다가올 30년의 시대적 과제로서 '두 번째 프레임'의 정체를 밝히고, 대한민국 정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제시한다. 여기서 말하는 '두 번째 프레임'이란 '진보 대 보수', '노동 대 자본', '북한 대 남한' 등 적대적 이해관계에 의존해왔던 '첫 번째 프레임'의 종식인 동시에 새로운 시대로의 거대한 전환을 의미한다.


'두 번째 프레임'의 정체는 크게 두 가지 과제로 제시된다. 첫 번째는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체제 구축'이고, 두 번째는 개인의 창조적 역량에 기초한 '상생의 경제 생태계 형성'이다. 이를 위해 저자 박세길은 한국현대사에서 보수와 진보가 어떤 방식으로 프레임 전략을 구사했는지 보여주고, 오늘의 세계 경제에 닥친 문제점과 다양한 경제체제의 역사를 비교분석해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프레임의 기준을 내놓는다. 


이 책은 보수의 기원을 이승만이나 박정희가 아닌 '김영삼'으로 설정한다. 이를 통해 오늘의 정치 현실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3당 합당'과 함께 집권의 토대를 마련한 김영삼은 하나회 척결 등 군정 종식 과정을 거치며 '산업화·민주화 동맹'을 보수 정치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하지만 고속성장의 산업화 신화와 안보 프레임에 의존하는 습성이 보수의 발목을 잡았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는 보수의 몰락으로까지 이어졌다. 


진보는 어떤가. 민주화투쟁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정체성이 상당히 모호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진보와는 거리가 먼 신자유주의를 따랐고, 경제성적에서 커다란 실패를 맛보았으며, 안보 이슈에서도 보수에게 적잖이 휘둘렸다. 그럼에도 김대중이 제시한 '민주 대 독재', '평화 대 냉전' 등의 '양자 프레임'은 '새 것과 낡은 것 사이의 투쟁'이라는 원리를 바탕으로 '한반도 냉전체제 해체'라는 진보의 프레임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나아가 이 책은 한국현대사를 관통한 시민주의 대 엘리트주의의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대한민국 정치의 근본적인 방향을 모색한다.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진 독재세력과 이에 맞서온 시민들의 자발적 투쟁, 진보 세력 내부에도 존재했던 엘리트주의의 암약과 실패까지 다룸으로써 '시민주의' 정신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일관된 원리임을 알려준다. 


'시민주의' 정신이 가장 활발하게 타오른 2017년 촛불집회는 현 정부에게 사회적 양극화, 청년실업, 소득불평등 등 세계 경제가 맞이한 난제들을 해소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 세력 중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현재의 경제체제가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를 다섯 가지로 명확하게 설명한다. 


먼저 성장 동력 확보다. 유효수요 확대를 대공황의 해법으로 내세웠던 케인스주의는 1970년대 장기불황 앞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성장 동력 확보는 어느 모로 보나 자본주의 경제 제일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어 실물경제와 금융자본 사이 불균형 해소다. 금융자본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자는 신자유주의의 해법은 심각한 금융자본 과잉 축적으로 이어졌다. 비대한 금융자본이 실물경제로 투자를 전환할 수 있는 획기적 방안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4차 산업혁명과 기술 실업 극복이다. 3·4차 산업혁명은 노동의 기술적 대체를 급속하게 진행시키며 기존의 일자리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좋은 일자리 창출에 기초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과 노사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다. 


아울러 세계화 덫으로부터의 탈출이다. 보수는 세계화를 어쩔 수 없는 현실로 인정하는 반면, 진보는 세계화에 대한 관념적 반대에 그치고 있다. 일자리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지는 세계화의 부정적 작용을 최소화하는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불평등 관계의 근본적 해소다. 한국 사회는 외환위기 이후 가계부채 증가, 비정규직 증가, 청년실업 증가 등 심각한 불평등 구조에 직면해 있다. 개별 이슈에 접근하는 시각을 넘어 포괄적인 문제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산업혁명은 다수의 무산계급(프롤레타리아)과 소수의 자본가계급을 낳으면서 '노동 대 자본'이라는 슈퍼 프레임을 형성했고, 두 세력의 적대적 이익 추구야말로 진보와 보수의 경제 모델이 성립할 수 있는 기초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3·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며 우리는 이제 전혀 다른 시각에서 경제체제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이는 '노동과 자본의 결합이 가치를 창출한다'는 기존의 이론이 도전받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 이제 가치는 피터 드러커가 강조한 '지식'을 포함하여 '감성'과 '상상력'이 결합된 결과로서 창출된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벤처기업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현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거대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자본 중심의 축적 모델이 소멸하고, 긴밀한 네트워크와 수평적 협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형성해야 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개인의 '창조성'에 기반을 둔 '사람 중심 경제 패러다임'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 책은 위에서 제기한 다섯 가지 난제 모두에 해답을 줄 수 있는 모델로서 사람 중심 경제를 제시하고,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IT산업에 이르기까지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사람 중심 경제의 다양한 사례를 보여준다. 아울러 상생의 경제 생태계 구축을 앞두고 우리에게 닥쳐올 새로운 프레임 전쟁의 구도까지 예고한다.


그동안 우리가 생각해온 '진보 대 보수'의 구도를 넘어 새로운 정치적 상상을 가능하게 해준는 이 책은 특히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정치 프레임이 어떤 오류에 빠져 있는지를 밝힌다.


대표적인 예로 '소득 주도 성장론'은 최저임금 상승과 국가 재정 투입을 바탕으로 가계소득의 증진을 꾀하고 있지만, 별도의 성장 동력을 갖추지 않아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이 책은 집권 1년이 지나가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한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데일리 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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