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현상은 통념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매우 불규칙적인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례로,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펴는 무기인 금리가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부채위기가 스토커처럼 부국과 빈국 모두를 괴롭히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와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선 경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달콤한 경제학>은 경제를 하나의 숲으로 보면서, 그 풍경들을 선명하게 그려 보이고 있다.

 

 

이미지_ 달콤한 경제학, 그레그 입, 정명진, 부글북스.jpg *달콤한 경제학, 그레그 입/정명진, 부글북스.

 

✔ 하이먼 민스키라는 경제학자가 있었다. 1996년 죽음을 맞을 때까지 주류가 아니라는 이유로 동료들로부터 거의 무시당했던 민스키는 자본주의는 원래 불안정하며, 안정의 기간들은 더 큰 불균형을 낳고, 그 불균형은 최종적으로 거센 위기나 경기침체를 통해 바로잡아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위기나 경기침체를 그의 추종자들은 ‘민스키 모멘트’라 불렀다. 2007-2009년의 심각한 경기침체는 전형적인 ‘민스키 모멘트’였다. 말하자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던 온갖 기대들이 다시 이 땅 위로 잔인하게 추락한 시기였다.

 

지난 1990년대 초 일본의 경제에 대한 전망은 낙관적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했다. 이에 대해 지은이 그레그 입은 경제성장은 건전한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필요하다는 전제를 내놓으면서, 과대평가된 일본의 주식과 부동산 버블이 꺼지고 그에 따라 기업체와 은행들이 악성부채를 짊어지고 힘겨워할 때,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큰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한다. 동시에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할 일본의 능력이 허물어졌다고 덧붙인다.

 

지은이에 따르면, 경제발전에 있어 공급 문제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사항이다. 이유는 장기적으로 볼 때 경제성장은 한 국가의 생산잠재력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 생산잠재력은 인구와 자본, 아이디어에 좌우된다. 인구는 미래 근로자들의 원천이다. 낮은 출생률과 인구고령화, 거기에 제로(0)에 가까운 이민인구 등으로 인해 일본의 근로연령인구는 1990년대에 줄어들기 시작했다.

 

노동력이 적어지면 한 국가가 생산할 수 있는 양에 제한을 받기 마련. 자본과 아이디어는 근로자들의 생산성 향상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일본은 인적 자본과 경제자본에 대한 투자를 통해 1990년대에 이르러 선진국을 거의 따라잡았다. 일본이 기술의 최전선에 닿았을 때, 그 전선을 앞으로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낡은 산업을 죽게 내버려둘 필요가 있었는데 일본 지도자들은 파산과 정리해고에 강하게 저항했다. 그 결과 인터넷에 기반을 둔 기술발전의 다음 물결은 미국에서 일어나게끔 만들었다는 지은이의 설명이다.

 

2006년 여름,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레바논의 무장조직)와 한 달에 걸쳐 치열한 전쟁을 벌였는데, 그 전쟁이 끝났을 때 주가는 개전 전보다 오히려 더 올라 있었다. 통화가치도 더 높아졌고 경제성장도 5%를 기록했다. 지은이는 전쟁을 벌이는 이스라엘이 오히려 경제성장을 이루는 이유에 대해 ‘세계화’ 때문이라고 일축한다.

 

이스라엘의 경제를 주도하는 것은 첨단기술기업들인데, 이 회사들의 시장은 전 세계다. 전쟁 동안에 휴렛 패커드는 이스라엘의 첨단기술회사를 사상 최고액으로 사들였다. 세계화는 또한 한 국가가 나머지 국가들의 경제적 건강에 휘둘리도록 만들기도 한다. 이스라엘에는 금융위기가 없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주요 무역 파트너들은 금융위기를 겪었다. 그렇게 되자 결국 이스라엘도 2009년에 경기침체에 빠졌다.

 

✔ 유고슬라비아가 1990년대 해체되면서 유혈 내전에 돌입했을 때, 거기에는 단순히 인종적, 종교적 적대 그 이상의 것이 작용하고 있었다. 인플레이션, 즉 거의 모든 물건들의 가격이 꾸준히 오른 것도 한 요인이었다. 1980년대 초의 경제위기 때문에 유고슬라비아의 물가는 1980년대 말까지 매년 1,200% 이상 오르고 있었다. 그 인플레이션이 여러 인종으로 구성된 유고슬라비아 중산층의 응집력을 깨뜨렸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신용시장의 위기와 대침체기, 높은 실업률에 대한 설명은 물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융위기 때 취한 예외적인 조치들의 영향에 이르기까지 일어나고 있는 세계적으로 부각됐거나 진행 중인 경제현상 전반을 쉽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지데일리/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