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시대의 동물 친구들이 이미 떠나버린 인간 무리를 쫓아 이리저리 헤매는 동안 나타나는 빙하시대의 다양한 경관들은, 눈보라 치는 하늘과 모조리 얼어붙어서 새하얗기만 한 지구로 기억된 고요한 빙하시대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 놓는다. 우리는 이제 빙하시대에 얼마나 많은 풍경들이 숨어 있는지 알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상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 과거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가장 깊은 바닷 속에서 수십만 년을 쌓여 온 지층과 녹은 적 없는 빙하, 산 채로 늪에 파묻혀 고스란히 화석으로 남은 불행한 어린 매머드와 오랜 옛날의 모습 그대로 지금까지 살아온 살아있는 화석 생물들, 빙하시대부터 살아남은 원시림들이 그것이다.

 

이미지_ 완벽한 빙하시대, 브라이언 페이건 외, 이승호, 푸른길.jpg *완벽한 빙하시대, 브라이언 페이건 외/이승호 외, 푸른길.

 

<완벽한 빙하시대>는 이처럼 지구에 남아 있는 퍼즐 조각들을 어떻게 발견하게 됐는지, 이 조각들로 빙하시대를 어떻게 그려낼 수 있는지에 대해 19세기부터 시작된 빙하시대 연구의 역사를 따라가며 다양한 시각 자료로 설명해 준다.

 

약 250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까지, 플라이스토세의 빙하시대에는 오늘날 캐나다와 스칸디나비아 대부분 지역이 얼음으로 뒤덮였고, 영하의 겨울이 1년 중 9개월 이상 계속됐다. 해수면은 오늘날보다 최소한 90미터가 낮았고 영국 등 대륙 근방의 섬들이 육지와 이어졌다.

 

그러나 빙하시대라고 해서 한없이 추운 겨울만 계속된 것도 아니다. 중간에 짧고 급격한 온난화의 시기가 빙기와 빙기 사이에 놓여 있었다. 이러한 극단적인 기후변화 속에서 빙하시대 최초의 인류인 네안데르탈인, 그리고 그들의 적인 검치호, 동굴곰과 사냥감인 털매머드, 들소와 야생 말, 순록, 마스토돈 등은 기후에 적응하며 제각기 생존의 드라마를 만들어갔다.

 

물론 이들 중 거의 대다수가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빙하시대에 적응했고, 또 어떻게 사라졌을까. 고고학, 인류학, 지질학, 기후학의 각 분야의 저명한 학자들은 이 책에서 빙하시대를 탐구하기 위해 서로 다른 학문분야를 넘나드는 구체적이면서 명료한 설명, 정교한 이론을 바탕으로 한 상상화와 복원화, 다채로운 지도들을 펼쳐 놓는다.

 

지구의 기후변화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까지 인류가 기후변화에 적응하여 살아온 것만큼, 다시 또 극단적인 기후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만약 그 순간이 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이러한 변화의 희생에 처하지 않기 위해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에선 과거 기후변화의 경향을 분석하는 동시에 미래 인류 등의 기후 변화 요소들이 기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기후가 변화했을 때 인류의 삶에 어떠한 변화가 닥쳐올지 선명한 가정과 예측을 제시하며 우리에게 결정의 시간이 왔음을 알려준다.

 

[지데일리/기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