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물은 어디서 왔을까. 왜 민주주의는 그리스에서 시작됐을까. 이슬람교가 어떻게 세계화의 기폭제가 됐을까. 왜 유럽 탐험가들이 지구를 정복하기 시작했을까.  

 

지금까지 우리는 우주 탄생과 지구의 역사는 지구과학 시간에, 인류 문명의 탄생부터 이어지는 유럽과 동양의 역사는 세계사 시간에, 생명의 탄생에서 시작되는 생명 진화의 과정은 생물학 시간을 통해 배워왔다. 그렇지만 지구과학에서 배운 지구의 역사와 생물학에서 배운 인류의 진화과정, 그리고 세계사에서 배운 문명의 역사는 다른 곳에서 진행된 분리된 이야기가 아니다.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지면서 엄청난 기후의 변화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공룡이 멸종되지 않았다면 포유류는 번성할 수 없었을 것이며, 물론 인류의 역사도 없었을 것이다.

 

이미지_지구 위의 모든 역사, 크리스토퍼 로이드, 윤길순, 김영사.jpg *지구 위의 모든 역사, 크리스토퍼 로이드, 윤길순, 김영사

 

또한 지중해 부근에서 널리 재배된 올리브를 통해 부를 축적할 수 없었다면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과학적 연구나 민주주의ㆍ공화제와 같은 새로운 사회제도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처럼 인류는 우주와 지구에서 일어나는 자연 현상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으며 거대한 역사를 만들어왔다.

 

✔ 지구의 대륙 지각들이 충돌하자 기후가 급격히 변했다. 지면이 얼음에 덮이고, 지구의 많은 부분에 겨울이 닥쳐 수천 년 동안 눈부시게 새하얀 겨울이 계속되었다. 기온이 떨어지자 비가 줄었고, 초원이 나무와 숲을 대체했다. 새들은 새로운 이주 형태를 드러냈고, 동물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거나 적응하지 못하고 죽었다. 약 400만 년 전, 나무에 사는 영장류의 한 갈래인 유인원이 새로운 생활 방식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이제 드넓어진 초원으로 과감하게 나갔고, 일부는 네 발 대신 두 발로 걷는 요령을 습득했다. 이제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 손을 이용해 도구를 만들면서 이들의 뇌는 점차 커졌고, 도구는 자연의 기후 변화가 던질 수 있는 가장 혹독한 조건에서도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었다. 두 다리를 가진 침팬지가 빠르게 여러분과 나 같은 생물로 진화했다. 이들은 말하고 노래하고 야영장에서 모닥불도 피울 줄 알았고, 그림도 그릴 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교실에서 배우는 역사란 고작해야 몇몇 왕과 왕비에 얽힌 이야기, 세계대전에 관한 단편적인 사실이 고작이다. 이렇듯 전문가들은 서로 연결돼 있는 역사적 이야기들을 이런저런 주제들로 이리저리 잘라 놓고, 정부는 교육을 한답시고 자신의 환상에 맞추어 역사를 잘게 쪼개버렸다.

 

이렇게 세계사, 과학, 지구과학 등 분야별로 분리된 여러 분과들 사이에서 과거에 대한 지식이 각각 분리돼 흩어지고, 사람들은 그 속에서 속절없이 길을 잃거나 혼란에 빠져버리기도 한다.

 

✔ 청동과 철, 강철이 발견되어 바퀴와 마차, 말이 더욱 강력해지면서 가축을 몰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사람들과 한 곳에 정착해 새로 건설한 도시와 농촌에서 살기로 한 사람들 사이에 격렬한 싸움이 일어났다. 무장한 유목민에게 무방비 상태의 정주민은 상대가 안 되었고, 결국 곳곳에서 무기를 만들고 방어시설을 구축하는 바람이 일어났다. 숲에서 나무를 베고, 연기를 내뿜는 불로 금속을 제련하고, 새 길을 내어 지구의 부드러운 지각에 상처를 냈다. 배와 말, 낙타, 발로 정주민들이 만든 제품을 이 정착지에서 저 정착지로 날랐다. 자연을 정복해 자연의 풍부한 자원을 활용하면서 농부와 사제, 왕, 군대가 자리다툼을 벌였다.

 

인류사를 올바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위해선 민족적, 지역적 시각을 벗어나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우리 스스로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인류 문명의 발전은 진화생물학과 교묘히 맞물리고, 현대 과학은 선사 시대 예술과, 세계 종교의 발생은 억누를 수 없는 대자연의 힘과 교묘히 맞물려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배웠던 것처럼 지구과학에서 배운 지구의 역사와 인류의 역사가 전혀 다른 곳에서 진행된 분리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구 위의 모든 역사>는 이처럼 137억 년 전 우주의 기원과 인류의 탄생에서부터 지구에 살았던 생물에 관한 이야기, 자연계 안에서 인류가 진화한 이야기와 여러 인간 문명이 발전한 이야기, 그런 문명들과 자연계가 융합해 하나의 전체가 되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새로운 부는 새로운 전쟁을 낳았다. 유럽에서 일어난 종교개혁은 기독교 교회를 산산 조각내 모자이크처럼 서로 분리되었지만 서로 관계있는 기독교 교회들을 낳았고, 민족마다 세계의 패권을 차지하려고 다투었다. 난민들과 순례자들이 해외로 도망가, 유럽이 아닌 땅에 정착해 금방 부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엄청 불어났다. 아프리카 노예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실려가 대농장에서 일했다. 신세계에서 재배된 농작물들이 유럽 사람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바꾸어 놓았다. 다른 인간 문화들과 자연계도 얼마 안 있어 이렇게 빠른 유럽의 팽창이 낳은 결과를 느꼈다. 일부는 러시아 사람들처럼 경쟁에 뛰어들었고, 일부는 터키 사람들처럼 반격을 가하고 유럽 사람들을 붙잡아 노예로 삼았다. 페르시아 사람들은 유럽에 비단을 팔려고 교역소를 세웠고, 이와 달리 극동에서 자급자족을 하던 나라의 통치자들은 서양에서 온 이방인들과 문화적 교류와 상업적 교류를 모두 피하려고 했다. 한편 아메리카에서는 유럽의 모험가들과 이들의 가축이 바다를 건너오면서 자기들도 모르게 가져온 질병으로 지역 사람들이 전멸을 당했다. 유럽 침략자들은 또 전통적인 생활 방식과 전쟁을 벌이면서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을 보호 구역에 몰아넣고 그들의 자식을 훔쳐서 격리시켰다.

 

이 책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지구 과학의 역사와 인간 문명의 역사를 결합하고 산과 꽃, 새와 꿀벌에서 이라크 전쟁과 북극에 매장된 석유까지 어떻게 모든 것이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책은 특히 경이로운 우주의 시작, 기적과 같은 최초의 생명 탄생, 역사적인 문명 발생의 순간과 인류사를 뒤바꾼 결정적인 장면의 이야기까지, 파편처럼 나눠진 지구 위의 모든 이야기들을 일목요연하게 풀어내고 있다.

 

지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