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행복할까, 그렇지도 않다. 이른바 ‘하우스 푸어’로 불리는 사람들이 자그마치 400만 가구라고 하니 우리 경제의 중심에 그들이 있다. 하우스 푸어라는 단어가 사회의 유행어가 되고 있듯, 집을 소유하고 있다고 해도 결코 행복한 것이 아니다. 이들은 집을 구입한 비용을 갚느라 그야말로 허리가 휘고 있다.

<부동산은 끝났다> 김수현 지음, 오월의봄 펴냄


지난 40년간 우리 부동산 시장은 이런 상황을 반복해왔다. 사람들은 늘 ‘집’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고, ‘집의 노예’로 전락하고 있다. 김수현은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주며, 그동안 대한민국 사회를 지배해온 부동산은 끝났다고 말한다. 아울러 ‘부동산 인질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제시한다.

✔ 전국적으로 1억 원 이하 주택은 60.8%에 이른다. 반면 6억 원을 넘는 주택은 1.6%, 22만 호에 불과하다. 2011년에는 이보다 늘기는 했겠지만 여전히 2%에는 못 미칠 것이 확실하다. 추정컨대 시가로 따져서 6억 원이 넘는 주택은 아무리 많아도 3%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언론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온통 6억 원 이상 주택이 가득하고, 전세금도 3억 원 이상만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중상층 이상의 여론이 부동산 시장의 주류가 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쇠락해가는 지방도시 주택이나 이미 월세가 다수를 이루는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애환은 언론에서 잘 다뤄주지 않는다. 아예 관심 밖이다. 언론사의 간부들이 상위 5%에 들어가서 그런가?

책은 전세 대란 해결책을 비롯해 부동산 사기꾼들 대공개, 부동산 시장 흐름을 보는 법, 집을 사기 전에 꼭 알아야 할 것들, 뉴타운사업 실패 이유, 세계의 주택지도 등 우리가 일상에서 알아야 할 부동산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우리는 어쩌면 늘 ‘집’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있다. 부동산에 인질로 잡혀 있는 형국이다. 집을 구하기 위해, 집을 사기 위해 자신의 모든 삶을 걸고 있다. 집이 삶의 목표가 된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 가계자산의 80%는 부동산. 아마도 부동산이 가히 전 재산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또 대출을 통해 집을 구입하거나 세를 사는 사람들 숫자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주거비용이 버는 돈보다 월등하게 크다보니 사람들은 의식주의 기본은 물론 자녀를 출산해 교육시키는 게 늘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 게다가 부동산 관련 산업은 우리 경제에서도 큰 몫을 차지한다. 부동산과 연관된 주택건설업, 금융, 보험, 가구, 중개업, 인테리어, 이사 등을 합하면 아무리 적어도 GDP의 20%는 족히 넘어선다.

올라도, 내려도 걱정!
근심 연속 '집의 구속'

✔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공급은 대부분 민간시장에서 이뤄진다. 그렇다면 시장 구매력이 취약한 계층은 어떻게 주거를 마련할 것인가? 능력이 안 되면 결국 가격이 더 싼 곳으로 밀려나는 것이 시장원리인가? 서민들이 도시 외곽, 산동네, 지하셋방 심지어 고시원으로 밀려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까? 정부의 역할은 시장을 부추기거나 조정하는 데 있는 것만은 아니다. 시장에서 적절한 주거를 구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인간다운 주거를 제공해야 할 책임이 있다. 집은 상품이기 이전에 인간 생활의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문명국가라면, 국가가 그에 합당한 최소한의 주거를 보장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집값은 오르는 것도 문제지만, 내리는 것도 문제다. 오를 때는 신문마다 연일 어디가 얼마 올랐다고 실황 중계에 나선다. 사람들은 덩달아 집을 사야 하는 게 아닌가 조급해한다. 집을 당장 사지 않으면 손해를 볼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집이 없는 사람들은 한숨을 쉴 수밖에 없다.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곧 쫓겨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때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다며 갖은 안을 발표한다. 집값 폭등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세무조사, 금융규제 강화, 부동산 세금 압박, 공급 계획 등의 정책을 연달아 내놓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대책을 발표할수록 상황은 더 꼬인다. 객관성을 담보로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언론은 정부 대책이 별 효과가 없으며 집을 살 기회라고 부추긴다. 신이 난 이른바 시장주의자들은 공급만이 살 길이라며 정부를 질타한다. 너도나도 정부의 무능을 비난하는 가운데 정치권은 전전긍긍하는 상황에 빠진다. 그러다가 어느덧 정점에 오른 집값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하락하게 된다. 언론 보도 등을 보고 무리하게 집을 산 사람들은 가계 재정 상황이 악화된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시장주의자들은 시장에 맡기면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는 ‘반값 아파트’ ‘뉴타운사업’ 등으로 사람들을 욕망의 정치 공간으로 몰아넣고 있다. 진보 진영 쪽에서도 공공임대주택 늘리기, 세입자 보호 등 각양각색의 정책을 내고 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게 쉽게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주택보급률 100%가 넘는 나라에서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 걱정 때문에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무엇보다 ‘부동산 불패론’은 끝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40년 동안 부동산으로 국민을 현혹시키던 정치인, 집을 사라고 부추기는 언론과 전문가의 실체를 낱낱이 밝히고 있다.

✔ 이제 집이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자리라는 생각을 실천에 옮길 때가 되었다. 정부에게 진짜 공공성을 요구하자. 임대주택을 많이 지으라고 할 뿐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시장 규칙을 수립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토건 정치인, 부동산 언론, 무책임한 전문가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진짜 꽃피기 위해서라도 인권으로서의 집을 실현해야 한다.

지은이는 ‘집은 인권이요, 삶의 자리’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크게 세 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내 집이 아니어도 편히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규범과 원칙, 싼 집의 가치를 인정하고 보호하는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또 이것이 이뤄지기 위해선 반드시 지켜야 할 네 가지 원칙이 있다고 말한다. 건설업으로 경기부양 하지 않기, 부동산세금 원칙 지키기, 가계와 금융의 건정성 살리기, 개발이익환수와 나누기가 그것이다.

책은 우리 부동산 시장의 진짜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수치와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외국의 부동산 시장과도 비교하면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 상황을 더욱 거시적인 안목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또 우리에게 익숙한 각종 부동산 정책들의 효과와 한계를 살펴본다. 세금, 금융, 분양가, 공공주택 등 한 번쯤 들어봤고, 또 누군가 만병통치약이라고 했던 그런 정책들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따져보고 있다.

특히 외국의 부동산 정책을 상세히 살펴보고 있는 이 책은 영국, 독일, 일본, 싱가포르, 미국, 북유럽 등 좋고 나쁜 사례들의 진짜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장단점 비교를 통해 우리의 상황을 더 자세히 따져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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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끝났다

저자
김수현 지음
출판사
오월의봄 | 2011-07-29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정말 지금이 집을 살 마지막 기회일까? 대출 없는 전세가 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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