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이타주의자> 앨런 패닝턴 지음ㅣ 김선아 옮김ㅣ사람의무늬 펴냄


<지데일리> “우리 모두는 각각의 이유를 가지고 이 세상에 존재한다. 나는 개인적으로든 선택적으로든 좋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이 말은 우리들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혹은 동물에게, 혹은 내 주위의 모든 환경에 최대한 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서로에게 좋은 존재여야 한다는 것이다.” - 헬렌 니어링.

 

‘이기적 이타주의자’? 이기주의와 이타주의가 함께 연결될 수 있는 개념일까.

 

이기적 이타주의자는 낯선 용어이지만 사실 이미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비자들이다.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된 ‘탐스슈즈’가 대표적이다. ‘내일을 위한 신발’을 목표로 내건 이 회사는 소비자가 신발 한 켤레를 구입하면,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한다.

 

탐스슈즈는 특히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좋은 의도는 물론 디자인과 편안함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나를 위해 신발을 구입하면서 동시에 신발이 없는 어린이에게 신발을 기증하고자 하는 소비자, 이들이 바로 ‘이기적 이타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즉 나를 위해 물건을 사는 욕망과,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욕구가 결합된 이기적 이타주의자, 이들이 바로 21세기 트렌드를 바꾸는 ‘새로운 소비자’들이다.

 

장기적인 메가트렌드 즉,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비롯해 소비자 가치의 변화, 실버 혁명, 협력 커뮤니티 합의의 증가 등은 단기적인 사건들과 합쳐져 다가올 몇 십 년 동안 세계 경제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새로운 소비자를 만들어냈다. 사람들이 ‘무엇’을 사고, ‘왜’ 사며, ‘어떻게’ 사는지가 커다란 변화를 맞게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이어져오던 낡은 제조 방법, 판에 박힌 마케팅, 전통적인 영업 구조는 모두 구시대의 유물이나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세기 대량 생산과 소비 시대가 저물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수많은 국가에서 지속적인 GDP 성장은 더 이상 실현 가능하지도, 또한 현실적이지도 않을 것 같다.

 

<이기적 이타주의자>는 ‘제품군의 변화’와 ‘새로운 소비자의 가치관’이라는 변화가 어우러져 ‘현재’ 그리고 ‘앞으로’를 어떻게 특징짓고 있으며 다른 생활 방식을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새로운 소비자인 ‘21세기 포스트컨슈머’들은 점점 집단화되고 더욱 윤리적인 태도와 목표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적 소비’는 이제 과거의 이야기이며, ‘진정한 가치’가 구매 양식과 소비 패턴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을 위해 최선의 것을 원하지만, 그것이 꼭 타인의 희생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이러한 변화는 세계적인 새로운 윤리관이 될 것이며,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바야흐로 이기적 이타주의 시대에 온 것이다.

 

지난 20세기엔 부가 증가하고 자신의 성공과 사회적 위치를 과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커지면서 ‘과시적 소비’가 크게 성장했다. 집, 자동차, 가정용품 등을 구입하기 위한 대출이 쉬워지고 신용 카드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소비를 더욱 가속시켰다. 


사람들은 돈을 더 많이 벌 때 더 흥분하고, 더 소비한다. 가령, 사람들은 물가 인상률이 4%, 급여가 5% 올랐을 때, 물가 인상률이 0이고 급여가 2% 올랐을 때보다 더 부유해졌다고 느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은 다양한 대출 상품과 할부금 제도를 제공했고, 이렇듯 쉬운 신용 구매는 사람들을 소비의 무아지경에 빠뜨렸다.

 

“삶에는 분명히 모든 것을 소유하는 것보다 나은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 모리스 샌닥(미국 동화작가)

 

그렇지만 언제부터인가 소비자의 가치 변화가 시작됐다.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소셜 네크워킹 사이트가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공동체 의식이 발전하고 있다. 환경 보호와 같은 공동의 관심사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해내고 있다. 경제 위기는 진보주의와 극우주의를 모두 거부하는 세력을 형성했다. 


오늘날처럼 상호 의존적인 세계에서는 불균형이 불안을 만들어내고, 우리 모두를 가난하게 한다. 이제 우리에게 새로운 균형을 찾을 기회가 왔다. 환경 보호주의, 소비자의 새로운 행동 양식, 폭넓은 공동체 의식으로의 전환과 공동체적 의사 결정은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주요 원인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 가운데, 환경 보호주의는 현대인에게 새로운 종교가 됐다. 친환경적 신념과 태도는 환경과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증거가 명백해지면서 점점 커졌다. 


환경 운동은 단순히 열대 우림 파괴를 막거나 호랑이 멸종을 막자는 데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삶과 연관되는 문제다. 런던 대악취 사건, 스모그,중국의 공해와 같은 커다란 사건이 터지면서 우리는 당장 대책을 세우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또한 소비의 시대는 엄청난 쓰레기를 창출했는데, 이제는 물건을 버리는 시점이 아니라 구매하는 시점에서부터 재활용을 고려하는 이른바 ‘사전 재활용’을 실천해야 하는 추세다.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음식과 삶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러한 노력과 흐름에 맞는 생활 양식과 소비가 일반화되고 있다.

 

이 책은 새로운 사치의 개념을 말하고 있는데, 이는 자아실현에 관한 것이며 삶의 대부분을 경험과 배움과 즐거움으로 채우고 싶은 욕구에 관한 것이다. 새로운 소비자는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과시적 소비보다 중요하다고 여긴다. 


즉 ‘더 단순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욕망, 삶에 새로운 면을 더하고 싶은 진심 어린 욕망 등이 바로 이것이다. 이기적 이타주의자들은 사회적 지위보다 공동체를 더 생각하고, 쾌락보다는 가치를, 사치품보다 기본적인 필요를 더 생각하게 됐다.

 

책은 21세기에 우리가 맞닥뜨린 도전은 나 자신을 위해 가장 좋은 것을 하고 싶은 것과 윤리적, 도덕적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것이 바로 이기적 이타주의인 것이다. 나를 위해 물건을 사고 싶은 욕망, 


하지만 그것이 부수적으로 어떤 피해를 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하지는 않는지 확실히 확인하는 것. 나 자신에게 가장 좋은 것을 하는 것, 하지만 환경과 생태계,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피해도 입히지 않는 것.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하고자 하는 욕망, 동시에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욕구가 결합한 것. 이러한 개인의 행동이 수많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예술디자인을 전공한 학생들이 외양간 전면에 벽화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 건국대학교>


한주연기자 82blu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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