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경제ㆍ문화ㆍ사회적으로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 사회 현상에서는 일관된 하나의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주류(mainstream)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면 왜 우리는 더 이상 기존의 주류를 좋아하지 않을까? 이에 대해 영국의 저널리스트 제임스 하킨은 <니치>에서 틈새를 의미하는 경제경영용어인 ‘니치(niche)'의 새로운 의미를 제시한다.

 

 

*니치, 제임스 하킨, 고동홍, 더숲

 

니치는 ‘틈새’를 의미한다. 틈새시장이라는 의미의 니치마켓이라는 용어를 경영학자들은 오랫동안 사용해왔다. 니치는 오랫동안 주류 시장의 틈바구니에서 단순히 생존만을 추구하는 주변적이고 소극적인 개념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니치’의 개념은 주류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으로서의 니치가 아니라, 미래는 기업과 조직 사회 모든 분야가 니치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새로운 환경으로 변화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런 변화의 가장 큰 이유를 기존 중간층의 소멸과 사회가 ‘획일적인 대중’에서 ‘잡식성 대중’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말한다.

 

과거에는 거대 기업들이 문화소비를 이끌었다.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거대 기업의 영향력은 줄어들게 됐고, 그들의 마케팅은 공격적이라기보다는 수성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대기업들이 고삐를 쥐고 주류문화를 지배하고 있었을 당시, 주류문화는 우리 모두가 발을 디딜 수 있는 중간 토대를 마련해줬다. 그리고 이러한 대표적인 예로 의류업체 ‘갭(Gap)’을 들 수 있다.

 

갭은 오랫동안 성공가도를 달렸고,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캐주얼 룩에 힘입어 이후 몇 십 년 동안 경이로운 성장을 보였다. 젊은이들은 티셔츠를 사러, 할머니들은 카디건을 사러 갭 매장에 방문했다.

 

그런데 갑자기 경쟁업체 아베크롬비에게 젊은 고객층을 빼앗기자 그들을 잃어버린 것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드넓은 중간층 시장을 내팽개치는 우를 범했다. 중간층의 마음을 되돌리려 했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이처럼 하나의 정답만 존재하는 세상이 아니다. 때문에 모든 이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하면 어느 누구의 마음도 얻지 못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이 책에서 지은이가 말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환경에서 니치는 더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고 주류가 아니라 독특한 정체성을 지닌 집단을 타깃으로 하는 다양한 니치들이 그물처럼 얽혀 새로운 권력을 창출하게 됐으며, 이제는 니치가 정치, 경제, 문화의 대세가 됐다는 게 지은이의 분석이다.

 

책에 따르면, 니치는 기존의 육중한 공룡기업뿐만 아니라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개인에 이르기까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 있는 새로운 영토와도 같다. 새로운 문화 생태계에서 가장자리와 주류 사이의 관계는 이제 뒤섞여버렸고, 고유한 틈새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만이 오직 중요해졌을 뿐이다.

 

미래사회를 이끌 키워드 '니치'

 

이 책에는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해 성공으로 이끈 다양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우선 애플을 보자. 전통적인 사훈인 ‘다르게 생각하라’와 수백만 규모의 열광적인 팬 집단을 거느린 이 컴퓨터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고급 제품 제조업체이며, 종교 집단에 가까운 추종자를 양산한다.

 

애플의 제품들 가운데 가장 상징적인 제품은 아이폰이지만, 지난 2010년 애플은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불과 3퍼센트만을 장악했다. 그렇지만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애플은 이전 해에 2500만 대의 아이폰을 팔아치웠고 전체 휴대전화 산업에서 가장 알짜배기 수익을 집어삼켰다.

 

전 세계적으로 열광적인 지지자들을 가진 몰스킨도 주목된다. 몰스킨은 21세기 아방가르드와 관련된 수많은 위대한 예술가들과 작가들이 같은 종류의 노트를 사용해서 스케치를 하거나 초고를 작성했다는 사실에 착안함으로써 지금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마티스의 스케치북, 피카소의 스케치들이 그려진 조그만 노트,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앙드레 브르통의 일기장을 주목하지 않았다면 과연 지금의 몰스킨은 존재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스타벅스는 천편일률적인 상품이 될 위험에 처했던 커피를 맛으로 가치를 평가받는 상품으로 변모시키는 데 공을 세웠다. 고급 커피에 대한 대가로 후하게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열렬한 커피 애호가들을 끌어들이기를 원했고 그 전략은 가히 성공적이었다.

 

인스턴트 커피 판매 실적이 여전히 떨어지고 있고 주류 커피 산업이 계속해서 하향세를 타는 동안, 스타벅스를 선두로 커피 전문점들은 시장의 6퍼센트를 차지하면서 커피 원두 판매를 연간 30퍼센트씩 성장시켰다.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영토를 향한 열망으로 가득한 시기, 이 책은 미래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지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