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번에 나온 그의 <마지막 강의>는 지구에서 생존의 위기에 처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전하는 예언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마지막 강의, 데이비드 스즈키, 오강남, 서해문집

 

환경운동에 매진하며 ‘종말과 암운 박사(Dr. Doom and Gloom)’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을 얻기도 한 그는 모교인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에서 한 ‘마지막 강의(The Legacy)'와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영화를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그는 이 책에서 경제 지상주의의 늪에 빠진 우리 사회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변화를 요구한다.

 

☑ 원주민들은 모두 지구를 자기들의 어머니라 보고, 우리는 흙과 공기와 불과 물(土風火水)이라는 네 가지 신성한 요소로 창조되었다고 말한다. 나는 우리가 문제를 잘못 짚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우리 인간과 환경 간의 관계를 규제할 법과 기구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는데, 사실 우리와 별개로 환경이라는 것이 “저기” 독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우리 자신”이 환경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동안 지구에서는 과학적 지식이 폭발하고, 인간이 지구와 맺은 관계엔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세계 인구는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글로벌 경제의 결과로 생태적 파괴가 크게 증가하고, 기술적 능력이 말할 수 없이 확대됐다.

 

이런 변화는 인간을 지구의 생물학적, 물리학적 양태를 지질학적 규모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슈퍼 종(種)으로 바꿔줬고, 이제 인류 자체의 안녕과 생존이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은이는 이러한 지구의 상황을 박테리아와 실험관의 비유를 통해 설명한다.

 

박테리아 음식으로 가득한 실험관을 상상해 보자. 박테리아 개체 하나를 실험관에 투입하면 그 개체는 1분에 두 개로 갈라진다. 여기서 박테리아는 인간을, 실험관은 지구를 의미한다.

 

시작 시간 박테리아는 하나다. 1분 지나면 두 개, 2분 지나면 네 개, 3분 지나면 여덟 개, 이런 식으로 불어난다. 이는 기하급수적 성장이다. 60분에는 실험관이 박테리아로 가득하고 음식은 남아 있지 않다.

 

실험관이 반이 됐을 때는 언제일까? 물론 59분이었다. 1분 후에 실험관이 가득 차게 된 것이다. 58분에는 실험관이 25퍼센트 찼었고, 57분에는 12.5퍼센트 찼고, 55분에는 실험관이 3퍼센트밖에 차지 않았다.

 

그때가 돼 박테리아 중 하나가 인구 문제를 지적하면, 다른 박테리아들은 55분이나 지날 동안 아직 실험관의 97퍼센트나 비었는데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 조롱한다. 그러나 그들은 5분만 있으면 실험관이 꽉 차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 우리가 숨을 내쉴 때 우리 코를 떠난 숨은 곧바로 바깥 공기와 섞여서 우리 옆에 있는 다른 사람의 코로 들어간다. 내가 공기고 옆 사람도 공기라면,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우리가 공기를 모체로 하여 살아간다면 우리는 지구 위에 있는 다른 사람과 호흡을 같이하는 것뿐 아니라 나무도, 새도, 거미도, 뱀도 우리와 호흡을 같이하는 셈이다. (…) 우리가 영양을 위해 먹는 음식은 모두 한때 살아 있던 것으로, 그 대부분이 토양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는 식물이나 동물들의 잔해를 채취해서 그것들을 잘게 만들어서 우리의 몸으로 받아들인다. 우리는 토양 자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생존 불가능의 지구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가 자연의 법칙이 경제 원리에 앞서야 할 것을 역설하며, 우리가 더욱 전통적인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권한다. 인간은 곧 흙이며, 물이며, 불이며, 땅이며, 공기임을 하나하나 비유를 들어가며 쉽게 설명한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위기에 닥쳤을 때 해 온 것처럼 지금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모두 함께 뭉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자신의 ‘마지막 강의’를 통해 변화가 우리 각자로부터 시작한다고, 필요한 것은 오로지 그것을 꿈꿀 수 있는 상상력과 그 꿈을 현실로 바꾸려는 의지라고 강조한다.

 

지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