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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에게 '즐거운 공부'란?
    사회 2013. 3. 12. 10:31

    [공부하는 인간]


    우리는 왜 공부에 매진하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공부란 무엇일까.


    지금 세계는 전쟁, ‘공부전쟁’ 중이다.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부하는 전 세계 청춘들의 열정과 패기는 어떤 공부가 좋은 공부이고 나쁜 공부인지에 대한 가치 판단에 앞서 그 무엇으로도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뜨겁고 또 치열하다.


    이 외에도 갓 태어난 아기부터 100세 노인까지, 개인의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써의 공부에서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배움에 대한 욕구 충족을 위한 인문적 탐구까지, 끝이 없이 펼쳐진 공부의 길 위에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공부전쟁’을 치루고 있다.


    <공부하는 인간>은 각 문화권마다 공부의 목적은 무엇이며 어떻게 공부하는가, 그리고 최고의 공부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생생한 현장과 함께 미래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공부의 길은 무엇인지 깊이 있게 고민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공부하는 인간 호모 아카데미쿠스> KBS 공부하는 인간 제자작팀 지음, 예담 펴냄


    어느 토요일 대한민국 대치동의 학원 교실은 이미 학생들로 가득 차 있다. 교실 안의 학생 수가 무려 90명이 넘는데다 수많은 책의 탑들이 책상을 점령하고 있다. 학생들은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으면 교실이 비좁기 때문에 수업에 필요한 책들을 모두 책상 위에 꺼내놓은 채 공부하고 있다. 고개를 숙이면 책 더미에 가려져 머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도서관 예시바. 이곳은 모두 숨을 죽이고 조용히 책에 집중하는 일반적인 도서관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마치 시장처럼 시끄럽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상 위에 책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다른 사람과 치열하게 토론을 벌인다. 예시바는 질문을 매개로 한 토론과 논쟁의 공부를 중시하는 유대인의 교육문화를 집약해놓은 공간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서로 치열하게 토론을 벌이는 학생들이 모르는 사이라는 점. 학생들은 초면인데도 지속적으로 파트너를 바꿔가며 토론을 벌이고, 나이도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토론 주제에 대한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다.


    책은 우리는 인류 최초의 문명인 수메르 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얼마나 지독하게 공부전쟁을 벌여왔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 각 문화권마다 인류 보편의 테마인 공부에 대한 정의가 다르고, 목적이 다르며, 그 방식도 다르다는 것 역시 알려준다.


    특히 동양과 서양은 문제해결의 방식이나 지식, 진리를 대하는 관점의 차이로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공부에 몰두해왔으며, 각각의 방식은 문화권 내에서 경쟁력과 가치를 지닌다.


    ❐ 공부의 핵심가치는 무엇인가


    미국 동부의 뉴햄프셔 주 엑시터 시에 위치한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 이곳의 토론식 수업은 일명 ‘하크니스 테이블(Harkness Table)’이라고 불리는 큰 원형 탁자에서 이뤄진다. 큰 원형 탁자에서 교사와 12명의 학생들이 둘러앉아 수업을 하는 방식은 테이블에 앉은 모든 사람이 상대의 얼굴을 보며 토론을 할 수 있고, 모든 사람의 질문과 의견, 아이디어가 동등하게 오가는 장점이 있다. 창의적인 수업방식 덕분에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는 평범한 학교에서 세계 최고의 명문이 될 수 있었다.


    영국의 옥스퍼드대학교. 옥스퍼드대는 질문을 통한 소통과 협력의 공부를 지향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일례로, ‘1:1 튜터링(tutoring) 수업’, 즉 ‘개인교습’을 꼽을 수 있다. 개인교습은 옥스퍼드대의 특별한 수업방식으로, 교수가 1~2명의 학생을 집중적으로 개별 지도하는 수업이다. 옥스퍼드대의 교수들은 대개 한 주제를 공부하는 데 일생을 바친 전문가들이어서 개인교습 시간에 다루는 내용을 학생들이 폭넓게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MIT 미디어랩. 이곳은 연구소인데도 건물 구조가 매우 개방적이다. 건물 중앙이 뻥 뚫려 있고 창문이 투명해 어느 층 어느 곳에서나 다른 연구실을 들여다볼 수 있다. 또 외부인도 간단한 신분확인 절차만 거치면 연구실을 둘러볼 수 있고, 연구원들은 방문객들에게 자신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설명한다.


    특히 이곳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모여 자유롭게 논의하고 토론하며 아이디어를 모으는 작업이다. 이 모두가 MIT 미디어랩이 ‘소통’을 공부의 핵심가치로 여기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이 곳들이 꼭 미래 공부의 정답은 아니다. 다만, 다양한 방식의 배움과 교육 현장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와 가치는 무엇인지 한 번 더 고민해보기를 제안하는 것이다.


    배움에 끝이 없듯, 공부에는 정답도, 왕도도 없다. 세상에는 늘 새로운 지식이 존재하고, 인간은 끊임없이 생기는 새로운 의문을 풀기 위해 배우고 익히며 살아가는 보통의 존재일 뿐이다. 이 점에서 책은 그 숙명의 길을 걸어가는 우리들의 발걸음에 작지만 유익한 좌표 역할을 해준다.


    한주연 기자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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