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에도 이동식 장사가 있다. … 사람이 붐비는 곳에 임시로 자리를 빌리거나, 주인이 바뀌는 점포를 며칠 쓰다가 사라진다(간혹 주인은 바뀌지 않고 업종 변경을 위해 내부공사를 준비하느라 잠시 노는 점포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어떻게 그 틈을 알고 활용하는지 그 정보력과 민첩성에 놀란다). 

동네에 들어온 유랑상단을 보았다. 상가입구 바닥에 물건을 진열하고 큼직하게 ‘정리 끝’을 써 붙였다(시작하자마자 정리한다는 게 좀 이상하지만 그들은 경험상 정리효과를 믿는 게 틀림없다). 그 다음 날은 ‘폐업 끝’으로 바뀌었다. 그 다음 날은 ‘내일 끝’이라고 써 붙였다. 마침내 「오늘 끝」이 왔다. 하지만 오늘은 끝이 아니었다. 그 다음 날 붙은 말은 ‘짐 싸요’였다. 정리에서 시작하고, 폐업과 내일을 거치고, 「오늘 끝」에 짐 싸기까지 닷새 동안-나흘을 예상했다가 하루가 더 늘어난 것인지도 모를 일, 유랑하는 존재는 떠나는 기일을 예측할 수 없으니- 장사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 그들은 떠났다. 떠나면서 언제 다시 올 지도 모른다는 듯 ‘신월동 엄마들 안녕’이라고 인사를 잊지 않는다(그들이 파는 물건들은 주로 엄마들이 구매하는 물건이었다). 「오늘 끝」이 오늘이 아닌 그 이동상단 식구들은 오늘 어느 동네 엄마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을까. / 이일훈 <상상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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