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마을로 돌아가다]


정치, 문화, 교육, 윤리 등 모든 분야가 철저하게 경제의 지배를 받는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 


<고양이 마을로 돌아가다> 히라카와 가쓰미 지음ㅣ이숲 펴냄


영속할 줄 알았던 경제 성장의 신화가 서서히 무너지자 그 암울하고 불길한 효과가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 불경기가 계속돼도 상품은 넘치고, 시장이 포화돼도 기업은 끝없이 상품을 생산한다. 


경제가 모든 분야를 지배하고 주식회사가 경제를 견인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 성장은 절체절명의 과제로 꼽혔다. 그러나 상품은 넘쳐나고 시장은 포화돼 더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이 시대 자본주의에서 ‘성장’이라는 말은 이제 배제할 때가 됐지만 대기업과 투자자들은 영원히 황금알을 낳아준다고 믿는 ‘성장’이라는 이름의 오리를 여전히 품에 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가 내리막길을 달리듯 절망적으로 추구하는 성장이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을까. 사회와 기업의 절대 과제가 된 생산과 성장이 잉여를 남기고,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현상은 또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을까. 화폐와 신용마저도 상품화한 금융시장이 낳은 빈부격차와 양극화는 얼마나 더 심각해질까.

 

사회비평가인 히라카와 가쓰미는 <고양이 마을로 돌아가다>에서 자본주의 본질을 자본과 경영이 분리된 주식회사 체계의 작동 방식에서 찾는다. 


그는 주주의 주머니를 계속 불려줘야만 존속할 수 있는 주식회사의 운명이 바로 이 ‘불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해야만 하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잘 설명해준다고 말한다. 


‘편의점이 출현하면서 우리는 돈만 있으면 혼자서도 살 수 있는 편리함을 얻었다. 편의점은 24시간, 언제라도 돈만 있으면 필요한 것과 교환할 수 있는 편리한 시장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오로지 돈뿐이며 학력도 친구의 도움도 가족의 협력도 지역 사람들과의 연대도 필요 없다. 계산대에 자기가 살 것을 올려놓기만 하면, 모니터에 금액이 표시되고 판매자와 말을 섞을 필요도 없이 돈을 내고 나서 물건을 들고 떠나면 그만이다. 그러나 만약 돈이 없다면, 편의점은 우리와 완전히 무관한 공간으로 우리에게 어떤 지원도 협력도 하지 않는다. 편의점에서 우리는 돈을 가져오는 무명의 소비자일 뿐이며, 돈 없는 사람은 매장 분위기만 해치는 방해꾼이다. 이럴 때나 우리는 편의점에 의존하던 삶에서 필요 없었던 것들, 즉 친구의 도움이나 가족의 협력, 지역 사람들과의 연대 등을 돌아볼 뿐이다.’(54~55쪽) 


저자는 번잡하고 소란한 도쿄 중심가에 있던 현대식 사무실을 떠나 조금 후미진 동네로 이사한다. 그곳에는 작은 가게들과 골목길이 여전히 남아 있고, 주민은 서로 인사하고 왕래하며, 길고양이들이 한가롭게 돌아다닌다. 


아직 대기업 연쇄점들이 골목을 장악하거나 토건 재벌들이 고층 아파트들로 하늘을 가리지 않은 그 지역에서 저자는 친구들과 함께 다방을 개업해 손님들에게 한가롭게 즐길 ‘시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저자는 동네 상인들이 만든 음식을 사 먹고, 마을 장인들이 만든 옷을 사 입고, 지역 수공업자들이 만든 물건 사 쓰기를 선호한다. 길고양이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그들과 대화하고, 몸이 부실한 유기견을 입양해 노심초사하며 기른다. 


병든 아버지를 위해 요리를 배우고, 늙은 어머니가 아픈 다리를 끌고서라도 들러 주인들과 잡담을 하는 동네 가게들이 모두 잘되기를 바란다. 


저자가 몸소 보여주는 이런 삶의 방식은 바로 불가능한 ‘성장’을 위해 모든 것을 파괴하는 ‘주식회사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로 보인다. 


저자는 특히 이런 ‘착한 사회’의 전형을 공중목욕탕에서 찾는다. 공중목욕탕에서는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건을 소중히 하고, 욕조의 물이 넘치지 않도록 각자가 조심하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욕조에 수건을 가지고 들어가지 않는다는 등의 규칙이 작동한다. 


‘내가 공중목욕탕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곳이 주민 생활에서 공동의 장과 같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공중목욕탕을 제외하고 주민이 생활을 공유하던 장소라면 주부들이 채소를 씻거나 아이들이 놀다가 물을 마시기도 했던, 용수로에 설치된 공동 세면장 정도가 있었던 것 같다. 공중목욕탕에는 몇 가지 지켜야 할 규칙이 있었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통은 사용하고 나서 깨끗하게 헹군 다음 원래 있던 자리에 놓아둬야 했다. 욕조에 들어가면 거기 설치된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도 지켜야 할 예의였다. 불필요하게 물을 낭비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욕조에 수건을 가지고 들어가 물에 담그지 않는 것도 이용자들에게는 상식이었다. 생각해보면 이런 약속에는 모든 이가 사용하는 공유물을 소중히 다루고, 오래 보존하려는 절약 정신이 담겨 있었던 같다. 이런 경제는 아파트 시대 이후 대량 생산, 대량 폐기 경제와 확연히 다르다. 애덤 스미스와 존 스튜어트 밀은 경제 발전 이후에 정상 상태가 도래하리라고 예언했다. ‘정상 상태’란 생활필수품이 충족돼 더는 경제를 발전시킬 필요가 없는 상황으로, 이런 상태가 되면 이전에 욕구 충족과 생활의 편의에 사용하던 자원을 삶의 풍요와 정신적 충족을 위해 사용하는 획기적인 전환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적어도 일본에서 ‘정상 상태’라는 것이 실현된 적은 없었다.’(150쪽)


그는 인간이 사물과 맺는 이런 관계가 대량 생산, 대량 소비, 대량 폐기 경제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말한다. 


고전 경제학자들이 말한 ‘정상 상태’란 생활필수품이 충족돼 더는 경제를 발전시킬 필요가 없는 상황으로, 이런 상태가 되면 이전에 욕구 충족과 생활의 편의에 사용하던 자원을 삶의 풍요와 정신적 충족을 위해 사용하는 획기적인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는데, 지금이 바로 이런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역설한다. 


저자는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한 이래 정치, 경제,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변화에 주목한다. 아베노믹스는 국채를 늘려 재정적자가 대폭 늘어났고 소비세를 5%나 인상했지만, 경기를 부양하지도 못했고 재정건전성을 확보하지도 못했다. 


아베는 그러나 법인세를 인하하고 부자 감세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저자는 일본 사회에서 아베 집권 후 작은 버블 현상이 시작되고 사업할 기회가 찾아온 것처럼 분위기가 들떴지만, 가시적인 변화도 없고 경제정책의 효과를 확인할 수 없닥 지적한다. 


또한 권위적인 아베 총리의 독선과 불통을 꼬집으면서 사회, 기업, 학교에서 경쟁을 부추기고 획일화한 효율성을 강조하는 정책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경고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와 주식회사 체계의 본질을 날카롭게 파헤치고, 경쟁과 탐욕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보수 우익 정권이 집권한 현재 일본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나라의 현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한다.


지데일리 손정우기자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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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daily 지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