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


지난 2009년 10월17일 모하메드 나시드 몰디브 대통령과 부통령, 장관 11명은 몰디브 기리푸시 섬 바닷물 속에 들어가 30여 분간 진지한 회의를 가졌다. 세계 최초의 물 속 국무회의를 위해 참석자 모두 스킨스쿠버 강습을 받았고, 해수면 4~5미터 아래에는 책상과 방수팬까지 준비됐다. 이들은 왜 이런 일을 벌였을까?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바닷속’ 회의를 감행한 이유는 기후 변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국토가 물에 잠기고 있는 심각한 사태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회의를 마친 대통령과 각료들은 ‘최전선에서 보내는 SOS’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기후 변화가 지구의 안녕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몰디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이며 만약 몰디브를 구할 수 없다면 나머지 세계의 안전도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과학자들은 인류가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50년 안에 몰디브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몰디브 대통령의 말처럼 ‘몰디브에서 살고, 몰디브에서 손자들을 키우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몰디브의 침몰은 인간의 탐욕이 자원고갈과 기후변화로 이어져 결국 생존까지 위협하는 사례의 가장 극단적인 모습일 수도 있다.


부인하고 싶어도 이미 번영의 종말은 몰디브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됐다. 성장에 대한 끝없는 추구와 소비 지상주의가 지구를 망가뜨리고, 결국 붕괴로 이어지게 되므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명제는 이미 세계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 요르겐 랜더스 지음, 김태훈 옮김, 생각연구소 펴냄


고장난 자본주의, 유한한 자원에 대한 위기감이 보편적 담론이 되고 인류 스스로가 지구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기까지 실로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이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 결정적 시작은 41 년 전의 위대한 연구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치ㆍ경제ㆍ과학ㆍ기업 등 각 분야의 저명인사들로 구성된 글로벌 비영리 연구기관인 로마클럽은 MIT 시스템 역학 그룹의 도넬라 메도즈, 데니스 메도즈, 요르겐 랜더스, 윌리엄 베런스에게 ‘인류의 위기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를 위임했다. 그리고 2년여 간의 연구 활동을 통해 분석, 정리한 내용을 보고서로 발표했다. 제목은 <성장의 한계(Limits to Growth)>였다.


당시 이 작은 보고서는 브레이크 없는 경제 성장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전망하며 무한한 인간의 욕망에 경종을 울렸고 인류를 엄청난 충격에 몰아넣었다. 결국 끊임없는 찬사와 관심에 힘입어 단행본 출간으로 이어졌고, 세계를 뒤흔든 기념비적 저서로 평가받으며 지금까지 ‘인류의 미래’와 ‘지구의 내일’을 언급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다.


특히 <성장의 한계> 공저자 가운데 로마클럽이 가장 신뢰하는 미래학자이자 노르웨이 경영대학원 기후 전략 교수인 요르겐 랜더스(Jorgen Randers)는 지난 40년간 성장 위주의 세계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경고하는 데 앞장섰다.


그는 현실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정책 분석가로서 세계 야생 동물과 원시적 환경 보호 조직인 세계자연보호기금(World Wide Fund for Nature)의 부국장으로 활동하는 한편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 자문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2년 그동안의 연구와 정책 참여 활동을 집대성한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는 내놓았다.


요르겐 랜더스는 이 책에서 40년 후 인류는 극심한 기후 변화와 저성장 경제 속에서 살아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울러 향후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미칠 다섯 가지 요소, 즉 자본주의, 경제성장, 민주주의, 세대 간 불평등, 기후 변화의 양상을 다각도로 분석해 2052년 나와 아이의 삶의 모습을 포괄적으로 설명한다.


❐ 번영의 시대, 파국을 이겨내려면…


결론적으로 나는 우리가 지난 40년 동안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대다수에게는 해롭지만, 성장의 편익을 사유화하는 한편 더 큰 비용을 사회화하는 방법을 찾아내 성장 이데올로기를 밀어붙이는 소수의 엘리트가 그 사실을 의도적으로 부인해왔다고 여긴다. 내가 생각하는 중대한 질문은 이것이다. 부인과 착각, 혼란이 또 다른 40년 동안 계속될 것인가? 우리가 성장의 경제적 한계를 계속 부인한다면 더 단절적이고 파국적인 생물물리학적 한계에 부딪히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릴 것인가? 나는 향후 40년 동안 우리가 경제적 한계를 인식하고 거기에 적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적응이란 ‘성장’에서 분명 현재보다 규모가 작은 ‘정상 상태 경제’로 옮겨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 규모는 자원 처리량으로 잘 측정한 생태계 대비 경제의 물리적 크기를 뜻한다.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충분한 일자리를 공급할 만큼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을까? 일자리 창출, 소득 증대를 위한 경제 성장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지구와 인류를 보호할 해결책을 만들고 실행하기 위해 민주주의는 어떤 변신을 해야 하는가? 젊은 세대는 나이든 세대가 물려준 연금 및 세금 부담을 갈등 없이 받아들일까? 인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못해 초래될 피해를 감당할 수 있을까?


책은 사상 초유의 저성장 경제와 극단적 환경 재앙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인과 사회, 나아가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오랜 연구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논리적이고 근거 있는 답을 제시한다.


특히 미국 중심의 미래 전망에서 벗어나 세계를 다섯 개 지역으로 나눠 각 지역이 맞이할 2052년을 상세하게 그린다. 인구와 GDP를 기준으로 세계를 미국, OECD(미국 제외) 회원국, 중국, 신흥대국(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10개국), 나머지 150여 개의 가난한 나라들로 나눠 각 지역의 성장과 후퇴 또는 정체를 예측한다. 이는 세계의 불평등과 빈부 격차가 얼마나 심각해질지 가늠해볼 수 있는 기초 자료가 된다.


지은이는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각 분야 전문가 41명에게 “2052년까지 틀림없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는 일들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들의 생각을 경청했다. 흥미롭게도 이들의 시각은 놀라울 정도로 일치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미래에 대한 다차원적이고 객관적인 그림이 완성된 것이다.


사실 성장 정체, 극심한 기후 변화, 자연 파괴, 불평등 심화 등을 예견한 이 책의 내용은 가히 절망적이다. 아이들에게 들판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도록 가르치는 것도,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산호초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도 40년 후에는 불가능하다는 예측은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장밋빛 기대와 희망을 꺾어 놓는다.


그렇지만 세계적 석학의 디스토피아적 전망에 실망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는 미래 문제에 대한 이해를 넘어 이를 해결할 인류의 행동을 촉구한다. 암울한 미래상을 조금이라도 바꾸고 피할 수 없는 위기에 대비하려면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미래는 인류가 마주한 문제들을 적시에 해결하지 못했을 때 벌어질 가장 최악의 그림일 뿐 정해진 것이 아니다. 정치인과 전문가, 국제기구에게만 문제 해결을 맡길 것이 아니라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개인들과 내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들이 함께 행동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거대한 시스템 변화를 한 사람이 이끌 수는 없지만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기후 변화, 환경 오염, 성장우선주의의 악영향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보고 이를 사회적 문제로 부각시켜 함께 해결에 나설 때, 인류의 지속가능한 행복은 좀 더 빨리 다가올 것이라는 지은이의 설명이다.


손정우 기자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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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daily 지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