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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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동 엄마들 안녕'공감한줄 2017. 4. 9. 22:45
장사에도 이동식 장사가 있다. … 사람이 붐비는 곳에 임시로 자리를 빌리거나, 주인이 바뀌는 점포를 며칠 쓰다가 사라진다(간혹 주인은 바뀌지 않고 업종 변경을 위해 내부공사를 준비하느라 잠시 노는 점포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어떻게 그 틈을 알고 활용하는지 그 정보력과 민첩성에 놀란다). 동네에 들어온 유랑상단을 보았다. 상가입구 바닥에 물건을 진열하고 큼직하게 ‘정리 끝’을 써 붙였다(시작하자마자 정리한다는 게 좀 이상하지만 그들은 경험상 정리효과를 믿는 게 틀림없다). 그 다음 날은 ‘폐업 끝’으로 바뀌었다. 그 다음 날은 ‘내일 끝’이라고 써 붙였다. 마침내 「오늘 끝」이 왔다. 하지만 오늘은 끝이 아니었다. 그 다음 날 붙은 말은 ‘짐 싸요’였다. 정리에서 시작하고, 폐업과 내일을 거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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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서도 모르는 우리네 일상사회 2013. 12. 9. 17:06
[사물과 사람 사이] ‘건축계 최고의 글잡이’로 손꼽히는 중견 건축가 이일훈. 그는 우리네 일상의 삶을 깊게 되짚어보는 사색과 성찰의 글로 주목받아왔다. 그동안 여러 저작을 통해 환경과 생태의 문제가 사람과 삶의 문제임을 천명하기도 했다. ‘식물성의 사유’와 ‘생태학적 상상력’의 건축가인 그는 생태환경 에세이집 와 등을 통해 ‘녹색철학’의 가능성을 가늠하고, 그에 따르는 일상의 실천적 덕목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엔 도시 산책자의 눈으로 동네와 자연을 두루 살피며 우리가 익히 아는, 그러면서도 쉽사리 느끼지 못하는 세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는 그가 접한 사물을 카메라로 하나하나 찍으면서, 사물과 나눈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부드러워 보이는 곡선의 넝쿨도 경직되면 돌과 같다. 반대로 휘청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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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르게 생각한다>과학 2011. 2. 7. 17:05
숲은 생명 그 자체 [지데일리] http://gdaily.kr/14404 ‘식물성의 사유’와 ‘생태학적 상상력’을 지닌 건축가로 평가받는 이일훈은 그동안 ‘불편하게 살기, 밖에 살기, 늘려 살기’를 자신의 건축미학과 생활철학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식물성의 사유를 환경과 생태의 장으로까지 확장해 웅숭깊은 ‘녹색철학’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그에 따르는 일상의 실천적 덕목을 제안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는 이일훈이 그동안 숲 가꾸기 활동단체 ‘생명의 숲’을 응원하는 월간지 에 연재한 글을 묶은 생태 환경 에세이집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환경’이란 우리 삶을 에워싼 모든 조건들을 이르기에 삶의 질은 곧 환경의 질을 의미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즉 환경과 생태의 문제는 바로 사람과 삶의 문제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