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같은 일을 10년, 20년, 심지어 30, 40년을 해도 ‘그럭저럭’ 잘할 뿐, 세계적인 수준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일까?


사진_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ㅣ제프 콜빈 지음ㅣ김정희 옮김ㅣ부키 펴냄.jpg 흔히 위대한 성과를 거둔 이들을 보고 우리는 ‘타고났다’거나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두 가지 답 모두 틀렸다. 천재의 대명사로 불리는 모차르트를 살펴보자.

 

우선 모차르트에겐 ‘특별한’ 아버지가 있었다.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는 유명한 작곡가이자 연주자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뛰어난 음악 교육자였다. 그가 펴낸 바이올린 교습서는 수십 년 동안 그 권위를 인정받았다. 모차르트는 그런 아버지에게서 세 살부터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모차르트는 그럼 일찍부터 재능을 나타냈을까? 모차르트가 열한 살에 작곡했다는 피아노 협주곡에는 사실 그가 작곡한 부분이 전혀 없다. 모차르트는 스물한 살에야 오늘날 걸작으로 치는 피아노 협주곡 9번을 작곡했다. 스물한 살이 어린 나이임에는 분명하지만 18년 동안 혹독한 훈련을 거친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는 모차르트처럼 음악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카네기멜론 대학 존 헤이스 교수에 따르면 시인 66명 중 55명이 훌륭한 작품을 내놓기까지 10년 이상 걸렸다. 화가들도 이보다는 짧지만 대략 6년이 필요했다. 비즈니스의 천재들은 어떨까? ‘20세기 최고의 경영자’ 잭 웰치는 스물다섯 무렵에도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GE에 입사할 당시 훗날 최고의 경영자가 되리라 짐작할 만한 단서를 주지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성공한 것을 어릴 때부터 컴퓨터에 푹 빠져 지낸 덕분으로 여기곤 하지만 사실 그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전문성이 아니라 사업에 착수하고 기업을 경영하는 능력으로 성공했다.


:::노련한 체스 마스터들과 일반인들에게 한창 경기 중인 체스 판을 보여 주는 실험을 해 보았다. 체스 판 위에는 20개에서 25개 사이의 말이 놓여 있었는데, 참가자들에게 5초에서 10초 정도 체스 판을 보여 준 뒤 말들의 위치를 기억해 보도록 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체스 마스터들은 대체로 모든 말의 위치를 기억해 냈지만, 일반인들은 네다섯 개밖에 기억하지 못했다. 그다음에 학자들은 체스 규칙과 관계없이 말들을 무작위로 늘어놓은 체스 판을 참가자들에게 보여 주고 다시 실험했다. 이번에도 일반인들은 네다섯 개만 기억했다. 하지만 평생을 체스와 함께 살아 온 마스터들도 예닐곱 개 정도 기억하는 데 그쳤다.:::



모차르트에게 열정적인 아버지가 있었다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들이 열심히 노력한 것은 사실이지 않을까? 이 점은 전설적인 미식축구 리시버 제리 라이스에게서 확인할 수 있다.


제리는 스피드가 부족하다는 평을 받아 대학에 진학할 때도, 프로팀에 입단할 때도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가까스로 프로 무대에 선 그가 스무 시즌 동안 세운 통산 기록(리셉션, 터치다운 리셉션, 리시빙 야드)은 2위와 월등한 차이가 난다. 5~10퍼센트만 해도 대단한데 무려 50퍼센트 차이다. 그의 훈련방식은 다른 선수들이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고된 것이 사실이었지만 문제는 고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는 의외로 전체 경기 시간의 1퍼센트 정도만 연습에 썼고 부상을 우려해 격한 연습경기보다 혼자서 연습했다. 또 대부분의 선수들이 스피드 훈련에 매달린 반면 그는 지구력 훈련에 집중했다. 이 때문에 4쿼터에서 그가 경기를 뒤집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제리의 훈련은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이 어떤 것인지 몇 가지 단서를 보여준다.


미국 주간지 <뉴요커New Yorker>의 음악 평론가 알렉스 로스(Alex Ross)는 ‘잘츠부르크의 기적’(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가 자기 아들을 두고 ‘신이 잘츠부르크에서 일으킨 하나의 기적’이라고 말한 데서 나온 말)에 관한 최근의 많은 연구들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지금 부푼 기대로 아장아장 걷는 아이에게 <아기 모차르트> 비디오를 보여 주는 부모들은 모차르트가 18년 동안의 혹독한 연습을 견뎌 낸 뒤에야 우리가 아는 그 모차르트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실망할지도 모른다.”


≪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는 우리가 ‘재능’과 ‘노력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성공은 재능에 달렸다는 오해를 파헤치고 있다. 지은이 제프 콜빈은 “모든 성공 뒤엔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이 있다”면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를 비롯한 유명인사들은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으로 위대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