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한 방송기자가 있다. 그런 그에게 자신의 고유영역과도 같던 탐사보도팀이 아닌 스포츠 중계팀으로 발령이 난다. 동료기자 모두 의아해했지만 이유는 분명했다. 언론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그가 ‘KBS 사원행동’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한국방송(KBS) 최경영 기자다.


사진_9시의 거짓말ㅣ최경영 지음ㅣ참언론시사인북 펴냄.jpg최경영 기자가 쓴 ≪9시의 거짓말≫은 ‘나는 진실을 객관적으로 보도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한다. 지은이는 KBS 안에 이런 고민을 하는 기자들이 적지 않다고 고백한다. 그가 보기에 언론의 언어는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고 말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시절 보수 신문들이 만든 ‘세금 폭탄’이라는 용어가 대표적 상징 조작이라고 한다. 언론이 만든 이 용어가 종합부동산세 대상자뿐만 아니라 집 한 채 가진 서민들까지도 세금이 폭탄처럼 투하되는 것이 아닌가하고 노심초사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


우리나라의 신문이나 TV에 등장하는 ‘전문가’들 역시 객관적으로 현상을 판단하고 분석하는 것처럼 등장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은이는 말한다. “우리나라 언론에 등장하는 민간 부동산 컨설팅 업체의 임직원들은 부동산 업황의 이해 당사자들이다. TV나 신문에 등장하는 상당수 부동산 관련학 교수들도 간접적으로 시행사 또는 부동산 컨설팅 회사와 연관돼 있다. 심지어 언론에 등장하는 부동산 관련 교수들 가운데 일부는 아예 직접 부동산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거나 심지어는 땅 장사, 빌딩 장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03년 지은이에겐 <KBS 특별기획 한국 사회를 말한다>를 제작하면서 부동산 시장을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서울 소재의 명문대학 교수 서너 명이 주요 주주로 참여한 한 부동산 컨설팅 회사에선 부유층을 대상으로 은밀히 자신들만의 잡지를 발행했다. 이는 일반 서민이 서점에서 살 수 있는 잡지가 아니었다. 이 월간지에서 교수들은 건설사와 시행자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옹호하며 자신들의 부동산 투자 계획을 우리나라의 최상위 부유층에게 선전했다. 또 당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객관적 전문가나 학자나 교수로 공공 매체인 언론에 등장할 때는 치소한 자신들이 현재 부동산 투자 사업과 컨설팅을 부업 또는 본업으로 하고 있음을 명백히 밝혀야 하나 이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지은이는 일찍이 투자 이론에 관심을 가져 MBA 과정을 마치기도 했다. 이러한 경력을 살려 우리나라 언론과 워렌 버핏을 대비시킨다. 지은이는 “한국 언론을 비판하기 위해 워렌 버핏을 해석했다. 워렌 버핏이 말하는 기업의 본질 가치와 한국 언론의 진실을 등가로 보았다. 워렌 버핏의 상식과 한국 언론의 몰상식을 대조하려 했다. 그래서 워렌 버핏의 상식이 한국 언론의 몰상식보다 기업의 본질 가치나 진실에 훨씬 더 가까운 길임을 보여주려 했다.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인 세계 최대 자본가의 상식이 진실을 추구한다는 한국 언론의 몰상식보다는 훨씬 효용가치가 높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했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미국의 대표적 자본가인 워렌 버핏을 소개하는 이유는 워렌 버핏이 보여준 삶과 가치관에 견줘 보더라도 우리나라 언론은 대단히 몰상식하다는 것. 지은이는 워렌 버핏의 상식과 철학을 통해 언론과 대중, 언론 보도와 주식시장에 대한 종래의 시각을 낯설게 만든다.


방송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지은이는 이처럼 국내·외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언론의 현실을 비판한다. 언론인들의 조직 내 순응주의, 언론과 광고의 문제, 출입처 제도의 문제점, 함량 미달의 기사 생산 방식, 뉴스와 주가 등 우리나라 언론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