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히려는 인류의 노력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문화권이든 천지창조 신화가 있고, 그 안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기원인 우주의 탄생과 구조에 대한 사변이 들어 있다. 역사시대 이후 정교한 철학적 사변으로 자연 세계를 관찰하는 자연철학자들이 등장했지만, 그들의 이론 역시 육안을 통한 관측과 추상적 상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과학이 발달하고 정밀한 관측기술과 도구가 발명되면서 인간은 서서히 세상의 기원에 대한 비밀을 조금씩 풀어나가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탐구의 여정을 보여 준다.


책에 따르면, 지금까지 우주의 기원에 대해 설명한 이론 중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는 이론은 빅뱅 이론이다. 이 이론의 원류로 거슬러 올라가면 아인슈타인과 에드윈 허블 등을 만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우주의 밀도와 상대성 이론의 중력방정식을 통해 ‘닫힌 시공간’이라는 개념을 고안해 내었고, 이를 통해 우주는 끊임없이 서로를 끌어당긴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아인슈타인은 우주의 수축 붕괴를 피하기 위해 ‘우주 상수’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는데, 훗날 이것은 아인슈타인 자신이 ‘인생 최대의 실수’라며 후회했다. 허블은 자신의 이름을 딴 ‘허블의 법칙을 발견해’ 우리 우주가 끝없이 팽창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게다가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속도도 빨라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최근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하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이론이 등장했다. 흔히 다중우주론(multiverse)라고 부르는 이 이론은 우주가 거품처럼 생겨난 수많은 우주 중 하나일 뿐이라는 ‘거품 우주론’에서 제기됐다. 이는 펄펄 끓는 주전자 바닥에서 거품이 솟아 올라오는 것처럼 우주도 특정한 상태에서 하나씩 새로운 우주가 생겨나는 것이라고 가정한다. 최근 관측 결과 과학자들이 계산한 우주의 나이보다 더 나이가 많은 별이 관측되기도 하고, 우주에 물질이 부족해 ‘암흑 물질’의 존재를 상정하기도 한다.


은하는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이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음을 알게 해준 것도, 우주에 질서 잡힌 구조가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도 은하이다. 모든 은하는 우주가 빅뱅에 의해 탄생한 후 10억 년쯤 흐른 뒤에 생겨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이러한 은하의 크기와 형태는 다양하다. 우리가 가장 가까운 거리(250만 광년)에 있는 안드로메다은하의 질량은 우리은하의 1.5배 정도이고, 대마젤란은하는 우리은하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은하는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몇 개의 은하가 작은 집단을 이룬 ‘국부은하단’, 그리고 국부은하단이 모인 ‘은하단(은하군)’, 그리고 그것들이 더 모여 ‘초은하단’을 형성한다. 또 몇 십만, 몇 백만이나 되는 은하가 몇 억 광년 거리에 걸쳐 벽처럼 늘어선 ‘그레이트 월’이라는 구조도 이루고 있다.


은하 형성 이론에는 하향 모델과 상향 모델이 있다. 하향 모델은 빅뱅이 일어난 후 우주 전체로 가스 구름 형태로 퍼져 간 물질이 밀도 동요에 의해 모여 초은하단이나 그레이트 월을 만들고, 그것들이 여러 개의 가스 구름으로 분열돼 개개의 은하를 형성하게 됐다는 것이다. 상향 이론은 이와 반대로 가스 구름의 동요에 의해 개개의 은하 가스 덩어리가 형성되고 이것들이 서로 모여 거대한 은하 구조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태양계는 은하계 주변부에 떠다니는 한 개의 항성과 그 가족인 행성이나 위성, 혜성 들로 이루어진 작은 집단이다. 그리고 우리 태양계 주위에서 태양계와 매우 닮은 항성계가 200개 이상이나 발견되기도 했다. 이 태양계는 50억 년쯤 전에 우주를 떠다니던 원시 성운이 수축해 생겨났다고 하는 것이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이론이다.


태양계에서 가장 중요한 천체는 바로 항성인 태양이다. 우리 태양은 태양계 전체 질량의 99.9%를 차지한다. 항성은 스스로 빛을 발하는 천제를 말하는데,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별’이다. 스스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항성 주위를 도는 것은 ‘행성’ 혹은 긴 타원의 꼴로 항성 주위를 도는 것은 ‘혜성’이라고 한다. 태양계의 형성에 관한 과학적 이론의 역사는 칸트와 라플라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태양의 기원과 관련된 현재의 표준적인 이론은 우주에 떠도는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거대한 구름에서 태양이 탄생했다고 본다. 즉 과거 어느 시점에 성운 자체의 중력이 가스의 팽창력을 넘어섰고, 그 결과 성운이 수축하면서 한군데 집중해 태양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모든 사물에는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 태어나고 성장하다 쇠퇴하고 죽는다. 살아 있는 모든 것에는 절대로 방향을 바꿀 수 없는 시간의 힘이 작용한다. 공간에는 상하좌우라는 방향이 있다. 하지만 시간에는 방향이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바꿀 수 없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이런 의문을 품었다. 시간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불가역적인 것이라면, 혹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인과관계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시간의 과학은 엔트로피 이론을 통해 주로 설명된다. 엔트로피란 간단히 말해 계의 ‘무질서’이다. 탁자 위에 있는 컵이 바닥에 떨어졌을 때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극소에서 극대로 향한다. 무질서도는 시간과 함께 높아진다. 엔트로피가 증가해 가는 것이 과거와 미래를 나누고 ‘시간의 화살’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생명은 ‘복잡계가 가진 자연스러운 특성 중 하나’이자 ‘짓밟으면 죽는 것’이다. 과학적인 정의와 지극히 상식적인 정의가 공존하고 모두 유효하다. 물론 생명의 정의에 대세를 차지하는 견해는 ‘자기 복제하는 존재’와 ‘대사하는 존재’이다. 지구의 생명은 어느 것이자 자기 자신의 구조나 성질을 후대에 물려주기 위한 정보인 DNA를 가지고 그것에 기초해 자신의 복사본을 남긴다. 또 음식이나 대기, 물 등을 체내에 받아들여 몸의 성분을 만들고 에너지를 사용한다. 그렇다면 이런 생명체는 어떻게 지구에 오게 됐을까?


지구의 생명체는 지구 탄생 10억 년 뒤에 생겨났다고 하는 것의 거의 정설이다. 물론 그 시작을 설명하는 이론은 여러 가지다. 지구 원시 바다의 뜨겁고 얕은 수프 정도의 밀도에서 자연히 최초의 생물이 생겨났을 것이라는 ‘원시 수프설’이 1920년대 존 홀데인에 의해 제시되었다. 이후 1950년대에 해럴드 유리와 스탠리 밀러가 원시 지구를 모방한 플라스크 실험에서 몇 가지 유기물을 만들고, 그 안에서 아미노산을 발견하기도 했다.


압도적인 또 하나의 이론은 프레드 호일 등이 주장한 ‘판스퍼미아 설(범종설)’이다. 이것은 우주 공간을 떠돌던 운석을 통해 생명체가 지구에 정착했다는 이론이다. 실제로 어떤 종류의 운석 내부에는 지구 생명체들을 구성하는 여러 유기물들이 들어 있다.


지구상에는 200만 혹은 300만 종의 생물이 있다. 연구자들 중에는 1000만 이상의 종이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불과 수십억 년이라는 상대적으로 짧은시간 안에 어떻게 지구에는 이토록 많은 생물종이 존재하게 되었을까? 오랫동안 생물학을 지배해 온 학설은 기독교 기원설에서 기원한 ‘개별 종 창조설’이다. 즉 각각의 생물종이 각각의 기원을 가지고 창조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생물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개별 종 창조설은 부정된다. 짧은 시간에도 수많은 잡종이 생겨나고, 화석 유적을 통해 특정 생물종의 원시 형태가 발견되면서 일어난 변화이다.


다윈을 중심으로 시작된 진화론은 다양한 학자들의 발견이 이어지면서 더욱 굳건해진다. 특히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발견된 공업 흑화 나방의 경우는 짧은 시간 안에 새로운 종이 발단하게 됨을 극적으로 보여 준 사례로 꼽힌다.


지금의 30대, 40대는 교과서에서 인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네안데르탈인-크로마뇽인으로 이어진다는 선형적인 인류사를 배웠다. 그러나 이런 직선적인 진화관은 구닥다리가 됐다. 네안데르탈인은 지금의 호모 사이엔스와는 완전히 다른 종인 채로 멸종했고,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사피엔스가 각각 아프리카에서 별도로 기원하여 서로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였고, 지금의 우리 선조인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유인원 종을 멸종시켰다는 것이 정설이다.


지금까지 인류의 고향으로 꼽히는 곳은 아프리카 대륙의 동부를 남북으로 종단하는 동아프리카 지구대였다. 이 사바나 지역을 의 강과 늪, 초원에 두 다리로 민첩하게 뛰어다닌 인류의 선조가 있었다고 하는 것이 사바나설, 혹은 ‘이스트사이드 이야기’다. 그러나 최근 이 사나바설이 틀렸다는 견해가 등장하고 있다. 즉 아프리카에서 현생 인류가 전부 탄생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유인원이 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각각 독자적으로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다는 ‘다지역 기원설’이 등장한 것이다.


또한 러시아에서는 인류의 기원이 시베리아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시베리아 지역에서 유인원 화석이 발견될 뿐 아니라 인류 진화의 변곡점이 빙하기와 겹친다는 것이 그 근거다. 그들은 한랭한 기후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류의 큰 뇌가 발달해 호모 사피엔스가 됐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이 책은 우주를 비롯해 은하, 태양계, 시간, 생명, 종, 인류 등 일곱 가지 주제와 관련해 각각의 탄생 과정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