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이들의 작은 손을 붙잡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고 물으면, 아무 계획이 없을 것 같은 아이들도 모두 미래에 대한 꿈을 말한다. 늘 천진하고 즐겁게 노래하는 아이들의 마음속에 그렇게 야무진 꿈이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 진지한 자세가 마음이 아프면서도 한편으로 감동으로 다가온다.”

 

 하루 종일 쓰레기장을 배회하던 아이가 하루 4시간씩 노래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온갖 질병과 폭력, 마약에 노출된 채 매일 생존과 싸움하던 아이가 외국으로 공연을 다니며 음악 선생님이 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케냐의 쓰레기 마을, 고로고초에 지라니 합창단이 생기면서부터 생겨난 변화다.

 

<지라니 합창단, 희망을 노래하다>는 케냐 나이로비의 쓰레기 처리장에 위치한 마을인 고로고초에서 탄생한 ‘지라니 어린이 합창단’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사진작가 신미식의 따뜻한 사진과 글을 통해 소개하는 포토 에세이다. 지라니 합창단이 이뤄낸 아름다운 변화와 신미식이 직접 합창단 아이들을 만나서 교감한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고로고초 마을은 세계 3대 불평등 국가 중 하나인 케냐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이곳의 10만여 주민들은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사람들이 실컷 즐기고 버린 온갖 생활 쓰레기들로 하루하루 삶을 이어가고 있다. 주민의 80%가 일자리가 없어서 매일 쏟아지는 수십 톤의 쓰레기 더미에서 하루치 양식이나 내다 팔 만한 물건을 찾는 일을 하는데, 그거마저 찾지 못하면 굶을 수밖에 없다. 케냐 정부는 이곳 주민들의 삶을 방관한 채 아무런 대책 없이 강제 철거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2006년, 케냐 정부조차 외면한 고로고초 마을에 한국인 임태종 목사와 김재창 지휘자가 찾아와 지라니 합창단을 만들었다. 쓰레기 마을에서 태어나 굶어 죽거나, 병들어 죽거나, 술과 마약에 취해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가고 있던 고로고초 아이들에게 삶에 대한 희망을 찾아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들은 태어나서 한 번도 악보를 본 적도, 노래를 배운 적도 없는 아이들을 데리고 노래 연습을 시작했다. 처음엔 제대로 된 발성은커녕 목소리조차 자신 있게 내지 못하던 아이들이 조금씩 화음을 만들고, 리듬을 타고, 아름다운 합창을 완성했다. 이어 5년이 지난 지금 지라니 합창단의 맑고 청아한 노래를 듣기 위해 케냐는 물론이고 미국과 한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고 있다.

   

지은이는 지라니 합창단이 세계적인 수준의 합창단으로 성장했거나 물질적인 지원을 이끌어낸 것보다 아이들에게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정서적인 환경을 조성했다는 점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그가 만난 아이들은 합창단원이 되기 전에는 매일 쓰레기장을 배회하면서 시간을 보내거나 고작 트럭 운전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동생을 돌보고, 엄마의 일을 돕고, 의사가 되려고 공부를 하고 있다. 당장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걱정하던 아이들이 1년 뒤,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 모습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라니 합창단의 공연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그들의 노래가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다. 바로 그들의 존재 자체가 희망의 증거여서다. 또 아이들의 노래 속에서 삶에 대한 열정과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간절한 열망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쓰레기 마을 한가운데에서 시작된 지라니 합창단의 노래는 넓고 깊은 파장으로 퍼져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희망을 전하고 있다.

 

차를 타고 마을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온 몸의 감각을 지배해버리는 지독한 악취와 거대한 쓰레기 산을 봤을 때의 충격, 합창단 아이들과 친해지면서 값싼 연민이나 자만심을 버리고 고로고초 주민들에게 마음으로 다가가기 시작한 순간들, 지라니 합창단의 노래를 들으며 희망과 기적에 대해 깨달아가던 시간들, 그들의 앞날에 축복이 함께하기를 바라며 간절하게 되뇌었던 기도들이 담담하면서도 진솔하게 담겨 있다.

 

지은이가 찍은 고로고초 마을과 지라니 합창단의 사진 속에는 현재의 비참한 현실보다는 앞으로의 희망이 더 많이 보인다. 노래에 몰입하는 아이들의 행복한 표정과 천진난만한 미소, 진지하면서도 따뜻한 합창단 연습실의 풍경 속에서 우리는 고로고초 마을의 밝은 미래를 엿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