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하나가 돼 살아가는 한 사람의 모습을 통해 자연 예찬과 문명 비판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뛰어넘는 사색을 보여주는 <나무가 숲으로 가는 길>은 영국의 저술가이자 환경운동가인 로저 디킨의 나무를 통한 여행기다.

 

사진_나무가 숲으로 가는 길ㅣ로저 디킨 지음ㅣ박중서 옮김ㅣ까치 펴냄.jpg 지은이는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나무들을 찾아가고, 자신처럼 나무와 숲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연의 놀라운 세계가 품고 있는 아름다움과 가치를 발견한다. 나무에 대한 방대한 지식, 작은 식물에 대한 세심한 관찰, 친구들과 나눈 대화, 여러 문학 작품에서 발견한 나무의 이야기, 나무와 인간의 관계 등을 아름답고 생동감 있게 엮어낸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자연과 인간의 공생이라는 오늘날의 중요한 과제를 되새기게 해준다.

 

지은이는 에드워드 토머스가 ‘제5원소’라고 말한 것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며 이 책을 시작한다. 그 원소는 바로 ‘나무’다. 그는 “내 속에는 나무의 수액이 흐르고 있다”라는 말로 자신과 나무가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가 바라보는 나무는 자연, 우리의 영혼, 문화와 삶 등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으로, 인류를 성장시키고 변화시키는 것이다.

 

지은이는 서퍽 주(州)에 있는 자신의 농가에 대해 설명하는데, 그는 1960년대 후반에 서퍽 주에 있는 농가 폐허를 발견해 직접 재건축하고, 그곳에서 생활했다. 아울러 자신과 나무가 맺은 인연의 뿌리의 일부를 알려준다. 생물 선생님과 함께 6학년 학생들과 야영 수업을 나가 여러 식물과 동물들을 발견하고 조사하며 느꼈던 순간을 되돌아보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호기심과 기쁨으로 눈이 빛났던 소년 시절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이후 본격적으로 나무를 통한 여행을 시작한 지은이는 다른 지역에 있는 숲을 직접 찾아가고, 숲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난다. 띠까마귀 둥지를 찾고, 에식스 나방 동호회 사람들과 야외 모임을 가지고, 오두막을 만들고, 공동체 농장을 둘러보고, 생물 선생님을 다시 만나고, 재규어 스포츠카와 호두나무와의 역사를 살피고, 나무와 자연을 소재로 삼아 작업하는 몇몇 예술가들을 만난다.

 

물에 흘러 이리저리 떠다니는 나무처럼 여행을 계속하는 지은이의 여행의 범위는 더욱 확장된다. 그는 피레네 산맥, 그리스의 레스보스 섬, 우크라이나, 호주, 키르기스스탄, 톈산 산맥, 투르키스탄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그 지역의 숲과 사람들을 만나고, 나무가 그곳의 역사와 문화에 의미를 가지는 독특한 의미들에 대해서 알게 된다.

 

지은이는 여행을 마친 후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고, 자신의 주변에 있는 나무들을 더욱 세심한 눈으로 바라보며 직접 그릇을 만들고, 산울타리를 세우기도 한다. 그는 산울타리를 세우는 것에서도 자신의 나무에 대한 철학을 보여준다. 기계로 깎아낸 것보다 자연스럽게 자라게 놓아두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이웃의 개초장이, 소목장이 친구들을 만나고, 자신의 물푸레나무 정자를 세우며 나무가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지켜본다.

 

지은이는 호두나무와 물푸레나무, 버드나무 등 자신이 만난 나무들 중 어느 것 하나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하나하나 소중한 친구를 대하듯이 바라보면서 사색한다. 그는 나무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인간의 잘못으로 나무와 숲이 파괴된 모습을 만나기도 하지만 결코 낙관적인 자세를 잃지 않는다. 결국 자연의 생명력은 강하다는 것, 인간은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책은 스스로가 한 그루의 나무가 돼 숲으로 찾아간, 자연과 하나 된 산사나이의 소탈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