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비를 피할까. 산성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렇다면 산성비는 얼마나 위험한 걸까. 그리고 빗물은 어느 정도의 산성일까.  오랫동안 빗물을 연구하고 있는 한무영(한국빗물모으기운동본부 회장)은 빗물에 대해 전혀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산성비 폐해는 괴담일 뿐,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빗물과 당신>에서 10여 년 동안 빗물모으기운동을 하며 빗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했던 일화를 이야기한다.

 

이미지_ 빗물과 당신, 한무영 외, 알마.jpg * 빗물과 당신, 한무영 강창래, 알마.

 

우리나라에선 ‘비를 맞으면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말은 상식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지은이는 “정말 그렇다면 내가 머리카락을 다 심어주겠다”며 이 말을 강하게 부정한다. 그에 따르면 콜라나 맥주, 오렌지 주스, 사과즙, 요구르트 같은 것들이 산성비보다 100배, 1000배나 더 강한 산성을 띤다. 유황 온천도 그렇고, 샴푸나 린스도 산성비보다 훨씬 강한 산성 제품이 많다.

 

✔ 우리 조상들은 현명했어요. 빗물을 받아서 썼기 때문에 물이 부족한 줄을 몰랐으니까요. 제주도에 가면 나무에서 빗물을 모으는 촘항이라는 것이 있어요. 또 제주도 옆에 작은 섬 우도가 있는데, 그곳에서는 옛날에 빗물을 받아썼죠. 아직도 그곳에 가면 빗물통이 집집마다 있어요. 그런데 그 좋은 빗물을 두고 지금은 엄청난 돈을 들여서 상수도 시설을 했어요.

 

그러면 산성비가 내려 숲을 죽이고 토양을 산성화시킨다는 상식에 대해선? 지은이는 “도대체 어느 나라의 언제 적 이야기냐”고 되묻는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비는 모두 산성이다. 깨끗한 대기 상태에서 내리는 비도 산성이다. 대기오염이 심한 곳에서 내리는 비는 좀 더 강한 산성이 된다. 그러나 땅에 떨어지면 금방 중성, 알칼리성으로 변한다. 그런데 무슨 수로 숲을 죽이고 토양을 산성화시키느냐는 것이다.

 

지은이에 따르면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에 실린 ‘산성비의 폐해’는 ‘산성비 괴담’ 수준이다. 그는 설령 그 ‘산성비 괴담’이라는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것은 1970년대나 1980년대의 유럽이나 미국 일부 지역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한다. 오늘날에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산성비에 대한 이야기가 사라졌다고 한다.

 

고춧가루가 조금만 날려도 기침을 한다. 그러나 코에 자극을 준 만큼의 고춧가루를 물에 타면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한다. 그만큼 적은 양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기오염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고 기계장치를 만드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오염물질을 내뿜는 양이 많이 줄었다. 실제로 오염물질을 규제한 후 가솔린에서는 납이나 황을 제거했고, 엔진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질소산화물마저 아주 적게 배출하게 됐다. 최근엔 황이나 질소산화물을 배출하지 않는 천연가스로 운행되는 차나 전기자동차도 만들어져서 실제 운행되고 있다.

 

지은이는 아주 특별한 대기오염 사고가 나지 않는 한국에서 강한 산성비가 내릴 일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물론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에서 비가 내리면 처음에는 황이나 질소산화물, 분진 같은 게 있을 수도 있지만, 그 양이 아주 적고, 비가 내리고 대략 20분 정도가 지나면 오염물질들은 다 씻겨 내려간다고 한다. 그 뒤부터는 거의 증류수에 가까운 물이 된다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빗물은 증기가 돼 하늘로 올라갔던 것이 다시 떨어지는 것이다. 바로 깨끗한 증류수인 것.

 

지은이의 빗물 이론은 환경론자들이나 개발론자(토건세력) 등 모두에게서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환경론자들은 그동안 산성비를 통해 대기오염, 기후변화, 환경 재앙을 경고해왔다. 그런데 그런 산성비는 없거나 아주 드물다고 하니 그의 생각이 쉽게 받아들여질 리 없다. 또 개발론자들은 빗물을 활용하면 대규모 토목사업이 필요 없다고 하니 그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싶지 않을 것이 뻔하다. 지난 2001년 지은이는 빗물연구센터를 사비로 설립해 운영해왔지만 그의 빗물모으기운동에 관심 가지는 이는 드물었다. 왜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는 걸까.

 

빗물과 친하게 지내야 하는 이유 

 

✔ 빗물은 물 문제를 해결하는 아주 중요한 열쇠로, 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거든요. 그리고 빗물을 이용하면 대규모 토목사업의 필요성이 많이 줄어듭니다. 토목사업은 큰돈이 오가는 일이고요. 그러니 만만찮은 저항을 예상할 수 있는 거죠. 산성비는 사실 물 문제가 아닙니다. 대기오염에 대한 경고였죠. 그 덕분에 오늘날 전 세계의 공장에서 내뿜는 연기와 자동차의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졌잖아요. 그러니 옛날의 산성비 이론도 어쩌면 제 역할을 한 셈입니다.

 

유엔은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정부도 10여 년 전부터 한국의 물 부족 문제를 거론해왔다. 물 부족 문제는 댐 건설이나 4대강사업 등 대규모 토목사업을 위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물이 얼마나 부족한 걸까. 이에 대해 지은이는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라는 이야기에 대해 정면 반박하고 나선다. 물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사용량과 필요량을 지나치게 부풀려 계산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지은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내리는 빗물의 양은 대략 1300억 톤인데, 그것의 1~2%만 제대로 받아도 물은 부족하지 않다. 게다가 지금까지는 주로 강을 중심으로 물 관리를 해왔다. 강을 막아서 댐을 만들고, 그 댐을 통해서 홍수나 가뭄의 문제를 해결해왔다. 수돗물도 강물을 가져다가 정수해서 공급한 것이다. 그런데 비는 강에만 오는 것이 아니다. 천지 사방 어디에서나 내린다.

 

✔ 수돗물도 사실은 빗물을 받아 모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수도는 ‘중앙집중식’인 거죠. 특히나 섬 같은 곳에 상수도 시설을 연결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 섬에 생활용수로 쓸 만큼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도 생각해봐야겠지만 비가 내린다면 상수도 시설이라는 게 좀 이상한 거죠. 자기네 땅에 내리는 비는 다 버리고 멀리에서 내리는 비를 받아 가둔 물을 수도관을 통해 받아서 쓰는 셈이니까요. 대개 바다 밑으로 수도관을 연결하는데 엄청난 돈이 듭니다. 또 그 물이 그냥 옵니까? 전기가 필요하죠. 그리고 그 물도 공짜가 아닙니다. 돈을 내야 해요.

 

지은이는 이외에도 빗물로 ‘지구를 살리는 방법’에 대해 다양한 사례와 의견을 제시하면서, 자칫 딱딱하고 어려울 수 있는 물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풍부한 현장 사진과 함께 재미있게 드려준다. 아울러 빗물을 받아 써야 하는 이유와 독특한 빗물 시설 소개, 타지에서의 빗물봉사활동 등 빗물과 인연을 맺어온 그동안의 사연을 인터뷰어 강창래와 함께 이야기로 풀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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