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금융을 가르치는 대학에서부터 매우 분파적인 교육이 이뤄진다. 대학의 커리큘럼에는 거시경제학, 화폐금융론, 재무 관리, 투자론, 회계 원리, 국제금융론, 외환론, 금융시장론 등 분화된 과목들이 주종을 이룬다. 

간혹 금융론, 금융학, 금융 개론이란 이름으로 개설된 과목들이 있지만 담당 교수의 관심 분야에 따라 금융의 일부분을 제한적으로 다루고 마는 것이 일반적이다.

금융 자체가 이론보다는 현장 실무에 의해 발전해 왔기 때문에 이론과 실무가 결합된 통합적인 사고를 요구한다는 점도 금융을 이해하는 것을 더욱 까다롭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런 이유로 금융 분야 종사자들조차 자신의 분야에는 능숙해도 금융의 전체 상을 그리는 데 어려움이 많다.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 이찬근, 부키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는 이처럼 다양한 영역으로 구성돼 있는 금융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를 기반으로 한다. 금융 담론에 대한 기본 개념에 대한 설명과 함께 역사적 발전을 추적한 뒤 현재의 양상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선물과 옵션, 스와프 등이 어떻게 다른지와 같은 기본적인 개념이나 쓰임새의 구분부터 주식이나 채권의 가격이 책정되는 방법, 채권 가격과 이자율이 반대로 움직이는 이유, 단기 채권에 비해 장기 채권의 이자율 위험이 더 큰 이유, 왜 우리나라에서는 골드만삭스나 리먼브러더스와 같은 투자은행이 발달하지 못했는지, 단 한 명의 트레이더에 의해 어떻게 거대한 은행 조직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지,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은 초대형 금융 위기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등에 관해 쉽게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 오늘날 고도로 분화된 각 금융 기관과 시장이 출현하기까지의 역사적 발전상과 맥락을 짚고 각 경제권에서 벌어지는 금융의 각축상을 제시하고 있다.

책은 금융을 주도하는 네 가지 형태의 금융 기관 즉, 상업은행과 중앙은행, 투자은행, 펀드을 다루면서, 현대 금융의 진화 속에서 대두된 주요한 관심사인 주주 가치, 파생상품, 금융 위기, 세계 금융 지도 등도 살펴본다. 하나의 금융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관련 학문 체계를 결합해 설명하는 통섭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다.

펀드를 예로 들어보자. 1997년 외환 위기를 겪으며 큰 손실을 입은 개인 투자자들은 단독 플레이의 한계를 절감하고 분산 투자의 장점을 살린 펀드에 관심을 쏟았다. 책은 최근 펀드가 주요 금융 상품으로 대두된 배경과 역사와 함께 펀드의 정의와 간접 투자와 분산 투자 속성에 대한 설명으로 펀드가 다른 상품과 어떻게 다른지 구분해 준다. 

여기서 포트폴리오 분산이 이뤄지면 리스크가 줄어드는 까닭이 궁금할 수도 있다. 이 지점에서 경우의 수와 기댓값, 분산값 등 확률 계산을 통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포트폴리오 이론이 과연 합당한지 검증한다. 

이어 채권형 펀드, 주식형 펀드 등 시장에 나와 있는 펀드 상품을 설명하고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인덱스 펀드를 논하는 데 이어 시장의 효율성에 대한 논의로 나아간다. 주가 지수를 모사하는 인덱스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에서 펀드 매니저나 애널리스트 등 전문 인력 무용론의 함의를 담고 있는 효율적 시장 가설을 설명하는 것이다.

주식 시장이나 외환 시장에서 시장의 가격 추이를 예견해 비정상적인 이익을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효율적 시장 가설이 타당하다면 워런 버핏이나 피터 린치와 같은 투자 세계의 슈퍼스타들은 존재 의의가 없지 않을까. 

이러한 일련의 논의에서 지은이 이찬근은 시장의 효율성이 인간의 비합리성을 전혀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것은 결코 아니며,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금융 기관은 이러한 시장의 효율성의 빈틈을 이용해 전문 인력을 활용하는 분석으로 투자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1980년대 이후 급속히 팽창한 헤지 펀드와 사모 펀드를 소개하고, 이들의 시장 교란 사례와 이에 대한 규제론, 헤지 펀드의 롱·쇼트 전략 등을 다룬다.

이처럼 이 책은 하나의 금융 이론이나 금융공학이 도출되기까지 기본 개념부터 설명하고 역사적 흐름 및 맥락을 짚어 가며 이론과 실무를 가로지르는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 금융을 가치중립적으로 다루는 데 머물지 않고 금융과 관련한 사회적 논쟁점을 두루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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