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돌봄은 교육복지의 차원에서 이해되기도 한다. 책임교육은 한 아이도 소외되지 않고 잘 배울 수 있도록 협력과 참여의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다. 공동체는 학교 구성원들이 민주주의와 신뢰를 기반으로 모든 학생들이 훌륭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생활터다.

 

*혁신학교, 성열관 외, 살림터.

 

공교육 정상화의 가치를 추구해나가는 움직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혁신학교>는 신자유주의 교육에 찌든 교육현장에서, 공교육의 의미를 회복하고, 변화를 갈망하는 기대가 혁신학교로 수렴되고 있는 현 상황을 충실하게 반영하면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발전적인 전망을 담아내고 있다. 

 

책은 ‘잘 교육받은’ 아이들은 미래의 시민으로서 자신이 행복하며, 타인의 복지에 신경 써주며,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추구하며, 생태적이고 평화로운 지구를 위해 봉사하며, 정의롭고 평등한 공동체의 일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아이들이 학교에서 잘 배워야 하며, 잘 보살펴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혁신학교의 안을 들여다보면, 자발적 학교 재구조화 운동의 흐름이 발견된다. 이들 혁신학교에서 나타나는 ‘배움’의 활동은 참여와 소통의 수업혁신을 통해 모든 아이들에게 교육적 체험이 향유되도록 하는 것이다. ‘돌봄’은 일부 학생들이 가난, 장애, 무관심 등으로부터 자신감을 회복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교육적 배려로 나타난다.

 

밖으로 살펴보면, 교사들을 대상화하고, 학생들을 경쟁으로 내몰고, 고교를 서열화하고 그 여파로 중학교를 입시 기관화해 온 신자유주의 교육에 대한 저항과 반작용이 혁신학교 운동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신자유주의 교육은 학교를 보상과 처벌의 행동주의 학습장으로 만들어버렸다. 교원성과급제, 교원평가제, 일제고사와 성적 공시, 학교 서열화, 고교 계층화 등이 신자유주의 교육의 일환으로 실시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신자유주의 교육의 효용과 시효는 끝났다. 신자유주의로 인한 성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공교육이 심하게 왜곡됐고, 입시경쟁은 날로 치열해져 학생들을 전면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크나큰 장애가 돼왔기 때문이다.

  

‘당근과 채찍으로’ vs ‘교육 의미와 가치 추구’

 

✔ 나는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학원화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나는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아이들을 통제하고 순응적인 인간으로 규격화시켜 예술성과 창조설을 훼손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경쟁만이 살 길’이라고 가르치면서 승자독식의 사회에 대한 환상을 내면화시키고, 그 결과 사회적 약자가 되는 것이 개인의 무능력 때문인 것으로 가르치지 않기를 바란다. 대신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실천 활동을 중시하기를 희망한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과업을 직접 기획하고, 추진하고, 제작하고, 책임지는 경험을 충분히 제공하는 학교에 보내고 싶다.

 

✔ 작은학교교육연대 워크숍에서 나는 ‘진달래’ 교육과정에 대해 발표한 적이 있다. ‘진달래’는 진정하고 달성 가능한 미래 능력 교육과정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진정한 교육은 ‘지식+탐구+실천’을 중심으로 하는 참교육과정과 평가 장면을 가급적 실제적 문제해결 장면과 일치 시키는 참평가를 결합한 교육방식을 의미한다.

 

그동안 학교혁신 운동에 참여해왔던 지은이 성열관과 이순철은 지난해 여름부터 서울시 교육청의 서울형 혁신학교의 상과 과제의 개발에 참여해왔으며, 경기도교육청의 혁신학교 아카데미의 운영과 교육과정 개발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 성과가 바로 이 책에 담겨 있다.

 

책에 따르면, 혁신학교는 교육의 ‘혁신’을 추구한다. 혁신은 변화를 모색하는 것을 의미한다. 변화는 미래의 어떤 상태를 지향한다. 혁신학교에서 지향하는 변화는 지시에서 소통으로의 변화, 소외에서 참여로의 변화, 차별에서 지원으로의 변화, 경쟁에서 협력으로의 변화다.

 

그렇다면 이렇게 변화하려는 이유는 뭘까. 당연히 학생들에 대한 배려와 보살핌을 통해 전면적인 발달과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이는 기존 학교의 관료주의ㆍ형식주의를 혁파하고 민주적이고 탐구적인 학교문화를 구축하며, 그 결과 공교육을 정상화할 때만이 가능한 ‘과업’인 것이다.

 

공교육의 핵심 가치가 무엇이며, 내 아이와 타인의 아이 모두 잘 교육받은 사회 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상적인’ 학교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책은 등급을 우선의 가치로 내세우는 현 교육의 시류에선 모든 아이가 1등이 될 수는 없다고 단언하면서, 현재의 승자독식 사회는 아이들 대부분을 패자로 남겨놓는다고 이야기한다.

 

[지데일리/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