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멋진 스위스 풍 전원주택을 짓는다고 하는데, 시골 농가를 고쳐서 산다? 왠지 오래 된 집이거나 주인 없이 방치된 집일 수 있을 텐데 불편하지 않을까.

 

시골집 고쳐 살기엔 특별한 장점이 하나 있다. 바로 엄청난 빚을 얻지 않고도 수월하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돈 문제 말고도 좋은 점이 있을까. 집에 대한 생각과 개념을 조금만 수정한다면 우리는 누구보다 행복하고 여유 있게 살아갈 수 있다.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다면.

 

*시골집 고쳐 살기, 전희식, 들녘

 

전희식은 귀농생활 17년 째 접어드는 베테랑 귀농인. 매우 다채로운 이력을 자랑하는 그는 현재 전남 장계에 마련한 시골집에서 치매에 걸린 노모와 오순도순 살고 있다. 그는 그동안 무려 세 채의 집을 지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시골집 고쳐 살기>에 소개된 장계 집이다. 그는 치매로 고생하는 팔순 노모를 모시기 위해 시골집을 구입, 어머니께서 생활하시기 편하도록 요모조모로 뜯어 고쳤다. 지붕에서부터 시작해 아랫방·옆방·벽·기둥·부엌·마루·뒷간 등이다.

 

지은이는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모에게 가장 문제가 됐던 뒷간을 고치는 데 신경을 썼다. 그는 시골 살림집 고쳐 살기의 장점과 묘미를 ‘맞춤형’이자 ‘생태형’이라고 역설한다. 집주인의 형편이나 취향에 맞춰서 고쳐 살 수 있으니 좋고, 새 집을 짓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 훼손 문제를 염려하지 않아도 좋으며, 집을 고치기 시작하는 순간 진정한 동네 주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조금 불편하지만 자연과 더불어 그리고 이웃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생태적 삶으로 안내하는 실용적인 집고치기 이야기다.

 

✔ 생태 집짓기에서 늘 강조되는 것이 바로 집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돌과 나무를 쓰라는 것인데, 이 집이 그랬다. 집터 주변에서 수백, 수천 년을 살아온 돌멩이와 흙덩이는 그를 둘러싼 뭇 생명체 모두와 무생물 모두를 아우르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무너져 내려 밟히던 흙들을 모아 다시 반죽했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넣지 않고 섞여 있던 낙엽들과 나무 꼬챙이만 가려내고 반죽해서 이틀을 비닐을 씌워 두었는데 놀랍게도 쫀득쫀득한 수제비 반죽처럼 되었다. 흙이 얼마나 찰진지 한 덩이씩 떼어 내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다. 벽채를 만드는 작업엔 다섯 살과 여섯 살 꼬마가 한몫했다. 엄마와 아빠를 따라와서 집짓기에 동참했다. 아이들은 인간이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란 것을 본능적으로 입증하듯이 흙을 가지고 잘 놀았다.

 

원래 있던 집을 구하는 터인지라 사정은 보나마다 제각각일 터. 지은이는 시골집 고치기의 가장 큰 매력을 ‘내 마음대로 형편대로’ 고쳐 살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지붕부터 통째로 고쳐야 할 집이 있는가하면 안채만 손보면 되는 집도 있을 테고, 수세식 화장실과 입식 부엌이 아니면 도저히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무엇보다 먼저 화장실과 부엌을 손보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시골에 있는 살림집을 구해서 고쳐 사는 일은 집 주인의 취향과 필요에 따라 그 과정도 달라진다.

 

지은이는 거동이 불편한 노모의 사정을 고려해 어머니가 활동하시기에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생태적인 환경을 고수하는 데 주력했다. 노모의 동선을 고려해 안채와 부엌, 마루, 그리고 뒷간을 적절하게 배치했고, 이용하시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특별한 설계’를 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 뒷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내 처지는 사뭇 절박하다.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짓는 집의 모든 구조와 형태를 어머니 몸 상태에 맞춰야 했다. 움직임이 불편한 어머님이 똥오줌을 잘 눌 수 있게 하는 것이 집 짓는 방식에서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짧은 이동거리 안에 있으면서도 생활 공간과 분리되면서 생태적인 뒷간을 짓는 게 목표였다. 게다가 뒷물까지 가능해야 했다. 옷에 똥과 오줌을 실수했을 때 그 자리에서 처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민은 두 가지로 압축되었다. 위치와 구조였다. 위치와 구조. 모든 건축물의 핵심이다.

 

어머니를 위한 뒷간 편을 보면 알 수 있듯, 어머니를 향한 아들의 사랑과 애정이 마음을 흠뻑 적실 정도다. 하지만 그는 본인이 시골집에서 살면서 누리고 싶은 정취 또한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도배나 바닥을 할 때 취향을 한껏 살렸다. 한지를 적극 이용하고 황토로 미장을 마감하고, 서양식 벽난로가 백기를 들만큼 풍미 넘치는 아궁이를 설치하는가 하면, 멋들어진 통유리창을 설치해 놓고 움직이는 산수화를 즐기기도 한다. 시골집을 구해 고쳐서 사는 것은 이처럼 구상부터 설계·수리·마감·치장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의도를 십분 구현할 수 있다.

 

집의 상태에 따라 또 지역과 기후에 따라 집 고치기의 자재 선택과 수리 공정은 달라진다. 이에 대해 지은이는 “시골집 고치기에는 특별히 정해진 순서가 없다. 하지만 원칙은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먼저 비가 새는지 보라고 당부한다. 나무와 흙이 소재의 대부분인 시골농가는 비에 치명상을 입기 쉬운 탓이다. 다음으로 기둥과 토방이 안전한지 살피고, 구조를 뜯어 고칠 경우 집의 골격이 제대로 버틸 수 있을지를 꼼꼼하게 살피라고 충고한다.

 

지은이는 본격적으로 집 고치기 작업에 들어가면 몇 가지 큰 원칙을 명심하고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전체 골격을 튼튼하게 고치고, 지붕을 보라는 것이다. 집을 고칠 때는 기둥이 최우선 순위다. 집의 기둥은 사람의 척추에 해당되는 만큼 집을 지탱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어 지붕을 손본다. 지붕을 먼저 고치는 것은 수리하는 이나 임시 거처하는 이들의 안전을 도모하려는 뜻도 있지만, 지붕이 집의 견고함을 담보해주는 절대적인 부위인 탓이다.

 

다음으로 내부 구조를 변경하거나 벽채 보강 공사를 하고, 필요에 따라 난방과 상하수도를 수리한다. 마지막으로 창호와 마당, 담 쌓기, 축대, 대문, 조경 작업을 한다. 아울러 도시생활의 습관에 젖어 공간을 마구 실내로 끌어들이지 말라고 조언하면서 구석구석 숨은 공간을 찾아내 활용하거나 반대로 일부러 ‘숨기는’ 공간을 만들어 재미있게 수납하는 비밀도 알려준다.

 

지은이는 특히 ‘필요한 건축 자재 재활용하기, 이웃과 품앗이로 즐겁게 일하기, 주변 환경 훼손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그의 말처럼 이 책엔 ‘겨울에는 좀 춥게 살고, 여름에는 좀 덥게 사는 집, 여러 가지로 불편하지만 좋은 집, 늘 손봐야 해서 즐거운 집’에 대한 정겹고 실용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