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새로운 물 부족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 남서부, 중동 등 기후적인 특성으로 인해 건조하거나 수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지역뿐 아니라 미국 애틀랜타, 호주 멜버른 등 비교적 수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지역마저 물 부족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인도의 경우 수백만 명의 소녀가 매일 먼 길을 걸어 물을 길어오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매일 물을 긷느라 학교에도 지 못한다. 인도는 소녀들이 교육을 포기한 채 먼 길을 걸어 물을 길어오도록 방치함으로써 엄청난 규모의 노동력, 에너지, 창의력, 인재를 포기하는 셈이다. 이러한 물 문제의 결과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이미지_거대한 갈증, 찰스 피시먼, 김현정 외, 생각연구소.jpg *거대한 갈증, 찰스 피시먼, 김현정 외, 생각연구소

 

그렇다면 이러한 물 재난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 찰스 피시먼은 <거대한 갈증>에서 지난 5년 동안 세계 물 위기 현장을 누비며 수집한 방대한 자료와 수많은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문제를 진단하며 해답을 찾는다.

 

지은이는 “지금 인류는 새로운 물 부족 시대에 접어들었다”면서 미국 남서부와 중동 등 기후적인 특성으로 인해 건조하거나 수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지역뿐 아니라 미국 애틀랜타, 호주 멜버른과 같은 비교적 수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지역마저 물 빈곤을 겪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지난 한 세기 유지돼 온 물의 황금기가 빠르게 붕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풍부한 공급, 저렴한 가격, 안전성 등 그동안 인류가 물과 관련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세 가지 혜택을 더 이상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그는 물에 대한 혁명적인 인식 변화와 수자원 관리 시스템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지난 100년간 세계 인구는 4배 증가했고, 물 사용량은 7배 증가했다. 2025년까지 향후 10여 년 동안 전 세계 인구는 12억 명 늘어날 것이고, 2050년까지는 24억 명 가량 늘어날 것이다. 앞으로 40년 동안 늘어나는 인구가 1900년 당시 지구상에서 생존했던 인구를 능가하게 된다는 말이다. 결국 더 많은 사람이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는 ‘물’에 대해 환경적 측면에서 오염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절약을 위해 사용량을 줄이는 데 집중해왔다. 그러나 지은이는 이런 시각에서 벗어나 ‘경제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물 위기를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또 지금의 물 결핍이 인구 증가, 가치 폄하, 시스템 노후화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문제의 핵심을 파헤친다.

 

단 1세기 만에 전체 인구의 90퍼센트를 앗아가며 문명을 몰락시킨 16세기 메소아메리카의 대가뭄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역사적으로 물은 인류의 생존을 끊임없이 위협해왔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오늘날 우리에게 닥친 물 위기는 과거 어느 때보다 광범위하며 위협적이라고 진단한다. 의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물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한 반면 공급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지은이는 인구론적 관점에서 급격한 인구 증가로 물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인류가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그은 현재 진행 중인 물 부족 사례를 들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물 쓰듯’ 썼다간 ‘낭패’

 

지은이는 그동안 우리가 ‘물은 거의 공짜’라는 고정관념으로 무분별하게 물을 소비해왔다고 지적한다. 물이 상수원에서 취수되어 정수장과 수도관을 거쳐 각 가정에 공급되는 과정을 체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1리터의 물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와 인프라가 필요하다. 새로운 댐, 물 처리 시설, 저수지, 운하를 계획하고 건설하는 것은 물론 바닷물을 식수로 전환시키기 위해 새로운 시설물을 지으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면서, 물은 곧 ‘돈’이라는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세계 최초로 근대식 수도시설을 갖춘 영국을 비롯해 서구 선진국들의 경우, 100년 이상 유지되어온 상수도가 노후화돼 송수관 밖으로 빠져나오는 물의 양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책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전체 물 공급량의 19퍼센트가 누수로 사라지고 있고 미국은 16퍼센트, 프랑스는 26퍼센트, 이탈리아는 무려 29퍼센트나 된다. 즉, 런던에서는 나흘마다 하루치의 물이, 뉴욕에서는 일주일에 하루치의 물이 버려지는 셈이다. 지은이는 이런 높은 누수율이 공급의 효율성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고 분석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악화되는 물 시스템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공급 부족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은이는 “인간의 안일한 물 인식이 위기 해결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밥을 하든, 1에이커의 경작지에서 밀을 키우든, 반도체를 만들든 그 물을 이용해 우리가 실제로 무엇을 하는가에 따라 물의 가치가 정해진다”면서, 개개인이 물의 가치를 바르게 인식하고 물을 보다 신중하게 사용해야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코카콜라가 2009년에 발표한 기업 실적 보고서 3쪽을 보면 ‘위험 요인’(Risk Factors)이라는 부분이 있다. 여기에서 코카콜라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과도한 사용, 심해지는 오염, 부실한 관리, 기후 변화로 인해 물이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적인 물 수요 증가와 더불어 물 부족 현상 심화, 사용 가능한 물의 수질 악화 등으로 생산비용이 증가하거나 장기적인 수익성 혹은 순 영업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역량 측면의 제약조건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정리하면 2003년의 보고서에서는 주원료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2010년에는 전 세계의 물 공급 현황이 코카콜라가 직면한 주요 도전과제 중 하나라는 내용을 기술하고 있다. 더불어 물 접근성이 자사의 비즈니스 운영비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지은이는 또 물이 기업에 있어 새로운 물질적 성과를 보장할 21세기 비즈니스의 핵심 자원임을 감안할 때, 기업은 이를 선점하기 위해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물 부족을 위기이자 기회로 판단해 물 사용 혁신을 단행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특히 이러한 움직임이 물을 원재료로 하는 기업뿐 아니라 물과 거리가 멀었던 기업에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하며 코카콜라와 IBM 반도체 공장 등의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한다.

 

수자원 관리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지은이는 물의 특성은 물론 기후 조건, 수원지의 지형 조건, 개인과 기업의 물 사용 습관을 면밀히 고려해 공급과 수요를 균형 있게 관리할 수 있는 체계적인 치수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호주와 미국, 인도 등 각국의 사례를 소개하며 전략 수립은 반드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 우리는 풍부한 물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의 틀 안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아직까지 물은 풍부합니다. 나는 사람들이 물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사용한다고 생각합니다. 500밀리리터의 소변을 처리하기 위해 소변량의 열두 배에 달하는 6리터의 식수를 사용한다는 건 지나친 오만이지요. 한마디로 미친 짓입니다. 소변 이야기는 우리가 자원 관리의 중요성을 얼마나 간과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일 뿐입니다.18 이제 퍼스의 주민들은 예전보다 훨씬 적은 양의 물을 소비합니다. 1인당 물 사용량이 20퍼센트 줄어들었지요. 만일 이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했다면, 수도꼭지에서 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었다면, 장기적인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었을 거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기를 막아야만 했지요. 우리는 지속 불가능한 방식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풍부한 물에 의존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합니다.

 

“100년 전 사람들은 물을 공급하기 위해 대규모 엔지니어링 시스템을 만들었고, 이를 운영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고 건설에 집중했다. 현재 인류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이보다 훨씬 쉽다. 그 시스템과 공급되는 물의 가치를 변화시키면 된다.” 지은이는 무엇보다 물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를 거듭 촉구한다. ‘물은 곧 생명’이라는 생각만으로는 지금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직시하며, 물의 경제적 가치에 주목해 하루빨리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지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