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 기업이라고 자부하던 구글은 저작권 승인도 받지 않고 모든 도서관 자료를 디지털화하려 하고, 페이스북은 유저들의 프로필 정보에 대해 소유권을 확보하려고 했습니다. 과연 시장은 이런 것들에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시장의 배반> 존 캐서디 지음, 이경남 옮김, 민음사 펴냄.



학교와 병원, 공원, 경찰, 공중위생, 빈민가 개발 등 시급한 공공서비스는 늘고 있는데 언제나 재원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경제는 가장 급하지 않은 가치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경제학 교과서는 이런 문제에는 눈을 감습니다. 존 갤브레이스는 이를 두고 ‘사적 풍요와 공적 빈곤’이라는 말로 압축한 바 있습니다.

 

느슨한 경쟁이 성장을 촉진한다는 애덤 스미스의 주장은, 특히 테크놀로지 시장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무효화됐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주류 경제학자들은 애덤 스미스의 완벽한 경쟁 모델이라는 관점으로 세상을 설명해왔습니다.

 

50여 년 동안 경제학자들은 혁신과 이윤 창출, 자원의 효율적 분배에만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즉 주식시장 버블, 부의 불평등, 환경오염, 신용 경색, 부동산 시장 붕괴 등이 일어날 때 시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류 경제학은 시장이 실패했을 경우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처를 하고 있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시장은 결코 알아서 잘 돌아가지 않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없기 때문에 안 보이는 것입니다.

 

자유시장의 기본 원칙은 애덤 스미스의 명제인 “개인의 이기적인 행동이 사회 전체의 효용성을 극대화한다”는 전제에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250년 전 국가가 경제를 이끌던 시절에 시장의 효율성을 강조하기 위해 그는 ‘보이지 않는 손’을 고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를 21세기 시장 자본주의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무리일까요? 하지만 미국의 싱크탱크들은 애덤 스미스의 명제를 철통같이 신봉했습니다.

 

<시장의 배반>은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의 핵심, 즉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알아서 최적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비현실적인 이론의 흥망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이에크, 케네스 애로, 하이먼 민스키, 그리고 2008년 주택 버블의 붕괴에 이르러서야 환상이 깨지는 드라마틱한 경제사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책은 우선 밀턴 프리드먼과 시카고학파 경제학자들의 유토피아 경제학, 즉 시장은 알아서 돌아간다는 자유시장 이론이 어떻게 주류 경제학으로 정착했는지 이야기합니다. 이어 왜 시장은 이론과 달리 혈실에서는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지에 대한 그 이유를 설명하고, 이를 ‘현실에 기반한 경제학’이라고 명명합니다.

 

이와 함께 양쪽 이론을 적용해(미국은 자유시장의 원칙을 금과옥조로 신뢰한 나머지 시장이 잘못되었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는데도 규제 완화로 일관한 결과 금융 위기를 맞았다) 일련의 주택 버블과 세계 금융 위기를 설명합니다.

 

세계경제의 혼란은 경제학의 왜곡 때문

 

지난해 4월 부산 저축은행 사태는 과도한 금융 규제 완화에서 비롯된 시장 실패의 대표적인 실례로 꼽을 수 있습니다. 1982년 레이건 대통령은 예금취급금융회사법에 서명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저축 금융기관에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10년도 안 돼 700개가 넘는 저축 대부 기관들이 파산했고, 여기에 돈을 맡겼던 예금주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돈을 떼인 사람은 없었으나 이 혼란을 수습하는 데 들어간 총비용은 약 1250억 달러였습니다. 이 돈은 고스란히 미국 납세자들의 몫으로 돌아갔습니다.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이 개인의 이기적인 행동을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게 바꿔 놓는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파국에 이른 것은 이 ‘보이지 않는 손’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리라는 주류 경제학자들의 착각에서 비롯됐습니다. 이른바 규제 없는 금융 시장은 고삐 풀린 도박장으로 변한 것이죠. 그들은 왜 그토록 ‘시장의 자정 능력’을 맹신했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경제학이 현실과 동떨어진 채 탁상공론의 덫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는 개인의 합리적인 행동이 비합리적인 결과를 초래할 때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주류 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으로 행동하며, 그렇게 자신의 이익을 충실히 추구할 때 모두가 협력해 공익을 이룬다는 기본 전제 위에서 출발합니다.

 

이 책은 하이에크에서 밀턴 프리드먼까지 시카고학파가 탄생시킨 유토피아 경제학의 환상을 깨고, 케인즈와 아서 피구에서 조지 애컬로프와 대니얼 카너먼까지 현실에 기반을 둔 경제학의 흐름을 추적합니다. 지은이 존 캐서디는 이 책에서 경제학의 변천 혹은 왜곡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 주고, 오늘날 미국과 세계 경제가 왜 비틀거리고 있는지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은 특히 경제학의 변천 혹은 왜곡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 주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현실에 기반을 둔 사고를 하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IMF의 권고를 착실히 따르며 ‘미국화’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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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배반

저자
존 캐서디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1-12-15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경쟁 시장이 모든 걸 해결해 주리라는 유토피아 경제학은 끝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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