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이 전혀 나지 않는 기업에 수십억 달러의 가치가 매겨진다. 어떤 스타트업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데 어떤 스타트업은 그러지 못한다. 재무학 교수이자 기업 가치평가의 최고권위자인 애스워드 다모다란은 스토리의 힘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숫자에 의미를 더해 주며 심지어 의심 많은 투자자마저도 위험을 감수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천일야화(1001 Arabian Nights)’에서 왕은 매일 새로운 왕비를 맞이하고 다음 날 죽여버린다. 날마다 신붓감을 찾아내느라 고민하던 한 신하 앞에 셰헤라자드가 나타나 자신이 스스로 왕의 부인이 되기를 청한다. 

 

셰헤라자드는 매일 밤 왕에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딱 결말 직전에 피곤하다며 잠이 든다. 왕은 궁금해 미칠 지경인 결말을 듣기 위해 셰헤라자드를 살려주고, 그녀는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렇게 1001일 동안 셰헤라자드는 왕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왕은 그녀를 살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깊이 사랑하게 됐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라비안나이트’ 이야기는 ‘스토리의 힘’을 보여주는 최초의 사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스토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에 변화를 주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태초부터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듣도록 설계돼 있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심지어는 감동과 교훈을 느낀다.

 

비즈니스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익이 전혀 나지 않는 기업에 수십억 달러의 가치가 매겨진다. 어떤 스타트업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데 어떤 스타트업은 그러지 못하다. 

 

스토리는 누군가를 이끌어 성과를 창출해야 할 때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물건을 팔거나 새로운 고객을 유치할 때, 경쟁 회사보다 우위를 점할 때, 새로운 경영전략을 모든 직원들에게 공유할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유효하다.

 

제2의 케이팝(K-Pop)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되는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연일 화제다. 방탄소년단은 국내 3대 엔터테인먼트회사가 아닌, 방시혁 대표가 이끄는 작은 기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성공 비결에 대해 많은 전문가뿐만 아니라 방시혁 대표는, 그들의 ‘서사(書史)’, 즉 ‘스토리텔링’을 하나의 요인으로 꼽고 있다. 즉 데뷔 때부터 방탄소년단이라는 팀의 이름으로 써내려간 이야기를 노래에 담았고, 최근 전 세계 19개국에서 10개월간의 대장정으로 이어진 ‘윙스 투어’ 마지막 콘서트 현장에서도 그들은 ‘이야기’를 담은 노래와 춤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여느 K-Pop 그룹과는 달리 방탄소년단은 이야기를 통해 핵심 팬클럽(아미)과 소통했고, 이 전략은 한국어로 된 가사를 다른 나라 사람들이 ‘떼창’하게 만든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재무학 교수이자 기업 가치평가 권위자인 애스워드 다모다란은 '스토리의 힘'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숫자에 의미를 더해 주며 심지어 의심 많은 투자자마저도 위험을 감수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의 저술인 <내러티브 앤 넘버스>는 숫자 중심 내러티브의 장점과 도전, 함정은 무엇인지, 그리고 스토리가 타당성이라는 시험대를 통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내러티브(Narrative)는 ‘말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 'narrare'에서 유래한 단어다. 스토리텔링과 비슷한 뜻이지만, 실화나 허구의 사건들을 묘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조직하고 전개하기 위해 이용되는 각종 전략이나 형식 등을 모두 말하는 개념으로 쓰인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매력적인 내러티브를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러가 있는가 하면, 의미 있는 모델과 계좌를 구축하는 넘버크런처도 있다. 두 능력 모두 성공에 필요하다. 다만 두 능력을 결합하는 사람만이 비즈니스의 약속을 지키고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 연구를 통해 스토리텔러에게는 숫자를 조합해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을, 넘버크런처에게는 엄밀한 시험대를 가뿐히 이겨내면서도 창의성까지 풍부한 계산 모형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다모다란은 우버의 화려한 등장을 예로 들어 내러티브가 어떤 핵심 역할을 하는지 설명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공모 시장에서 수십억 달러의 평가를 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트위터가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에 페이스북은 성장한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한다. 

 

 

애플과 아마존과 같이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구축한 기업을 통해서는 기업의 역사가 내러티브를 어떻게 속박하거나 반대로 풍요롭게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브라질 소재 광업회사인 발리를 통해선 거시적 내러티브의 영향력과 국가, 원자재, 통화가 기업 스토리를 어떤 식으로 좌우하는지를 보여준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라는 기업만이 아니라 음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지평을 바꾸는 데 성공하면서 신화적 위상으로 가지 부상했다. 물론 그에 대해서는 좋은 평판도 있고 나쁜 평판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에게 가장 탁월한 능력은 단연 스토리텔링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능력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그의 유명한 연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서였다. 

 

스티브 잡스는 프레젠테이션에서 그의 상징과 다름이 없는 터틀넥 스웨터를 입고 연단에 올라 최신 애플 제품을 사용해 회사에 대한 내러티브를 전했다. 특히 1984년 매킨토시를 소개하는 기조연설과 1997년 아이맥을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은 그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알 수 있는 유명한 일화가 됐다.

 

한편으론 무미건조한 비즈니스 스토리에 엄청난 활기를 불어넣은 스토리텔리의 대가 마이클 루이스도 주목할 만 하다. 그의 실제 스토리를 다룬 영화 <머니볼>은 프로야구팀인 오클랜드 에슬레틱스의 빌리 빈 단장에 대한 이야기다. 

 

빈 단장은 전통과 다르게 행동한 사람이었다. 그는 어떤 타자와 투수가 가장 장래가 촉망한지에 대해 야구 스카우터들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대신 스토리가 아니라 정기 기록을 토대로 작성된 통계 수치를 사용했다. 야구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세이버메트릭스라는 새로운 학문까지 생겨나면서 그의 성공은 다른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나아가 거의 모든 스포츠 분야에서 이 숫자 중심의 스포츠 학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결과적으로 저자는 투자자에겐 이 책의 많은 부분에서 가치와 가격의 차이를 언급했지만, 어느 쪽을 선택하는지는 독자 스스로의 결정에 달렸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누구든 때가 되면 둘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가치를 신봉하고, 주가는 결국에는 가치를 향해 움직인다고 믿으며, 자신의 투자에도 그런 믿음이 반영돼 있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저자는 가격이 가치보다 낮다고 판단되면 신생 기업이든 전통적 기업이든 가리지 않고 매수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믿음이 시장의 시험을 받을 것이며, 가치를 신봉한다고 해서 보상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투자자와 직원, 고객을 끌어들일 때는 물론이고 성공적인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신뢰할 수 있는 비즈니스 스토리는 대단히 중요하다. 스토리는 가능성, 타당성, 개연성의 시험을 거쳐야 하며, 현실 검증을 거쳐야 하고, 필요하면 현실 여건을 반영해 스토리를 수정해야 한다. 어떤 스토리도 영원하지 않으며, 어떤 가치평가도 항구적이지 않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Posted by have a Good story, gdaily 지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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