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기술과 기업 혁신에 관한 명쾌한 통찰을 담아낸 ‘혁신 이론’의 창시자로 한평생 경영학을 집대성해온 거장으로 통한다.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는 그동안 정통 경영서만 집필했던 그가 처음으로 일반 대중을 향해 던지는 경영학을 접목시킨 인생론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봄, 학생들의 요청으로 크리스텐슨은 하버드경영대학원 전체 졸업생 앞에서도 본인의 철학과 노하우가 모두 담긴 ‘인생경영학 특강’을 진행했다. 2009년 가을부터 암으로 투병하느라 머리숱이 거의 없을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으나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연단에 섰다. 이 연설은 하버드에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으며, 유명세를 타면서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도 소개됐다가 이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그는 이 책에서 경영학의 ‘이론’을 우리 인생의 중요한 국면에 접목해 현재의 일, 가정, 관계를 점검하도록 돕고 있다.


이 책은 크리스텐슨이 하버드경영대학원 종강일마다 해온 ‘인생경영학 특강’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그의 마지막 강의는 항상 그의 대학원 동창들이 졸업 후 겪어온 변화에 대한 에피소드로 시작된다. 학창 시절 하버드와 옥스퍼드에서 공부한 그는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젊은 인재들이 다양한 인생 문제를 겪으며 불행해지는 모습을 수없이 봐왔고, 마지막 강의 때 인생 선배로서 제자들에게 진심 어린 충고를 전하게 됐다.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외, 이진원, 알에이치코리아


“인생이란 나처럼 ‘생명이 위태로운 병에 걸렸을 때’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매일’ 중요한 것이다.” 크리스텐슨은 죽음 앞에서 지나온 나날을 반추하며 더욱 큰 통찰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책을 통해 인생의 중간 점검은 위기에 막상 봉착해서가 아니라 살아가면서 때때로 해야만 한다는 깨우침, 나아가 그 구체적 방법까지 제시한다.


당신의 아이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가치를 얻는다면

그들은 누구 아이인가?


크리스텐슨은 이 책에서 무엇보다 ‘이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정확하게 예측하게 해주는 것, 바로 이것이 ‘이론의 가치’이며, 이론은 인간사의 근본적인 인과관계 메커니즘이다. 오랜 세월 연구되고 검증돼온 이론은 기업의 흥망성쇠는 물론, 인간의 길흉화복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


크리스텐슨은 경영학 대가답게 우리 인생의 일, 가정, 관계 영역에 각종 이론을 능숙하게 대입시킨다. 그는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위해서 ‘인센티브 이론과 동기 이론’을 통해 일의 목적과 의미를 분명히 하고, ‘의도적 전략’을 실천해가면서 우연히 찾아오는 ‘창발적 전략’이라는 기회를 포용하며, 전략에 ‘시간, 돈, 에너지’를 적절하게 투자하는 ‘자원 할당’을 현명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사람은 자연스럽게 어떤 선택 앞에서 이익을 즉각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하려고 한다”며 특히 의식적으로 인생의 장기적인 활동에 자원을 더 배분할 것을 주문한다. 이어 그렇지 못한 미국 복지 프로그램들이 봉착한 위기에 대해 다음처럼 설명한다.


미국은 사회보장연금과 노인의료보험제도 등 복지 프로그램들을 조정할 수가 없다. 모든 사람들이 이런 프로그램들이 국가를 부도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동의하는 데도 그렇다. 이유는 무엇일까? 하원 의원들은 2년마다 재선을 위해 뛴다. 옳건 옳지 않건 간에 이런 의원들은 자신들이 미국을 구원하는 데 앞장서기 위해 재선이 되어야 한다고 확신한다. 이런 문제의 해결 방법은 광범위하게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런 해법을 가방에서 꺼내서 고객인 유권자들에게 ‘팔려고’ 하지를 않는다. 이런 프로그램들로부터 혜택받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서 만일 그런 해법을 가방에서 꺼낸다면 그 의원에게 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어 크리스텐슨은 ‘좋은 돈과 나쁜 돈 이론’으로 대규모 투자를 해 단기간 성과를 보려고 하는 위험한 ‘나쁜 돈’의 사례와, 부부 관계라든지 아이의 교육이라든지 오랜 시간 자원을 지속적으로 투자해야만 성과를 볼 수 있는 가정의 사안을 비교한다.


이와 함께 그는 ‘능력 이론’을 바탕으로 무분별한 ‘아웃소싱’에 대해 경고한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획기적인 PC업체였던 미국의 델 컴퓨터가 타이완의 아수스에게 소형 회로 생산부터 아웃소싱하기 시작해 마더보드, 컴퓨터 조립,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수년간 조금씩 일을 넘겨주다가 결국 브랜드 외에 모든 부문을 아웃소싱하게 된 비극을 들려준다. 델의 서류에서 분명 숫자는 더 좋아졌으나 그 기업은 이제 평범해졌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조차 ‘전문화’라는 명목하에 지나치게 남의 손을 빌리면서 결과적으로 미래의 경쟁력이 약화된 것이다.


크리스텐슨은 가정에서도 부모가 델 컴퓨터처럼 행동하고 있지 않는지 생각해보라면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아이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가치를 얻는다면, 그들은 누구 아이인가?”라고.


아이들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 이상의 일을 해야 한다. 능력 이론에 따르면 아이들은 도전을 겪어야 한다. 또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가치도 개발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깊게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하는 경험만을 많이 준다면, 아이들에게 미래 성공에 필요한 프로세스를 갖추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맛보게 해줄 수 있는 다른 사람에게 아이들을 아웃소싱하고 있다면 우리는 존경하고 존중하는 어른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도록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아이들은 우리가 그들에게 가르칠 준비가 됐을 때가 아니라 그들이 배울 준비가 됐을 때 배울 것이다.


크리스텐슨은 일상 너머에 있는 인생의 본질을 탐구한다. 그는 “사회와 개인생활에 퍼져있는 한계적 사고가 정도에서 벗어나는 예외를 허용하는 함정”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이번 한 번만’이라며 자신을 정당화하다가 양심을 저버리고 결국 일시적인 한계비용이 아닌 막대한 전체비용을 지불한 가장 대표적인 예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해온 영국의 베어링스 은행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사건을 되짚는다.


1995년 발각되기 전에 13억 달러의 투자 손실을 입혀 영국 상업은행 베어링스를 파산시킨 걸로 악명을 떨쳤던 당시 26세의 트레이더 닉 리슨도 이런 운명으로 고통을 받았다. 돌이켜봤을 때 이 사건은 작은 한 걸음, 즉 비교적 작은 실수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그는 그 실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감시가 거의 없던 거래 계좌에서 손실을 감추는 식으로 잘못을 은폐했다. 어떻게 상사에게 한 가지 잘못을 숨긴 결과, 233년 역사의 상업은행을 파산시키고, 자신은 사기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아 수감되고, 결혼 생활이 파탄에 이르는 지경까지 갈 수 있단 말인가?


이 밖에도 이 책에는 지금 이 시대를 풍미하고 있는 유수한 기업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인텔, 유니레버, V8, 픽사, 이케아, 넷플릭스, US스틸…. 경영구루의 창의적이고 직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흥미진진한 기업 세계는 인생의 문제와 겹쳐져, 우리가 인생 문제를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인생을 스스로 점검하는데 도움을 준다.


한편, 크리스텐슨은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와 각별한 인연을 이어온 점이 눈길을 끈다. 1971년에서 2년간 국내에서 선교사로 봉직했으며, 지금도 미국 보스턴의 한인커뮤니티와 친밀하게 교류하고 있다. 오랜 세월 우리의 경제성장을 지켜본 경영학자로서 그는 우리 기업의 사례를 수업에 자주 활용하기로 정평이 나 있기도 하다.


글 한주연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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