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의 정치학]


사회 양극화, 고용 불안정, 가족 구조의 변화….


복지와 복지국가에 대한 담론이 사회적 의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복지 이슈가 정치권력 재편을 판가름하리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복지국가가 보편적으로 인식된 계기는 지난 1945년 영국 노동당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민 생활을 보장하는 사회보장 정책을 내세우면서부터다. 당시 이 정책을 뒷받침한 것이 ‘베버리지 보고서’다.


‘아동수당, 무료의료 시스템, 완전고용’을 통해 보편적 사회보험을 시행함으로써 빈곤을 타파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 보고서는 1942년 출간돼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고, 그 실현을 약속한 노동당의 집권을 가져왔다. 소위 ‘의회민주주주의, 중도좌파 사민주의, 사회보장 정책’이라는 복지국가의 정의는 영국 복지국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확립된 것이다.


그렇지만 복지 국가의 진정한 기원은 1932년부터 복지국가 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한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사민당의 장기집권이라는 정치적 기반 위에서, 이상적인 복지국가 체계에 가장 근접하고 사민주의 이념을 가장 잘 반영하는 복지국가 모델을 만들었다.


영국 복지국가의 목표가 빈곤 해소와 예방이라면, 스웨덴 복지국가는 불평등의 완화를 지향한다. 빈곤한 사람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가장 소득이 낮은 사람들의 생활수준도 국민 평균 생활수준과 격차가 크지 않은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이다.


복지국가의 정치학, 알베르토 알레시나 외, 전용범, 생각의힘.jpg


때문에 스웨덴 복지 체계에서는 사회보장 제도 외에도 다양한 사회 정책이 중요하게 작동한다. 스웨덴은 케인스의 일반 이론이 발표되기 전부터 시장경제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추진했는데, 공공 일자리를 창출하는 노동시장 정책은 노동 시장에서 임금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연대임금 정책으로까지 확대된다.


연대임금 정책과 더불어 누구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완전고용 정책, 위기 상황에서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보편적인 사회보장 정책이 스웨덴 복지국가 체제를 구축하는 세 기둥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 복지에 대한 신화와 현실은?


최근 국내에선 국민 모두가 복지의 수혜자이자 부담자가 되는 ‘보편적 복지’ 개념이 주목받고 있으며, 흔히 ‘빈곤층에 대한 국가의 시혜’로 인식되는 ‘복지’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개념의 차원을 넘어 제도와 국가 시스템의 문제를 함축하는 ‘복지국가’의 의미와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복지국가의 정치학>은 특정 이념이나 정치적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난 객관적 태도로 복지와 복지국가에 대해 안내하면서, 지금 우리에게 적실한 논의로 나아가도록 하는 기본 교양서의 역할을 해준다.


복지 국가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에 대해 소개하는 이 책은,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 적절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복지 정책의 잣대로 인식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제도가 얼마만큼 다른가, 그리고 그런 차이가 생긴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다.


경제적 설명으로 미국과 유럽의 복지 제도의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한 우리는 정치학이 제시하는 다양한 원인들에 눈을 돌렸다. 우리는 무엇보다 정치 제도와 인종적 이질성이라는 두 요인으로 미국과 유럽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전 세계의 나라들을 살펴보면 인종적으로 동질적인 나라일수록 가난한 계층으로의 소득 재분배 경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동질적인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사회안전망이 잘 갖추어진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은 인종적으로 매우 이질적인 사회인데, 미국의 이러한 특징이 낮은 수준의 소득 재분배와 특별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도와 이데올로기는 미국과 유럽의 차이를 낳은 배경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은 강력하지만, 제1원인은 아니다. 제도와 이데올로기는 미국과 유럽의 지리적 조건과 민족 구성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일 뿐이다. 미국의 영토는 매우 넓고 민족 구성이 매우 다양하다. 미국은 두 개의 대양을 사이에 두고 다른 나라들과 분리되어 있다. 유럽 각국은 훨씬 밀집되어 있고 훨씬 더 동질적이며 흔히 자국 영토에서 전쟁을 치른 경험이 있다. 우리가 보기에는 이러한 점들이야말로 미국과 유럽의 차이를 낳은 제1원인 내지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학자인 이 책의 두 지은이 알베르토 알레시나와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각 제도의 차이가 세전 소득, 개방도 그리고 사회적 이동성과 같은 경제적 요인들로는 설명되지 않으며, 정치 제도와 인종적 이질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보고, 그 역사적 기원을 분석한다.


더불어 경제적 불평등의 원인과 소득 재분배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 즉 ‘이데올로기’가 다르며, 이는 자연스럽게 성립한 것이 아니라 정치가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조작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사람들을 세뇌시킨 결과라고 주장한다.


특히 지난해 국내 출간돼 큰 관심을 모은 <도시의 승리>의 지은이인 알레시나와 글레이저는 국가별 자료에 대한 꼼꼼하고 체계적인 분석을 기초로 해 소득 재분배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국가 개입 수준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경제학과 복지시스템을 연구하는 학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복지 논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글 손정우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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