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소믈리에]


아스피린(Aspirin)은 지난 2003년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필수 약물 리스트에 포함될 정도로 널리 알려진 약이다. 전 세계 사람들은 매년 이 작고 하얀 알약을 2000억 정 이상 복용한다고 한다.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합성 의약품이면서, 지금도 가장 성공한 의약품이라는 명성을 지키고 있다.


아스피린은 두통, 고열, 류머티즘 통증 등 일상적인 증상에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심장발작과 뇌졸중은 물론 심지어 암까지 예방해주는 효과가 있다. 더불어 알츠하이머병에서부터 잇몸질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질병에도 효과를 발휘하니, 인류에게 아스피린은 ‘명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이언스 소믈리에> 강석기 지음, MID 펴냄


프리드리히 바이엘(Friedrich Bayer)과 요한 프리드리히 베스코트(Johann Friedrich Weskott)가 1863년 설립한 염료제조업 회사였던 바이엘(Bayer)은 아스피린 신화와 함께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특히 아스피린을 판매하면서 기존의 염료회사의 이미지를 탈피, 제약회사로서의 이미지 강화를 시도하게 됐고, 지난 1900년 대중에게 상당히 친숙한 형태의 로고가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원 안에 ‘BAYER’이라는 회사명이 십자 형태로 가로지르는 지금의 로고가 탄생하게 됐는데, 특히 아스피린 알약에도 새로운 로고를 적용, 아스피린을 보면 바이엘을 연상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새로운 로고와 창의적인 디자인을 통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아스피린과 바이엘을 연결시킬 수 있었으며,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같은 효과를 보고 있다.


바이엘의 새로운 로고와 함께해온 아스피린은 1897년 8월 바이엘의 연구원이었던 펠릭스 호프만(Felix Hoffman)이 살리실산(Salicylic acid)을 무수아세트산으로 아세틸화해 처음으로 순수한 상태의 아세틸살리실산(Acetylsalicylic acid)을 합성하는데 성공해 탄생하게 됐다. 아스피린이라는 이름은 아세틸(Acetyl)의 ‘A’와 Spirea(실리신을 채취한 조팝나무)에서 나온 ‘Spirin’의 합성어다.


❐ 기네스북에 등록된 가장 많이 팔린 약물 '아스피린'


아스피린은 전 세계 많은 사람이 복용하면서 흥미로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매년 생산되는 아스피린의 양을 500㎎ 정제로 환산하면 지구와 달을 왕복할 수 있는 길이만큼 늘어놓을 수 있다. 또 20세기에 쏘아 올린 우주선 아폴로의 구급약 키트에 7번이나 포함돼 우주로 날아간 약물로 기록됐다. 1950년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약물로 기네스북에 등록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아스피린은 500㎎짜리 알약으로 주로 소염진통제와 해열제로 사용된다. 반면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복용하는 아스피린은 100㎎ 저용량이다. 미국과 유럽, 세계 여러 전문가 그룹은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권고하고 있다.


2012년 9월21일자 <사이언스>의 ‘질병 예방’ 특집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으로로 ‘하루 아스피린 한 알이 암을 예방할까>?’란 기사가 있다. 만성두통 완화나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장기간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한 사람들을 추적한 연구결과 암 예방과 억제 효과를 발견한 것이다. 수치상으로는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40% 정도 낮다거나 암환자인 경우 5년 내 사나 낮았다는 연구결과들이 상당수다.


아스피린과 심혈관질환의 관계를 연구하던 영국 옥스퍼드대의 피터 로스웰 박사는 예상치 못한 자신의 연구결과에 깊은 흥미를 갖고 심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없음에도 매일 아스피린을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스피린은 어떻게 이런 약효를 내는 걸까. 몇 가지 가설 가운데 가장 유력한 것은 COX-2를 방해하는 아스피린의 항염증 작용이 암 발생을 막아준다는 가설이다. 우리 몸속에 생긴 미세한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염증이 암이 자라는 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스피린을 장복하면 이럴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암조직에서 COX-2가 많이 존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아스피린의 암 예방 효과나 항암제로서의 작용에 깊은 인상을 받은 연구자들은 아스피린이 ‘최초의 범용 함암제’라며 암 예방과 치료를 위해 아스피린 복용을 권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이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는 반대의 목소리 역시 많다.


일반화학실험에서도 합성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아스피린의 역사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아스피린의 새로운 약효가 지금도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합성 의약품 시대를 열어준 아스피린은 110년 이상 역사 속에서 현재도 세계인의 심장 건강과 함께하며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사이언스 소믈리에>에는 아스피린에 관한 에피소드처럼 일상에서 접하게 되는 수많은 일과 사물 가운데 숨어있는 과학의 원리를 쉽게 풀어내고 있다. 전문 사이언스 라이터 강석기의 깊이 있는 글은 과학이슈에 관심이 많은 이들 뿐만 아니라 과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이들에게도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를 주고 있다.


특히 이 책은 다양한 최신 과학의 이슈를 일상의 소재로 쉽게 설명해 풀어주고 있다. ‘힉스 입자’ ‘노화이론’ ‘블랙홀’ 등 어려운 과학 이야기도 지은이의 쉬운 설명을 통해 ‘쉬운 이야기’로 전달된다. 아울러 부록을 통해서는 2012년 한해 세상을 떠난 과학계의 석학들의 업적을 꼼꼼히 짚어주고 있다. ‘과학 소믈리에(Science Sommelier)’를 자처하는 지은이의 두 번째 과학 에세이.


손정우 기자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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