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았다?

사회 2013. 3. 21. 11:20

[행복의 신화]


일반적으로 우리는 결혼해서 자녀를 가지고, 좋은 직업과 부를 얻는다면 행복에 다가갈 것이라고 믿는다. 반면 건강을 잃고, 파경을 맞고, 돈이 없이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는 신화가 마치 ‘짝’을 이룬다. 이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행복을 둘러싼 오래된 신화 가운데 하나다.


행복을 20년 넘게 연구해 온 소냐 루보머스키는 <행복의 신화>에서 어른이 돼 누구나 직면하는 인생의 500여개의 행복에 관한 실험 결과를 소개한다. 공통적으로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한 지은이의 방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행복의 신화> 소냐 류보머스키 지음, 이지연 옮김, 지식노마드 펴냄


책에 따르면, 목표를 성취할 방법에 관한 책과 전문가들이 많지만 현대 과학은 목표를 이루는 방법 못지않게 어떤 목표를 선택하느냐가 성공과 행복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밝혀냈다. 지금 생각하는 목표가 당신 내면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사회가 당신에게 강제한 것일 수도 있다. 때문에 성급하게 달려들기보다 먼저 나에게 맞는 목표는 어떤 것인지, 그 목표가 추구할 가치가 있는지를 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꿈을 좇으라고 말하는 모든 책이 목표의 추구보다는 목표의 달성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는 독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 그런데 부와 성공을 손에 쥐고도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상당수다. 게다가 개인의 성공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우연적 요인도 많이 개입하기 때문에 그대로 따라 해도 전혀 다른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설명이다.


많은 연구 결과들이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 자체에서 행복감을 맛보는 것이 성취를 향한 동기를 높이고, 예기치 않은 장애를 만났을 때도 이를 돌파하거나 유연하게 우회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줌을 보여준다. 마치 뉴욕 여행자들이 정작 여행 중보다는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더 큰 행복을 맛보듯, 방법과 과정이 성공 자체의 가치와 행복을 크게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진화하는 과정에서 심리적 면역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병원균이 침입하면 면역체계가 작동하여 몸을 방어하듯, 슬픔이나 공포를 경험하는 순간 여기에 적응하고 이로 인한 고통과 충격을 완화시켜줌으로써 우리의 심리적 건강을 지켜주는 면역체계가 우리 마음속에 있다. 가령 가족 중 누군가가 호랑이에게 물려갔을 때 슬픔에만 잠겨 있다면 인류는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럴 때 심리적 면역체계는 슬픔을 완화시켜 생산적인 쪽으로 다시 에너지를 돌릴 수 있도록 해주는 생존의 필수적인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심리적 면역체계가 나쁜 일 만이 아니라 좋은 일에 대해서도 그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 처음 내 집이 생기고, 처음으로 승진하고, 첫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에는 그 기쁨에 취해 영원히 행복할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본능적으로 우리는 그것에 적응하고 만다. 이제는 그것이 새로운 기준이 돼 눈앞의 성취가 시들해지고, 다시 비슷한 정도의 행복을 느끼기 위해 더 큰 자극이 필요해져 새로운 무언가를 다시 찾아 나선다. 지은이는 이를 ‘쾌락적응’ 현상이라고 말한다.


무언가를 얻으면 영원히 행복할 것 같고, 무언가를 잃으면 영원히 불행할 것처럼 생각하는 신화가 작동하는 것은 사람의 이런 쾌락적응 능력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본능적인 쾌락적응 현상을 이해하고 좋은 것에 대한 적응을 지연시키거나 무효화하는 것이 행복과 관련해서 과학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지은이는 설명한다.


❐ 신용카드는 어떻게 행복을 앗아갈까


상상 하나. 만일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스타와 키스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해보자. 그 사람은 당신이 평소에 정말로 동경하던 뛰어난 배우다. 이 키스는 3시간 후에 하거나 혹은 3일 후에 할 수 있다. 당신이라면 언제가 더 좋겠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3일을 기다리겠다고 답했다. 기다릴 때의 즐거움이 기대하는 그 일만큼이나 소중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다른 유형의 긍정적 경험에 대해서는 비슷한 조사가 실제로 이뤄졌다. 그 중 한 연구에서는 12일짜리 가이드 동반 유럽여행에 나서는 여행자들은 실제로 여행을 하고 있는 기간보다는 여행출발 한 달 전에 여행에 대해 훨씬 더 기대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네덜란드의 휴가자 1000명을 조사했던 연구팀은 휴가와 관련해 가장 큰 행복은 휴가를 기다리는 기간에 발생한다고 결론지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대할 때의 행복감을 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우리는 기다리는 기간을 늘려야 한다. 아울러 한 번의 큰 휴가보다는 여러 번의 작은 휴가를 내야 한다. 물건을 구매하거나 여행하는 날 등 실제로 받는 날 사이의 기간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기대감과 계획을 친구들과 공유하고, 앞으로 갖게 될 물건이나 경험을 미리 즐겨보고 이를 위해 계획을 세우거나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와 유사한 모든 연구를 고려해 지은이가 추천하는 방법은 바로 물건이나 경험을 얻기 며칠 전, 혹은 몇 주 전에 돈을 지불하라는 것이다. 언제나 앞으로 기대할 일이 생기도록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신용카드는 정반대로 지금 구매하고 나중에 지불하도록 만든다. 이런 정반대의 방법은 충동구매를 부채질하고 우리의 행복을 도둑질해가는 셈이다. 차라리 휴가를 연기하고, 비싼 포도주를 저장해두고, 신제품 배송을 다음 달로 잡는다면 더 행복해질 가능성이 크다.


상상 둘. 당신이 영화 <카사블랑카>의 주인공 릭 블레인이 됐다고 해보자. 내 인생의 전성기는 잉그리드 버그먼이 연기한 일사 런드와 파리에서 보냈던 시간이고, 가장 로맨틱한 도시에서 미친 듯 로맨스에 몰두했던 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이유로 그 로맨스는 끝나야 했고, 지독하게 끝나버린 뒤 이제 남은 것은 오로지 기억뿐이다.


이 기억은 당신에게 지속적인 행복의 원천이 될 수도 있지만(보유 효과, Endowment Effect), 반대로 이 기억이 미래의 모든 행복을 영원히 약화시킬 수도 있다. 살아가면서 당신은 언제나 미래의 관계를, 아무리 좋은 관계라도, 그때의 아름다운 로맨스와 대조할 것(대조 효과, Contrast Effect)이기 때문이다.


보유효과는 과거의 긍정적 경험이 크든 작든 우리의 행복을 증진시킨다. 반면 나이가 들어 흔히 생각하는 ‘좋았던 옛날’과 현재를 대조하는 일은 우리를 덜 행복하게 만들고 경험을 제한한다. 이와 다르게 ‘불행한 옛날’과 현재를 비교할 때는 대조효과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거나 최소한 덜 불행하게 해준다는 연구도 흥미롭다.


연구에 따르면,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삶에서 긍정적 사건들을 보유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부정적 사건들을 보유한다. 대조 효과에서도 행복한 사람들은 현재를 과거의 부정적 경험과 대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반해 만성적으로 불행한 사람들은 현재를 과거의 긍정적 사건들과 대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문제는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이런 반응을 스스로 통제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지은이는 직접 수행한 연구를 바탕으로 "행복한 순간은 재생하고, 불행한 순간들은 분석하라"는 해법을 제시한다.


결혼식이나 첫 승진처럼 과거의 멋진 일을 회상할 때는 부분으로 나눠 분석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분석은 자칫 특별한 일을 평범한 조각들의 총합으로 변형시켜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장 불행했던 순간을 생각할 때는 정확히 반대로 할 필요가 있다. 가령 특정 사건이 왜 일어났고, 그와 연관된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했고, 이를 계기로 내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차근차근 글로 쓰거나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과거의 아픈 기억 속에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긍정적 연관을 발견하고,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된다는 지은이의 설명이다.


책은 이러한 방식으로 기존의 지혜를 구체적인 증거를 가지고 확인하는가 하면,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직관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과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몰입, Flow>을 지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따라 하기 쉬운 실제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했다.


한주연 기자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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