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걷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됩니다.”


끝없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박원순.


그는 과거 참여연대,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 등에서 활동해왔으며, 우리는 이 시대 가장 성공한 시민운동가로 그를 꼽는다. 본인은 이 말을 극구 부인하지만, 한때 여야를 막론하고 정계 진출을 권유하고 대통령 출마 권유도 끊이지 않을 정도이니 대한민국 시민운동의 대표 아이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현재 서울특별시 시장으로서 막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 사이, 이를 둘 다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인, 정치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 오늘도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까, 조금 더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를 거듭 고민하고 있다.


▴ <희망을 걷다> 박원순 지음, 하루헌 펴냄


과거 정치와는 벽을 쌓고 살던 그이지만, 많은 이들이 현재까지 궁금해 하는 것은 정치와 소원하던 소셜 디자이너 박원순이 어떻게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는가이다. 성공한 사회운동가에서 전폭적인 시민의 지지를 받는 서울특별시장으로 변신하기까지,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무엇일까.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마주하고 있는 고통이 더는 나를 달아나지 못하게 했다. 마침내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했고, 현실은 운명을 바꾸었다. 그토록 피해 다녔던 ‘정치의 길’로 접어들었다. 서울시장 보궐 선거 출마, 만약 백두대간 길에 있지 않았다면 결단을 내리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산에서 보낸 긴 성찰의 시간이 없었다면 어떻게 그런 결심을 할 수 있었겠는가? (…) 이제 정치의 바다에 첨벙 뛰어든다. 아니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며칠 밤낮으로 고민을 했다. 퇴로가 없다. 더 이상 고통 받는 대중의 삶을, 퇴행하는 시대를 그대로 두지 말라는 내면의 소리를 거부할 수 없다. 천지신명의 명하는 대로 나는 나아간다. 하나의 제물과 희생이 되고자 한다.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지만 그 깊은 심경의 변화는 그동안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박 시장은 <희망을 걷다>에서 최초로 시장 출마에 나서게 된 그간의 경위를 밝힌다. 그리고 사실 그의 놀라운 변신에는 백두대간을 걷는 힘겨운 여정이 있었다.


이 책은 한 인간이 민족과 역사 앞에 가져야 했던 절박한 결정의 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안철수 교수와 있었던 후보 단일화의 과정과 주고받았던 이메일을 최초로 공개,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한 인간의 고뇌를 전하고 있다.


❐ 정신적 성장과 원숙의 기록


서울시장 보궐 선거 출마는 백두대간 길에서 마주친 현실에 대한 나의 대답이었다. 산을 넘고 때로는 길을 잃고 헤매는 동안 과거에 억지로 피해 왔던 현실 정치의 요구가 걸음을 가로막고, 내 앞의 큰 장벽으로 다가왔다. 만약 백두대간 길을 걷지 않았다면 선거 출마의 결단을 내리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산에서의 긴 성찰이 없었다면 어찌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었겠는가? 산행 중 배가 고파 산신각이나 성황당의 음식을 나눠 먹었기에 산신령이 벌을 내린 것이라고 농담 삼아 말하곤 한다. 그만큼 정치가로의 변모는 내가 애써 피해 왔던 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거 과정에서 나는 근거 없는 비방과 왜곡으로 큰 홍역을 치루었고, 지금도 천만 서울 시민의 삶을 돌보아야 하는 자리가 주는 무거운 무게를 실감하며 살고 있다. 어찌 소백산 산신령의 벌이 아니겠는가?! 백두대간, 함부로 갈 일이 아니다.


동양에서는 한 인간이 새로운 삶을 향해 여행하는 기간을 49일로 보고 있다. 그런데 박 시장의 백두대간 종주도 모두 49일의 기록이다. 백두대간의 49일은 그가 새로운 운명, 새로운 실험, 새로운 직책을 시작하기 위한 경건한 기간이었다.


“어쩌면 내 인생은 백두대간 종주 이전과 이후로 삶을 나눠야 할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삶, 스스로도 예측할 수 없는 세상으로 들어가고 있다. 불안이 깊숙한 곳에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백두대간에서 만난 만산을 마음으로 오르내리면 불안조차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결정한 행로에서 닥칠 만난을 받아들일 것이다.”


박 시장은 지난 2011년 7월19일 지리산에서 시작,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자신 앞에 놓인 길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고 한다. 단조롭고 험하며 꼬박 장맛비를 맞고 모기에 뜯기며 걸었던 쉽지 않은 길이었다. 여기서 그는 자신의 삶이 백두대간 종주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고 고백했다.


“무식한 자가 일을 저지른다.” 박 시장은 50대라는 나이에 무모하게 시작한 백두대간 종주기록을 이 책을 통해 들려준다. 산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두 꿈꾼다는 백두대간 종주, 그러나 아무나 이룰 수 없다는 그 험한 장정 속에서 그가 보고 느끼고 마음에 새긴 것들을 우리에게 고백한다.


우리들은 모두가 선택의 번민과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며 살아간다. 종주에 나선 박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희망제작소를 비롯해 지금껏 이뤘던 사회 운동의 성공을 뒤로 하고 무엇인가 시작할 미지의 사업을 위해 사색과 고민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젊은 대원들은 불안한 미래를 두려워하고,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따라 나선 대원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백두대간을 걸으며 자신을 마주보고 미래를 향한 길을 발견해 간다. 능선을 오르내리는 문장 속에서 박 시장은 사념의 바다를 건너 정신의 성숙을 보여 준다. 젊은이는 자신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박 시장으로부터 배워간다.


특히 박 시장은 백두대간의 깊은 산속에서도 우리가 어떤 아픔을 겪으며 무엇 때문에 고통 받는지 생생한 현실을 경험한다. 산정에 버려진 헬기장부터 거창한 조각상까지, 자연이 파괴되고 인간이 앓고 있는 현장에서 어떻게 그 아픔을 치유할 것인지 고민한다.


박 시장과 함께 백두대간을 걷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성장을 경험하고, 치유의 영감을 얻으며, 희망을 꿈꾸고,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경험의 기회를 느낄 수 있다. 이는 내일을 번민하는 젊은이나 혁신을 꿈꾸는 기업가,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인, 새로운 세상을 기대하는 시민 모두에게 필요한 것일 아닐까.


이외에도 책에는 박 시장의 다양한 모습이 담겨 있다. 허리춤에 쓰레기봉투를 차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엉키는 발걸음을 수습해 가며 쓰레기를 줍는 모습, 뭇 생명들의 삶의 질서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 작은 물웅덩이에서 지렁이 한 마리 구하고는 운이 좋은 날이라 여기는 모습 등 우리가 몰랐던 박 시장의 따뜻한 면면을 보여준다.


이 책은 시종일관 박 시장과 그의 동료들이 흘린 땀 냄새로 가득하다. 발톱이 빠지고 신발은 닳아 해지며 어렵사리 걸은 여정의 산물이다. 


손정우 기자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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