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생쥐 샘과 줄리아]


“어디 가면 이 집을 살 수 있나요?”


‘생쥐 아파트’. 수작업으로 재활용품만을 사용해 3년간 제작한 인형의 집이다.


<꼬마 생쥐 샘과 줄리아>의 배경은 세상에 하나뿐인 이 인형의 집으로, 현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공도서관에 전시돼 있다. 높이 3미터, 너비 2미터, 100개가 넘는 방, 복도, 정원, 섬세한 소품 등 풍성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날마다 수많은 방문자들이 생쥐 아파트 앞에서 “이곳에서 살고 싶다” “이 집을 갖고 싶다”는 소망을 말하지만, 안타깝게도 생쥐 아파트는 판매되지 않는다.


이 책을 기획・제작한 저자 카리나 사프만은 지난 3년간 병뚜껑, 종이, 아이스크림 막대, 애나멜 조각,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모아 온 천조각 등의 재활용품들만 사용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 작업 기간은 3년이었지만 매일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집중적으로 작업했기 때문에 작업량으로만 따지면 6년에 걸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앞뒤좌우 양 측면에까지 100개가 넘는 방이 갖춰진 이 인형의 집은 복도와 정원, 계단, 100개가 넘는 생쥐 인형들까지 갖추고 있다. 인테리어가 같거나, 같은 옷을 입거나 같은 직업을 가진 생쥐는 찾아볼 수 없다.


<꼬마 생쥐 샘과 줄리아> 카리나 사프만 지음, 모난돌 옮김, 문학수첩리트북


특히 100개가 넘는 방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는데, 저자는 방을 하나 만들 때마다 이야기 하나씩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인형을 만들고 글을 쓸 때뿐만 아니라, 이 책의 크기, 표지, 종이 하나를 선택할 때까지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고 전한다.


저자가 창조한 세상은 단순한 인형의 집이 아니다. 제빵사와 과학자, 아나운서, 스튜디오 업자, 광고일 하는 사람, 가게 주인, 고물장수, 선원 등등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서로 다른 생쥐들이 사는 이곳은 또 하나의 진짜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유 없이 만들어진 방은 없습니다"


책은 총 19편의 이야기로 이뤄져 있다. 100편이 넘는 이야기 중 엄선된 에피소드들이다.


우선 표지를 넘기면 환하게 밝은 낮의 생쥐 아파트 모습을 볼 수 있다. 생쥐들은 각자의 집에서 책을 정리하고, 화분을 가꾸고 아기를 돌보거나 차를 마시고 청소를 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섬세하게 표현된 인형집과 소품을 배경으로 주인공 생쥐들은 실제 연기를 하듯 생생한 모습을 보여준다.


꼬마 생쥐 샘과 줄리아는 놀이와도 같은 일상 속에서 가족, 친척, 이웃들과 어울리며 문화, 예의, 배려를 배워 나간다. 씩씩하고 용감한 줄리아는 섬세하고 신중한 샘과 함께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배우면서 우정을 쌓아 간다는 이야기가 관심을 모은다.


할머니와 팬케이크를 만들다 설탕범벅이 되고, 세탁기에 가루비누 한 통을 쏟아 부어 세탁실 전체를 거품범벅으로 만들고, 둘만 아는 비밀상자를 만들어 아지트에 숨겨 놓거나, 동생 기저귀를 갈아 주는 게 싫어 울상을 짓거나, 몸에 문신이 있는 선원 할아버지를 부러워하는 모습 등은 꼬마 생쥐 샘과 줄리아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 준다.


저자는 지난 1960년 네덜란드 라이덴시에서 태어나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랐다. 엄마와 단둘이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세탁기도 TV도 없는 줄리아네 단출한 집을 만들 때 자신이 살던 집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 고물장수 아저씨와의 에피소드 역시 폐지를 주워 내다팔던 시절의 경험이 반영된 것이다.


저자는 이후 네 아이이 어머니로서 교육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어린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사랑과 배려라는 믿음은 이 책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6년간 시의회 의원을 역임하며 교육문제에 힘써 온 그의 발자취에서도 어린이들에게 사랑과 배려, 안전이 보장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6년간 암스테르담 시의회 의원으로 활동한 저자는 교육문제와 인신매매문제 등에 매진했으며, 여성 인권에 공헌한 활동을 인정받아 해리엇 프리저링상을 수상한 바 있다. 특히 이 책으로 지난해 네덜란드 최고 권위 아동그림문학상 ‘실버브러시상’을 수상했다.


글 한주연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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