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 입학하자 수염이 검어졌습니다.

양날면도기가 차갑게 턱 선을 내리긋고 지나갔습니다.

살이 뜯겨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두 번째부터는 손쉬웠습니다.

한 면은 거칠었고 한 면은 잘 들었기 때문입니다.

날 선 쪽으로 삭삭, 두어 번 베이기도 했습니다.

아버지는 도루코 면도날을 반쪽만 잘라 엇갈아 끼우셨습니다.

아버지는 무딘 쪽만 쓰셨습니다.

면도기를 함께 쓰다니, 다 컸구나.

기념으로 소주도 몇 잔 받았습니다.

잘 드는 쪽이 네 거다.

아버지의 마음 한쪽을 상속받았습니다.

 

/ <아버지 학교> 면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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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학교

저자
이정록 지음
출판사
열림원 | 2013-05-13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어머니 연세에 맞춤하여 72편으로 써낸 『어머니학교』, 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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