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동네책방!

사회 2013.05.29 21:51

[서점은 죽지 않는다]


주인장의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책들, 작가의 목소리가 나직이 울려 퍼지는 아늑한 서가, 마음 통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기다리는 쉼터…. 어쩌면 서점은 가장 민주적이고 자유분방하며 정이 넘치는 세계일지도 모르겠다.


독일에서 ‘서점(Buchhandlung)'이라는 단어는 '책을 다루는 곳'이라는 뜻을 지닌다. 책방은 전통적으로 단순히 상품으로서의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만들어내고 널리 전하는 곳이었다. 책이 타고난 생명에 또 다른 개성을 부여하고, 수많은 사람과의 인연을 이어주고, 드넓은 세상으로 내보내는 일이 이뤄지는 지성의 산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점은 죽지 않는다> 이시바시 다케후미 지음, 백원근 옮김, 시대의창 펴냄


우리에게 서점은 동네의 이정표였고 사랑방이었다고 할 수 있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대학가 앞의 서점은 만남과 재회의 장소였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서서 책을 구경하던 곳, 딱히 살 책이 없이 가도 시간 때우기 좋은 곳, 그런 곳이 서점이었다.


동네마다 헌책방도 많았다. 책 냄새 나고 사람 냄새 나는 곳이 우리 기억 속의 서점이다. 서점은 많은 사람에게 추억과 낭만이 깃든 곳이자 배고픈 영혼을 달래주던 곳이었다. 그런 서점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10년 전 종로서적이 문을 닫았고, 서울대 인근 광장서적은 최근 부도 처리됐다. 1960년 문을 연 신촌의 홍익문고는 서점을 살리려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겨우 존폐 위기에서 벗어났다.


한 일간지가 한국출판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249개 시ㆍ군ㆍ구의 서점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전남 진도군을 비롯한 4곳에서 서점이 사라졌고, 인천 강화군을 포함한 30곳은 서점이 하나뿐인 ‘서점 멸종 위기’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랑구 등 인구 5만 명당 서점이 1개 미만인 시ㆍ군ㆍ구도 적지 않았다. 1997년에 전국 5683개에 달하던 서점이 2011년에는 1752개로 줄었다. 약 15년 만에 70% 가까운 서점이 사라진 것이다.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는 독자가 늘어난 것도 서점이 사라지는 이유로 들 수 있겠지만, 책을 읽는 독자가 줄어든 것도 원인의 하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1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3명 이상이 1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월평균 도서 구입비도 2만 원대로 떨어졌고, 도서관 이용자도 줄었다. 최근에는 공중파 TV의 책 관련 프로그램이 줄줄이 종영됐다.


❐ 일본, 그래도 서점은 살아 있다


‘이런 책은 안 팔릴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서점인은 머릿속으로 그 책을 어떻게 하면 매장에서 팔 것인지를 생각한다. 서점에는 그와 같은 장인들이 많다. ‘최근 ≪주간○○≫의 내용이 너무하다’, ‘편집의 질이 떨어졌다’ 등 불만을 말하면서도 진열 위치를 바꾸거나 하며 변함없는 애정을 유지한다. 팔리는 책만이 아니라 팔리지 않는 책도 아끼며 함께해온 곳이 서점이다. 반면에 출판사는 ‘팔아주세요’라고 머리를 숙이면서도 곁눈으로 전자책을 노린다. 서점이 불쌍하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서점은 좀 더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의 출판시장은 한국보다 규모가 5배(도서시장 기준) 혹은 10배(잡지 포함) 이상 크며 유통방식도 다양하다. 닛판(일본출판판매)과 도한(옛 도쿄출판판매주식회사)이라는 큰 도매상이 출판시장의 약 80% 가까이 차지하고, 대부분의 서점은 이 두 도매상을 통해 책을 공급받는다. 이외에도 전국 체인서점과 지역서점, 중고서점 체인점과 고서점, 잡화점을 겸한 체인서점이 즐비하다.


반면 개인이 경영하는 서점은 수적으로나 판매 면에서나 열악하고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다. 여기까지 보면 ‘책의 나라’ 일본이 부러울 정도다.


그러나 일본 경제통산성의 통계에 따르면 1997년에 2만5673개이던 출판소매업 사업장은 2007년에 1만7363개로 대폭 줄었다. 2011년까지 5년간 매년 평균 1000개의 서점이 사라졌고 매장 규모는 점점 대형화되는 추세다.


<서점은 죽지 않는다>는 일본에서 서점 운영과 출판유통이 ‘팔리는 책’ 위주의 매출 지상주의로 치닫는 현실을 비판하는 서점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도쿄 한 상점가에 겨우 5평짜리 히구라시문고를 연 하라다 마유미, 전자책에 맞서 종이책의 우위를 말하는 논객 후쿠시마 아키라, 주민이 100명인 마을에서 잡화점 겸 서점을 운영하는 이하라 마미코, 카리스마 서점인으로 불리는 이토 기요히코 그리고 그의 제자인 다구치 미키토와 마츠모토 다이스케, ‘보통 서점’을 실천하는 나라 도시유키, 그리고 후루타 잇세이.


이 여덟 명의 서점 사람들은 다양한 배경을 지녔고 서로 다른 서점에서 일하지만 공통적으로 독자가 원하는 한 권의 책을 전달하는 서점의 위상과 소중함을 몸으로 보여준다. ‘상품’이자 ‘문화재’이기도 한 책을 팔기 위해 그들은 해당 분야의 계보를 꿸 만큼 수많은 책을 읽는다.


또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서점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한다. ‘책’이란, ‘서점’이란, ‘서점인’이란 무엇인지, 왜 서점의 본질적 가치와 미래에 대해 함께 생각해야 하는지 이 책은 묻고 있다. 이를 통해 서점은 단지 책을 파는 장사꾼들의 세계가 아니라 책이라는 불가해한 힘을 가진 공공재 상품을 다루는 ‘장인’들의 무대임을 역설한다.


이 책은 서가 진열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 베스트셀러가 좋은 책인가 하는 끝없는 논쟁, 전자책과 종이책에 대한 이야기, 서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POP 문구,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정년에 대한 이야기, 묻혀 있던 보물 같은 책을 발굴해 베스트셀러로 만든 이야기 등 일본 서점 장인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주연 기자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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