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른 집에 산다]


과연 대한민국 사회에서 부동산 혹은 아파트라는 틀에서 자유로운 중산층이 얼마나 될까. 많은 정치세력들이 부동산 문제의 해결을 외치고 있고, 경제학자들도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해법들을 주장한다.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 혹은 아파트라는 것은 ‘인생’을 걸어야 하는 문제가 된지 오래다. 특히 도시민들이 ‘하우스푸어’ 혹은 극단적인 표현으로 ‘집 마련의 노예’가 된다는 말은 결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다.


왜 이런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걸까. 왜 우리는 다른 세상을 꿈꾸거나 미래를 꿈꾸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걸까. <우리는 다른 집에 산다>는 이러한 도시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뜻과 꾀를 모아 코하우징 주택을 짓고 더불어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은 대안공동체 ‘성미산마을’에서 개인이 감당하던 도시 주거문제를 여럿이 함께 해결해보자고 의기투합한 아홉 가구가 코하우징 주택 ‘소행주 1호’(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소재)를 짓고 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곳에서 더불어 살기를 도모한 과정, 우여곡절을 극복하며 이뤄낸 완공, 복작복작하지만 매일이 소중하게 펼쳐지는 공동체 생활까지의 전모를 속속들이 소개한다.


<우리는 다른 집에 산다> 소행주・박종숙 지음, 현암사 펴냄


‘코하우징(Co-housing)’은 글자 그대로 함께 집을 짓는 것이다. 아울러 여기에 몇 가지 ‘공공성’의 개념이 더해질 수 있다. 코하우징이 추구하는 바를 통해 설명하면, △입주자가 설계부터 함께하는 참여형 디자인 주택 △개인의 경제적 부담을 공동이 나눠 해결하는 주택 △함께 이용하고 즐기는 공동의 공간이 있는 주택 △이웃과 마을을 향해 열려 있는 주택이라고 할 수 있다.


‘소행주’라는 말은 ‘소통이 있어서 행복한 주택 만들기’를 줄여 부르는 호칭으로, 성미산마을에 ‘소행주 1호’를 완공한 시행사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시행사의 구성원들은 성미산마을을 터전 삼아 벌써 예전부터 공동육아, 대안학교, 생활협동조합들을 설립・운영하며 마을살이를 도모해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주거 문제까지 여럿의 힘으로 해결해보자고 합심해 결국 소행주라는 마을기업을 탄생시키기에 이르렀다.


책은 도시 주거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한 이야기와, 이들이 찾아낸 코하우징이라는 해법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또 실제 행동에 나서 ‘소행주 1호’를 지은 과정(건축기)부터 입주자들이 직접 전하는 코하우징 주택살이(생활기)의 이모저모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 행복을 갈망하는 열혈엄마들 '일 냈다'


사생활이 침해당하거나 피곤할 것이라는 우려를 주변에서 하던데요. 요즘 세상엔 ‘사생활’이 보호받고 싶은 것이라는 인식이 많지만 살아 보면 사생활을 보호받고 싶은 순간이 늘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내가 필요할 때, 사생활을 보호받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 그리고 저처럼 아직 아이가 어린 엄마의 경우는 사생활이라는 게 거의 없는데(아이가 가만 놔두질 않으니까요) 오히려 소행주에 살면서 진정한 사생활을 누리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늘 아이를 챙겨주고 놀아줘야 했는데, 아이가 윗집, 옆집 언니들하고 반나절씩 놀 때, 저는 진정한 해방감을 느끼고 꿀맛 같은 자유시간을 갖지요. 혼자서 영화도 보고 집안일도 여유 있게 하고요. 그래서, 저는 소행주에 살면서 더 많은 개인 생활을 보장받는 듯해요.


소행주 1호의 아홉 가구는 집마다 이름이 있다. 입주자들은 스스로 자기네 집의 성격에 따라 이름을 짓고 문패도 만들어 달았다.


그 이름들을 나열하면, ‘숨는 집’ ‘聽雨書齋(청수서재, 빗소리를 듣는 서재)’ ‘항상’ ‘허벅’ ‘일없는 집’ ‘느티나무집’ ‘너른 둥지’ ‘上善若水’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등이다. 그런데 다소 어려운 집 이름 대신 서로 부르는 말은 이런 식이다. ‘느리네’ ‘하하네’ ‘야호네’ ‘풍뎅이네’ ‘지니네’ ‘밤비네’ ‘길모네’ ‘에이미네’ ‘채송아네’인데, 이 이름의 주인공은 모두 엄마들이라는 것.


소행주의 코하우징 프로젝트를 도모한 주체 역시 아빠들보다는 엄마들이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꽤 많은 시간을 가정에서 보내는 주부들은 주거 문제에 대한 체감이 아빠들보다 컸다. 문제의 상황을 해결할 아이디어를 모으는 일에서도 주부의 경험이 소중했다.


아빠들은 생계비를 버는 데 보다 신경을 쓰느라 ‘어떻게 살 것인가’를 자문할 여력이 없었던 걸까. 실제로 401호 입주자 야호네의 아빠(별칭 강호)는 어느 날 불쑥 “집을 짓겠다”는 아내의 말을 ‘주부의 반란’쯤으로만 생각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소행주에 입주한 자녀들은 아홉 가구에 모두 열아홉 명이다. 이 가운데 초등학생이거나 학교 가기 전인 아이들만 열다섯 명이다. 인원수만으로도, 이곳은 아이들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의 바쁜 사정까지 더해져 너무나 이른 나이부터 편안한 보육이 아니라 차가운 교육에 노출되고, 집에서도 마땅한 놀잇감이나 어울릴 이웃 친구가 없어 만날 TV만 봐야 하는 게 요즘 아이들의 흔한 처지이지만, 소행주의 아이들은 심심할 틈이 없다. 


소행주 주택이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서로 어울려 지낼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자는 엄마들의 작품인 덕분이다.


현재 코하우징 주택의 정의가 엄격하게 정해져 있지는 않다. 이에 그 결과물인 주택도 수요자들의 욕구에 따라 조금씩 다른 특성을 갖는다. 소행주 1호가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한 것은, 입주자가 자기네 집의 구조부터 공용공간의 쓸모까지 직접 참여해 계획을 세운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소행주 1호의 아홉 가구 중에 어느 집도 다른 집과 구조가 비슷하지 않으며, 마감재마저 모두 다르다.


이로 인해 건축 시공회사는 한 채의 연립주택을 짓는 게 아닌 아홉 채의 단독주택을 짓는 것에 맞먹는 엄청난 고생을 감수해야 했지만, 입주자 모두가 만족하는 집을 짓는 일을 성공시켰다. 이것 역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곰곰이 고민하고 추진한 엄마들의 뚝심 덕분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아빠들이 꼭 ‘부수적인 행복’만 누리는 것은 아니다. 소행주에는 ‘커뮤니티공간(씨실)’이라고 하는, 특별한 거실이 있다. 거주 공간인 3층~6층과 별도로 2층에 지은 12평가량의 이 공동공간은, 입주자들 간 커뮤니티의 구심점이 되는 곳이다. 


공동의 근사한 주방이 있고, 특별히 신경 써서 갖춘 오디오와 영상 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무엇보다도 넓은 공간을 누구나 맘껏 활용한다는 ‘자유’가 있다.


아이들은 ‘방 어지럽힌다’는 타박 없이 이곳에서 저들끼리 온갖 놀이를 하고, 어른들은 저녁이면 하나둘 모여 수다도 떨고 음식도 나눠 먹는다. 술자리도 자주 벌어진다. 


때문에 사회적 관계 외에 유대 관계를 맺는 일이 수월치 않은 아빠들도 씨실 덕분에 “귀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심지어 이제는 집에 가까이 오면 자기네 창문에 불이 켜져 있는지 보다 씨실에 불이 켜져 있는지를 먼저 확인한다고 한다.


책은 집짓기 과정의 상세한 단계별 소개와 함께 소행주 1호의 사례를 통해 건축 시공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전반에 관해 여러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다. 


특히 소행주 이야기의 마지막 백미는, 입주자들의 생활기다. 과연 코하우징 주택살이란 무엇인가, 공동생활을 추구한다면 개인 생활을 제약하는 면은 없나, 일반주택 생활과 비교해 불편한 점은 무엇인가 등 이전부터 여러 관심자들에게 받아온 질문들에 입주자들이 ‘허심탄회’하게 해명한다.


책은 나누고 보태며 하루하루 딴딴히 여무는 집 집짓기에서 살기까지의 좌충우돌 생생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한주연 기자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이미지출처: 스마일센터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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