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왼발 My Left Foot>(1989)


엄마는 내가 얼마나 정확히 베껴 썼는지 주방 일을 하다가도 수시로 점검하곤 했다. 

그런데 점검하면서 잘못을 고쳐주는 학습방법이 자못 흥미로웠다. 

"이건 중간에 쉼표가, 마지막엔 종지부가 사라져버렸네. 근데, 과연 어디 갔을까?"

"여긴 또 물음표와 느낌표가 서로 사이좋게 놀러간 모양이네. 근데, 왜 아직 집에 안 들어올까?" 

"이건 V자를 U자로 잘못 썼네. 내가 옛날에 알파벳 가르칠 때 말한 거 기억나니? 이 두 글자는 같은 컵 모양이지만 똑바로 세워지는 건 U자고 쓰러지는 건 V자라고... 너도 이 U자처럼 똑바로 서고 싶지? 그래서 M자처럼 막 달리다가 나중엔 W자처럼 훨훨 날아가고 싶지? 그렇지?" 

난 용기와 희망을 주는 엄마의 말에 불편한 고개지만 힘차게 끄덕였다. 

예전에 엄마는 내게 알파벳을 가르치면서 글자들을 주변 사물에 곧잘 비유하곤 했다. 

예컨대 Y자는 나뭇가지, I자는 연필, O자는 풍선, P자는 깃발, D자는 배부른 돼지... 식이었는데, 이상하게 머리에 쏙쏙 들어왔었다. 

그때 M자는 사람이 달리는 모습, W자는 날개 달린 새에 비유한 것이 떠올랐다. 

진지한 표정을 한 엄마와의 수업은 계속되었다. 

이번엔 재빨리 주방에 가서 컵 두 개를 가져오더니 하나를 자빠뜨리면서 말했다. 

"그리고 이 컵처럼 쓰러진 V자도 두 개가 모여 서로 힘을 합하면, W자가 되어 새처럼 날아갈 수 있다는 걸 항상 명심해. 알았지, 크리스티?" 

엄마가 컵 두 개를 나란히 붙여 머리 위로 쳐든 다음, 여러 차례 훨훨 젖더니 내려놓았다. 

"쿵쿵쿵!" 

난 박수치는 의미로 왼발을 마룻바닥에 여러 번 내리쳤다.


/ 크리스티 브라운 <나의 왼발>(노마드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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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왼발

저자
크리스티 브라운 지음
출판사
노마드북스(도) | 2008-01-21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198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 주연배우 상을 수상한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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