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바다]


<지데일리=한주연기자> “플라스틱이 지구에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이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지, 그 결과가 무엇일지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뿐이다.”


플라스틱은 석유로 만드는 합성 중합체(polymer)다. 중합체란 분자들의 사슬로 구성된 물질을 뜻한다. 자연에 있는 천연 중합체로는 뼈, 뿔, 머리카락, 단백질, DNA 등을 들 수 있다. 


인간은 천연 물질을 대체하기 위해 플라스틱을 만들었다. 최초의 합성 고무 발명가들이 그랬고, 베이클랜드 역시 전선의 절연재로 쓰이던 값비싼 천연 셸락(shellac)을 대체할 수 있는 합성 물질을 만들기 위해 실험을 거듭하다가 베이클라이트를 발명했다. 


초창기에 플라스틱은 모두에게 좋은 것처럼 보였다. 코끼리를 사냥해 상아를 얻지 않고도 값싼 합성수지로 당구공을 만들 수 있었고 일회용품을 사용하면서 가사 노동에 들이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 <플라스틱 바다> 찰스 무어와 커샌드라 필립스 지음, 이지연 옮김, 미지북스 펴냄.



그런데 이 같은 플라스틱이 바다에 녹아 있는 독성 물질을 흡수하고, 바닷 속 물고기들이 플라스틱을 먹잇감으로 착각해 섭식하고 있다면 어떨까. 북태평양 한가운데, 고기압의 영향 아래 바람과 파도가 잔잔한 곳. 배들도 기피하는 이 외딴 바다에 수십 톤의 플라스틱 조각이 수프처럼 떠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바다에 플라스틱이란, 동네 수영장에 상어가 있는 것만큼이나 어이없는 일이다. 플라스틱은 침입종과 같다. 일단 정착하면 사라지지 않는다. 바다는 어느 정도까지는 오염 물질, 심지어 석유까지도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석유에 촉매가 더해져서 합성 스티로폼, 플라스틱이 된다면 소멸되지 않는다. 축적될 뿐이다. 그런 것들이 지구에 매년 3억 톤씩 증가하고 있다. 그중 바다에 이르는 비율이 5퍼센트밖에 안 되더라도, 아니 1퍼센트, 혹은 0.5퍼센트밖에 안 되더라도 그것은 엄청난 양이다.


때는 1997년. 북태평양을 항해하던 찰스 무어 선장은 우연히 수면 아래 플라스틱 조각이 흩뿌려 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는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에 떠다니는 미세 플라스틱에 주목했다. 먹이사슬의 아랫부분을 차지하는 작은 물고기들이 플라스틱 조각을 플랑크톤으로 오인해 먹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해파리를 닮은 여과 섭식 동물 살파(salpa)가 플라스틱을 삼키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후였다. 


이후 이곳은 곧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the Great Pacific Garbage Patch)’로 재평가 된다. 이곳에 존재하는 미세 플라스틱의 양은 무게로 따질 때 해양 먹이사슬의 기초를 이루는 동물성 플랑크톤보다 여섯 배나 많았다.


플라스틱은 그 자체로 해양 생물의 먹이사슬에 침투할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보다 더 유독한 오염 물질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 


2001년 도쿄농공대학 히데시케 타카다 팀의 연구 결과 플라스틱이 해양 오염 물질을 빨아들인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연구팀은 연안 해역의 플라스틱 표류물이 해양에 녹아 있는 유독한 화학 물질을 대량으로 흡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폴리프로필렌(PP)으로 된 너들(nurdle), 즉 알갱이 형태로 된 플라스틱 제조 원료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바다에서 수집한 너들과 갓 생산된 너들을 오염된 해안 및 비교적 깨끗한 해안에 담근 다음 오염도를 측정했다. 오염된 해안에 더 오래 방치될수록 너들은 더 오염됐다. 


이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가장 많이 오염된 사용 전 너들조차도 애초 바다에서 수거한 너들보다 덜 유독했다는 것. 공업 지대 해안에 담가뒀던 너들은 일반 해안에 담근 너들보다 독성 함량이 백만 배 이상 높았다. 


무어 선장이 북태평양 환류에서 가져온 플라스틱 표류물은 DDT나 PCB 같은 화학 물질에서는 가장 깨끗한 편에 속했다. 하지만 두 가지 다른 화학 물질에 가장 심하게 오염돼 있었다. 플라스틱 제품의 가소제나 산화 방지제로 쓰이는 노닐페놀과 'BED209'라는 물질이었다. 


노닐페놀은 생물체를 여성화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비스페놀A와 유사한 물질이며, ‘BED209’는 갑상선 기능을 저하하는 브롬화 난연제의 신제품이다. 특히 이 물질은 산모의 갑상선에 영향을 미칠 경우 태아의 지능 발달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유 통에서 병뚜껑, 인간의 피부에 침투할 수 있는 미세 분자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은 오늘날 단지 환경을 더럽히는 물질에 그치지 않고 해양 생물과 그 서식지를 위협하고 있다. 무어 선장은 <플라스틱 바다>에서 이처럼 자신이 발견한 플라스틱의 숨겨진 속성과 위험에 관해 상세히 이야기한다. 


◈ 지구의 쓰레기통, 바다


이 책은 해양 플라스틱 오염 실태 중 가장 큰 문제로, 플라스틱이 해양 먹이사슬을 교란하고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책에 따르면, 플라스틱 섭식 문제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사례는 일회용 라이터와 병뚜껑을 좋아하는 앨버트로스다. 오늘날 플라스틱 병뚜껑과 마개는 매년 1조 개씩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와이 제도에 있는 미드웨이 섬은 새들의 낙원이라 불리는데, 이곳에서 매년 4만 마리의 레이산앨버트로스 새끼가 플라스틱 섭식 때문에 죽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성체 앨버트로스는 플라스틱을 먹어도 역류로 토해낼 수 있지만 새끼 앨버트로스들은 생후 5개월이 돼 첫 역류를 시작하기 전에 너무 많은 플라스틱을 먹은 경우 소화관이 막혀서 죽는다고 한다. 1997년 한 연구에 따르면 죽은 레이산앨버트로스 새끼의 97.6퍼센트가 뱃속에 플라스틱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 밖에 많은 바닷새들이 플라스틱을 좋아한다. 2002년 네덜란드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해안으로 밀려온 대형 플라스틱 표류물 중 80퍼센트가 바닷새에 의해 쪼아진 상태였으며 바다오리의 95퍼센트, 푸른바다제비의 93퍼센트, 북방풀머갈매기의 80퍼센트가 플라스틱을 삼켰다고 한다. 


바다거북도 플라스틱을 즐겨 먹는 동물 중 하나다. 지중해에서 실시된 연구 결과, 연구를 실시한 바다거북의 80퍼센트가 해양 쓰레기, 주로 플라스틱을 삼켰다. 바다거북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는 해파리인데 비닐봉지(플라스틱 쇼핑백)를 해파리로 오인해 즐겨 먹기도 한다. 


1970년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는 물건이었던 플라스틱 쇼핑백이 2011년 한 해 동안 5000억 개가 사용되고 있다. 또 바다거북은 풍선도 좋아해서 굶주린 바다거북이 어떤 색상의 풍선 조각이든 가리지 않고 먹으려 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누구든 친환경 노력만 하면 격려를 받지만 실은 어떤 기업이 자신들의 제품 소비를 줄여달라고 애원하지 않는 이상, 그들의 노력은 진짜가 아니다. 그리고 이런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는다.


무어 선장은 이 책에서 무엇보다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를 모두 줄여나가야 한다고 힘주어 이야기한다. 


그는 독일의 그린닷(green dot) 프로그램과 같이 플라스틱 포장재를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데 드는 비용을 생산자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하는 당위성과 사용한 물건을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하는 경제구조의 전환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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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바다

저자
찰스 무어, 커샌드라 필립스 지음
출판사
미지북스 | 2013-09-20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북태평양 한가운데, 고기압의 영향 아래 바람과 파도가 잔잔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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