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괴짜들]


<지데일리> “고난에 처하거나, 자연재해, 인재 혹은 무력 분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인종, 종교, 혹은 정치적 신념에 관계없이 돕는다.”


지난 1999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도주의 NGO’인 국경없는의사회는 독립적 인도주의 의료단체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에서 세상에서 가장 착한 일을 하는 단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도주의에 투철한 의사와 간호사로 구성된 만큼 자연스럽게 슈바이처 박사나 테레사 수녀를 상상하게 된다.


 <국경 없는 괴짜들> 신창범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모 대기업에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지은이 신창범은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의 직장인이었다. 갑갑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하고 돌아온 한 의사 선배를 만난다.


지은이는 선배가 현장에서 찍어온 사진을 보다가 국경없는의사회 로고가 박힌 조끼에 꽂혀 운명처럼 그곳을 동경하게 된다.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아프리카 분쟁 지역을 비롯해 각종 자연재해나 인재로 고난을 겪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멋진’ 조끼를 입고 그들의 생명을 구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지루해져만 가던 자신의 삶에 새로운 활력이 찾아온 것이다.


뭔가 좋은 일을 하면서도 결코 여행으로는 가볼 수 없는 세계의 곳곳을 다닐 수 있는, 거기에 도전과 모험이 있는 국경없는의사회야말로 ‘신의 직장’이었다. <국경 없는 괴짜들>은 이렇게 무턱대고 시작한 국경없는의사회 일에 대한 지은이의 자전적 에세이다.


무턱대고 지원서를 내고 진땀 빼는 면접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국경없는의사회 행정담당 직원으로 채용된 지은이는 파키스탄으로 첫 발령을 받는다. 하지만 첫 발령부터 심상치 않았다. 파키스탄에서는 탈레반 등의 테러 공격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단체를 상징하는 로고가 들어가 있는 티셔츠나 조끼를 입을 수 없다는 것이다. 조끼 때문에 지원했던 그로서는 무척 당황스웠다.


이외에도 늘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직원 때문에 놀라기 일쑤다. 또 우연찮게 듣게 된 직원들의 국경없는의사회 지원 사연도 기대와 달랐다. 슈바이처 박사나 테레사 수녀 같은 사람만 한가득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현장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남자친구를 따라오거나, 우울한 자기 나라 날씨가 싫어서 오거나, 겨드랑이 털을 기른다고 놀린 상사와 싸우고 더 열린 조직을 찾아서 온 사람도 있었다. 조끼가 멋있어 지원했던 자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들도 환자가 발생하고 구호활동이 시작되면 진지한 모습으로 서로 도와가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완벽한 인품에 의술을 겸비하고 강인한 체력까지 받쳐주는 그런 사람들이 만드는 게 아니었다. 눈앞의 생명을 구한다는 공통의 과제 앞에 약간씩 부족한 각자의 모습 그대로 서로 도와가며 기적을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 뉴스로는 알 수 없었던 국경없는의사회 이야기


지은이는 지난 2년 동안 국경없는의사회 소속으로 파키스탄, 예멘, 소말리아, 남수단, 나이지리아의 구호현장에서 활동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주로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사무실에서 현장 병원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일을 했지만, 예멘에서는 해외직원이 둘뿐이라 주로 현지인들을 고용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했다.


청소부로 고용됐으면서도 청소는 여자나 하는 거라면서 일을 하지 않는 할아버지 이야기나 현지직원을 채용할 때 여성지원자에게 검은 보자기 안의 얼굴을 보자고 했다가 봉변을 당할 뻔한 이야기처럼 문화적 차이로 현지인들과 갈등을 겪은 재미있는 일화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내전 중이라 정부가 전혀 기능을 못하는 소말리아에서는 치안 문제 때문에 걸어서 5분 거리인 곳을 이동할 때도 중무장한 경호부대를 대동해야 했다. 그런데 무정부 상태에 난민캠프만 늘어가는 소말리아에서도 인터넷을 할 수 있고, 아이폰을 쓸 수 있으며, 삼성전자의 광고판을 만날 수 있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남수단에서는 허허벌판에서 나뭇가지와 지푸라기로 가건물을 만들어 병원으로 쓰기도 했다. 또한 언제 교전이 터질 줄 몰라 늘 피난 다니기에 바빴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병원 중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나이지리아의 포트하코트 병원에서는 몰래 마취회복실에 들어갔다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안고 돌아오기도 했다.


이 책은 어딜 가나 불평이 앞서는 한 명의 말단 직원의 눈에 비친 국경없는의사회와 긴급구호현장에 대한 이야기다. 지은이는 국제기구 취업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져가는 시점에서 화려하게 포장된 측면보다는 현실에 가까운 모습을 최대한 그려보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한주연 기자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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