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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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아버지 학교>詩냇가 2013. 6. 3. 14:58
고등학교에 입학하자 수염이 검어졌습니다. 양날면도기가 차갑게 턱 선을 내리긋고 지나갔습니다. 살이 뜯겨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두 번째부터는 손쉬웠습니다. 한 면은 거칠었고 한 면은 잘 들었기 때문입니다. 날 선 쪽으로 삭삭, 두어 번 베이기도 했습니다. 아버지는 도루코 면도날을 반쪽만 잘라 엇갈아 끼우셨습니다. 아버지는 무딘 쪽만 쓰셨습니다. 면도기를 함께 쓰다니, 다 컸구나. 기념으로 소주도 몇 잔 받았습니다. 잘 드는 쪽이 네 거다. 아버지의 마음 한쪽을 상속받았습니다. / 중 ‘면도기’ 트위터 @gdaily4u 자료도움 gdaily4u@gmail.com 아버지 학교저자이정록 지음출판사열림원 | 2013-05-13 출간카테고리시/에세이책소개어머니 연세에 맞춤하여 72편으로 써낸 『어머니학교』, 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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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어머니 학교>詩냇가 2013. 5. 20. 18:24
노각이나 늙은 호박을 쪼개다 보면 속이 텅 비어 있지 않데? 지 목 부풀려 씨앗한테 가르치느라고 그런 겨. 커다란 하늘과 맞닥뜨린 새싹이 기죽을까 봐, 큰 숨 들이마신 겨. 내가 이십 리 읍내 장에 어떻게든 어린 널 끌고 다닌 걸 야속게 생각 마라 다 넓은 세상 보여주려고 그랬던 거여. 장성한 새끼들한테 뭘 또 가르치겄다고 둥그렇게 허리가 굽는지 모르겄다. 뭐든 늙고 물러 속이 텅 빈 사그랑주머니를 보면 큰 하늘을 모셨구나! 하고는 무작정 섬겨야 쓴다. - 「사그랑주머니-어머니학교 1」 중에서 어머니 학교 저자 이정록 지음 출판사 열림원 | 2012-10-2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어머니학교는 시인의 학교며 시인학교다!이정록 시인의 시집 『어머... @gdaily4u 님의 트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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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세 명의 시인 <시인이 시를 쓰다>詩냇가 2013. 3. 22. 16:42
국수가 먹고 싶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 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국수가 먹고 싶다' 중에서 시인이 시를 쓰다저자마흔세 명의 시인 지음출판사지식을만드는 지식 | 2012-01-10 출간카테고리시/에세이책소개새로운 시의 시대를 여는 「지식을만드는지식 육필시집」 시리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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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아름다운 유산라이프 2011. 8. 4. 10:40
[이오덕 유고 시집] 겨레의 참교육자로 불려지는 이오덕 선생. 은 ‘이 시대의 참교사’로 불리는 ‘교육의 성자’ 이오덕 선생이 지난 1950년대부터 2003년 무너미 고든박골에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쓴 발표하지 않았던 시 341편을 모아 엮은 것이다. 이오덕 선생은 평생 교육자의 삶을 살며, 우리나라 아동문학이 나아갈 길을 열었고, 우리말 바로쓰기와 우리 말 살리기를 펼친 한글운동가이며, 어린이 문화 운동의 싹을 틔운 어린이문화운동가로 살면서, 어느 이름난 시인 못지않게 많은 시를 썼다. 인류의 희망 어린이의 말은 시 어린이의 몸짓은 시 산새처럼 재잘거리는 피라미처럼 파닥거리는 팔팔 살아있는 어린이는 생명 바로 그것 생명은 거짓이 없다 생명은 꾸미지 않는다. 생명은 자연 생명은 바로 하느님 생명을 짓밟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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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트먼식 사유의 바다로 <풀잎>라이프 2011. 5. 13. 13:03
휘트먼식 사유의 바다로 영화 에서 올리버가 제니에게 들려준 시, 에서 존 키팅 선생이 즐겨 인용하는 시, 퓰리처상 수상 작가 마이클 커닝햄의 소설 등, 월트 휘트먼이 품었던 환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새로운 환상의 모태가 되고 있다. 19세기 미국 문학사에서 거대한 산맥과 같았던 존재, 20세기 전반의 미국의 대표 시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월트 휘트먼. 그의 시집 은 1855년에 자비로 출판한 이후 사망하던 해인 1892년까지 약 4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끊임없이 수정, 확대된 역사적인 시집이다. *풀잎, 월트 휘트먼/허현숙, 열린책들. 당대 미국 사회를 관통하고 있던 주류의 믿음이나 신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산문의 문장을 열거해 놓은 듯 한 자유시의 형식을 선구적으로 보여 준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