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와 독후감 숙제가 있는 날이면 아파서 학교에 결석하기를 바랐다.”

 

유아나 초등생이 가장 싫어하는 숙제가 바로 글쓰기다. 일기와 독서록 쓰기에 짓눌려 있는 아이들, 그 아이들과 매일 저녁 씨름하느라 부모 또한 고통스럽다. 글쓰기는 과연 어렵고 힘든 일이기만 한 걸까.

 

맑은숲 독서치료연구소장 이임숙은 <참 쉬운 마음 글쓰기>에서 오랜 상담 경험과 강의, 연구를 토대로 혼내거나 닦달만 해 온 엄마들에게 ‘마음 글쓰기’라는 처방을 내린다. 아이 마음속에 있는 감정과 생각을 끄집어내 자유롭게 표현하게 하는 마음 글쓰기는 어떤 주제로도 글을 술술 써 내려 갈 수 있게 만든다.

 


 *참 쉬운 마음 글쓰기, 이임숙, 부키

 

 글쓰기에 자신감을 갖게 할 뿐만 아니라 자존감까지 높여 준다. 마음 글쓰기를 하기 위해 부모가 알아야 할 질문하고 대화하는 방법, 글감과 주제 찾기, 칭찬 제대로 하기, 원하는 만큼 쓰고 다음 날 이어서 쓰게 하는 방법, 고쳐쓰기 등에서 일기와 독서록 나아가 책을 쓰는 방법까지 엄마가 집에서 글쓰기를 지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알려 준다.

 

어린아이들은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 약간의 동기부여만 해도 글쓰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왜 글쓰기를 싫어하게 될까. 억지로 쓰게 하고 너무 많은 규칙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글씨를 바르게 써야 하고 글자를 틀려서도 안 된다. 실수하거나 틀릴 때는 여지없이 엄마의 간섭이 들어간다. 아이는 잘못 써서 혼날까 봐 걱정하는 마음과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글쓰기를 싫어하기 시작한다.

 

아이가 글쓰기를 좋아하게 하려면 일단 재미를 느끼게 해야 한다. 논술이나 학습으로 접근해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키워서는 곤란하다. 더 나아가 아이들에게 즐겁게 글을 쓸 ‘권리’가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잘 쓰지 않아도 될 권리, 떠오르는 대로 솔직하게 쓸 권리, 쓰다가 멈추거나 미룰 권리, 쓴 글 다시 고쳐 쓸 권리, 어디서나 어떤 종이에나 쓸 권리, 형식에 상관없이 써도 되는 권리, 나만 알아보는 글로 써도 되는 권리, 남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이 써도 되는 권리, 보여 주기 부담스러울 땐 살짝 꾸며도 되는 권리, 내 글이 최고라고 말할 권리.” 지은이는 아이들에게 이 10가지 권리를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보장하면 글쓰기를 좋아하고 스스로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아이로 자란다.

 

좋은 질문은 좋은 글을 낳는다

 

지은이는 좋은 질문은 글을 쓰고 싶게도, 글쓰기를 쉽게 하게도 만든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좋은 질문이란 어떤 걸까. 자신의 생각을 잘 찾지 못하는 아이에게 감정을 먼저 물어볼 필요가 있다. “넌 어떤 사진이 마음에 드니?” “넌 어떤 기사가 인상적이니?”라고 물으면 아이가 스스로 자기 마음에 드는 사진과 인상적인 기사를 찾으려고 한다. “신나는 점은 뭐니?” “답답한 점은?” “실망스러운 점은?” “흥미로운 점은?” 등 감정 단어를 사용해 질문을 던지면 아이의 머릿속에 있던 막연한 생각과 느낌이 구체화된다.

 

마음 글쓰기를 하는 방법은 기존 글쓰기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아이의 자기주도성을 존중하고 아이 마음속에 있는 감정과 생각을 최대한 솔직하게 표현하게 해 마음에 남아 있는 감정 찌꺼기를 없애준다. 그러면 자존감과 자신감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때문에 성장과정에 꼭 필요한 글쓰기다.

 

또한 아이들은 글감 찾기를 어려워한다. 뭘 써야 하는지 생각하기 귀찮아하기도 하고 정말 몰라서 묻기도 한다. 이를 두고 지은이는, 글감은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 그 사건에서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에게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추억이 되는지, 솔직하게 표현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지은이는 글감을 찾은 후 바로 글을 쓰게 하기보다 먼저 이야기를 나누라고 주문한다. 글쓰기를 어려워하고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무턱대고 쓰라고 하면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막막해 하기 때문이다. 아이와 나눈 대화를 그대로 글로 옮긴다. 이때 아이가 쓰는 걸 힘들어하면 엄마가 대신 받아써 주거나 녹음을 했다가 들려주고 받아쓰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일기와 독서록으로 글쓰기에 자신감이 생겼다면 자신만의 책을 만들어 보게 한다. 글쓰기를 더욱 즐기게 된다. 거창한 아트북이 아니라 아이가 여기저기 쓴 글을 모아서 만들 수도 있고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지식 책을 만들 수도 있다. 친구들과 옛이야기 만들기 놀이를 한 후 책으로 만들어도 되고, 몇 가지 단어를 제시해 주고 그 단어를 넣어 이야기 만들기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아이가 쓴 글을 프린트해서 완성도를 높여 주면 아이는 더욱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낀다.

 

아이들의 마음은 복잡한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단순하기도 하다. 실마리를 잡으면 아주 쉽게 아이들의 마음이 술술 풀려 나온다. 마음을 열어 감정과 생각을 모두 표현하게 하면 글쓰기에 대한 재미는 물론 마음 치유와 더불어 행동도 스스로 고치게 할 수 있는 게 마음 글쓰기의 힘이라고 지은이는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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