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장의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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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속의 산책한장의사색 2014. 3. 31. 10:26
하늘길을 따라 도심 숲을 거니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지난 2009년 뉴욕 맨해튼 서부 첼시 지역에 그동안 없던 새로운 공원이 개장했다. 9미터 상공에 붕 떠 있는 이 공원 주변으로는 나무숲이 아닌 빌딩 숲이 펼쳐져 있고, 발밑에는 자동차와 사람들이 지나간다. 공원 벤치에 앉아 맨해튼의 마천루를 바라보며 브런치를 즐기고, 자동차와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사색에 잠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공원이란 혼잡한 도심을 벗어나 녹색 자연 속에서 정화하기 위한 공간이지만, 이 공원은 도로의 아스팔트, 거리의 상점, 자동차와 행인, 빌딩의 콘크리트 등 도심의 모든 존재를 끌어안는 새롭고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인간 본연의 ‘살아 있음’에 대한 감동을 일깨운다. 이 하늘공원이 뉴욕커들이 가장 사랑하는 뉴욕의 새로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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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부엌한장의사색 2014. 3. 21. 17:56
내가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도, 이를테면 이케아(IKEA) 브랜드 웹사이트의 영국 페이지에서는 ‘아름다운 디자이너 부엌(Beautiful Designer Kitchens)’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이 문구에는 두 가지 전제가 담겨 있다. 첫째, 디자이너들이 멋진 부엌을 만들 줄 알거나, 디자이너의 부엌은 반드시 아름답다는 전제로, 다시 말해 디자인은 아름다움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과 역할을 지닌다는 뜻이다. 둘째, 디자이너 이름이 서명된 부엌을 장만하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하거나, 디자인은 그 자체로 하나의 가치를 이룬다는 전제로, 다시 말해 디자인은 그것만으로도 소비의 ‘기표(記票, signifiant)’가 된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아름다운 디자이너 부엌’을 구입하면서 우리가 소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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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나래한장의사색 2014. 2. 21. 15:06
보이는 이들은 보통 시각을 통해 형상을 만들어낸다.하지만 보이지 않는 이들은 청각, 후각, 촉각 등을 통행 형상을 만든다.들리는 것, 느껴지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더 창조적이고 풍부한 상상력의 세계다. / 인사이트 캠페인을 만드는 사람들의 중에서 (자료도움 샘터) - 함께 가는 세상을 봅니다! - [책]으로 [만]나는 [세]상 ⓒ지데일리자료도움 gdaily4u@gmail.com 트위터 @gdaily4u 손끝의 기적저자인사이트 캠페인을 만드는 사람들 지음출판사샘터 | 2014-02-10 출간카테고리시/에세이책소개시각이라는 도구를 잃었지만 카메라라는 도구를 얻은 여섯 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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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큰 우산한장의사색 2014. 1. 23. 12:59
모진 삶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늘 당당하게 살아오신 어머니, 죽음이 코앞에 다가온 당신을 선뜻 모셔가기를 주저했던 못난 자식들에게 끝까지 사랑을 버리지 않으셨던 어머니, 힘겹게 할딱거리며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죽어서도 자식 잘되게 해주겠다던 내 어머니…. “내가 죽으면 까치가 되어 네가 사는 집 창문 앞에 와서 울 것이다. 그 까치가 어미인줄 알고 창문을 열어놓아라.” 늘 바쁘다는 핑계로 어머니의 그토록 큰 사랑을 쉽게 잊어버렸던 지난날들이 서럽고 죄스럽기만 하다. 어머니는 지금 차디찬 땅 속에서 무얼 하고 계실까? 어머니와 꿈속에서라도 다시 한 번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사진 찍어 언제 돈 벌어올 거냐는 야단을 들을 수만 있다면…. / 최병관 (한울) - 함께 가는 세상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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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입맞춤한장의사색 2013. 12. 24. 21:44
사내아이는 노파를 향해 뛰어가더니 이내 입술을 디밀었다. 노파는 곧바로 눈을 감았으나 사내아이를 아주 밀쳐내진 않았다. 잠시 후, 기억이 돌아온 듯 노파는 사내아이에게 아픈 병 옮아가니까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한마디 내뱉을 뿐이었다. 사내아이가 제 아비의 부탁이나 독려 없이도 노파의 볼에 입을 맞추는 일이 자연스러워졌을 무렵, 노파는 치매 3등급 판정을 받고 요양원으로 옮겨졌다. 노파가 요양원으로 옮겨가기 전, 사내아이는 주말마다 제 아비와 함께 시골 들판에 붙어 있던 노파의 집을 찾아가 혼자 뛰어놀곤 했었다. 아이의 아비는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셔두고 곧잘 잊고 지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고맙게도 사내아이는 할머니와의 입맞춤만은 아직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 박후기 (문학세계사) [책]으로 [만]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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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그리는 사람들한장의사색 2013. 11. 18. 22:36
내가 만난 도시기획자는 “나는 사람들을 만나 사람답게 되었다”고 말하는 착실한 직업인이며, 파란불로 바뀌었다고 후다닥 건너지 않고 신호등을 한 번 굶고 건너는 몽상가이고, 한 걱정에서 또 다른 걱정으로 부단히 흔들리는 외로운 영혼이다. 그러면서도 도시가 주는 선물을 살뜰히 누리는 탐미주의자이다. 즉, 우리는 도시기획자를 술어의 자리에 놓고 사유해야 한다. ‘도시기획자는 무엇이다’가 아니라 ‘무엇도 도시기획이다’란 식으로 말이다. / 천호균 외 (소란) [책]으로 [만]나는 [세]상 ⓒ지데일리트위터 @gdaily4u 자료도움 gdaily4u@gmail.com 도시기획자들저자천호균, 이채관, 이강오, 오형은, 최정한 지음출판사소란 | 2013-11-11 출간카테고리정치/사회책소개좋은 도시는 어떻게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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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처럼, 금처럼한장의사색 2013. 11. 4. 17:50
현대사회를 상징하는 가장 큰 문화적 변화는 물을 사서 마신다는 것 아닐까. 다양한 브랜드에서 다양한 패키지 디자인의 생수들이 나오고, 어떤 물을 마시느냐가 라이프 스타일을 드러내는 도구이며 패션의 일부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이 깨끗한 물을 마시는 대가는 쏟아지는 페트병 쓰기기와 환경오염이다. 조안나 키마이어(Johanna Keimeyer)는 유럽 전역에서 모은 쓰레기들, 특히 페트병들을 모아 철저한 작업 과정을 통해 샹들리에나 램프로 변신시킨다. 그녀가 이런 작업을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 버려진 물건들로 작업한 브라질의 디자이너 그룹 캄파나 브라더스(Campana Brothers)의 영향이 컸다. “쓰레기를 보물처럼 다뤄라.” “쓸모 없는 것을 금처럼 다뤄라.” 이런 가치관에 대해 구체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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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처럼, 그 놀라움처럼한장의사색 2013. 8. 13. 15:14
Q. 어떤 경험이나 훈련, 기억, 특정한 사람이나 작가 등, 지금의 작가(알레산드로 산나 Alessandro Sanna)님이 있기까지 큰 영향을 미치거나 기여한 것이 있나요?A. 저를 이끌어준 선생님이 딱 한 분 계셨습니다. 마치 연소되길 갈망하는 불 같았던 저를 알아보셨죠. 저는 예술 전반에 관해 모든 것을 알고 싶어했고, 선생님은 그런 제게 책, 음반, 영화들을 가져다 주셨고, 춤이나 피나 바우쉬의 공연을 볼 수 있도록 극장표를 주시곤 했습니다. 제2의 어머니와도 같았던 선생님은 손의 기술, 장인적인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길러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래야만 이미지를 통해 세상에 대한 아이디어를 다시 돌려줄 수 있다고 하셨죠. / 박선주 (자료도움 지콜론북) 트위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