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을 왜 계속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제 안에서 계속 맴돌아요. 취미가 아니고 일이니까 생각이 많아지죠. 어떤 1차적인 즐거움과 중독성이 있길래 이 일을 계속하고 있을까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칭찬 때문이었어요. 누군가가 포스터 좋다고, 디자인 잘했다고 하는 칭찬. 그런데 이 칭찬이 10년을 넘기면 무뎌져요. 그때는 외부의 칭찬에서 자기만족의 단계로 진입하게 돼요. 하다못해 스스로 마음에 안 들어서 힘든 시기까지 지나고 나면 일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거에요. 그런데 이 시점에서 느끼는 만족감은 돈이에요. 일한 만큼의 돈을 받았을 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상대의 칭찬이라기보다 내가 의도한 대로 잘 풀어냈을 때 느끼는 만족감, 누군가 나의 의도를 알아줬을 때 느끼는 만족감이 있어요. 이런저런 상황에서 해냈다는 것. 모든 디자이너가 비슷하게 겪는 것인데 영화 포스터만 한정 지어서 보자면 이 매체는 소수의 몇백 명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죠. 우리 엄마도 알고, 동생도 알고, 남자 친구도 알고, 여자 친구도 알고 나의 디자인을 보여줄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넓어요. 극장에서,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누군가 보고 있기 때문에 전율이 있어요.
- 이원희, <이렇게 살아도 괜찮아>(미메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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