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이야기]


“촌장님이 사시는 마을에 찾아가 보고 싶습니다.”


알레스카와 곰을 사랑했던 야생 사진작가, 호시노 미치오. 그는 열아홉 살 때 헌책방에서 우연히 알래스카의 풍경을 담은 ‘조지 모블리’의 사진집을 통해 에스키모 마을의 모습에 푹 빠져 촌장에게 방문을 허락해 달라는 편지를 쓰게 된다.


몇 개월이 지나 마을 촌장에게서 방문을 환영하는 편지를 받고 그곳에서 에스키모 일가와 함께 여름 한철을 보내게 된 그는, 이후 오직 알래스카의 풍광을 담기 위해 사진가의 길을 걷게 된다.


그는 빙하와 백야, 오로라 등 신비로운 자연 현상이 일어나고, 늑대와 순록, 곰 등 수많은 동물이 살고 있는 곳,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은 거대한 자연 알래스카를 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알래스카의 야생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더 많이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알래스카 이야기> 호시노 미치오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논장 펴냄


20여 년간 알래스카의 자연과 동물, 사람을 렌즈에 담은 호시노 미치오는 야생 곰을 따라다니고, 끊임없이 여행하는 순록 떼의 흔적을 찾아 헤매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담는다. 빙하가 무너져 내리는 그 순간에 느낀 쓸쓸함과 아찔함을 고스란히 담기 위해 수없이 셔터를 누르던 그는 어느덧 알래스카를 찍는 야생 사진작가로 세계에 이름을 떨친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 알래스카 전역을 여행하면서 그곳 특유의 태곳적 풍광과 보이는 모든 것이 저마다 영혼을 품고 살아 숨 쉬는 듯한 원주민 신화의 세계에 깊이 매혹됐다. 그렇지만 알래스카와 곰을 유난히 사랑했던 그는 취재차 방문한 시베리아 캄차카 반도에서 야영을 하다가 불곰의 습격을 받아 43세에 목숨을 잃게 되고 만다.


호시노 미치오는 알래스카에서 시베리아로, 몽골로이드의 이동 경로를 거슬러 여행했는데, 에스키모나 알래스카 인디언의 정령신앙과 신화에 대한 그의 남다른 관심은, 그것들이 담고 있는 공존과 상생의 세계관이 지닌 미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자연을 개발과 착취의 대상인 무정물로 보는 기술문명의 시선과 달리, 그는 알래스카의 신화적 세계 속에서 세상은 저마다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영혼들로 충만한 공생과 조화의 장으로 이해하기에 이른다.


후대 구전되는 알래스카 인디언의 신화와 전설은 물질문명의 관점에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동화적인 세계를 연상시킨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짐승을 사냥하는 행위조차도 영혼과 영혼의 교감으로 해석한다. 만물에 깃든 정령을 존중하기에 그들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을 자연에게서 얻어갈 뿐이다.


❐ 자연이 선물하는 경이로움 그리고 설렘


호시노 미치오가 사진을 찍기 시작한 비교적 초기에 쓰인 <알래스카 이야기>는 알래스카에 처음 가게 된 사연에서 시작하는데, 그의 눈에 비친 그곳의 자연과 사람을 담백하게 담아냈다. 알래스카라는 원초적인 자연과 그 속에 담긴 생명과 그 속에서 자리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봄에는 산비탈에서 놀다가 여름이면 연어를 잡느라 몰려들고 가을이면 블루베리에 정신이 팔리고 겨울이면 겨울잠을 준비하는 곰의 1년.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아찔한 빙하 탐험. 사람이 아무도 없는 산속의 골짜기에서 맛본 쓸쓸하지만 동시에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자유. 갑작스레 찾아온 봄에 얼음이 녹으며 여기저기서 한꺼번에 얼굴을 내미는 작은 꽃들과 철새들.


이 모든 생명의 움직임은 청량한 사진과 꾸밈없는 글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 알래스카의 거대한 자연과 그 거대함을 이루는 작은 생명들은 정성어린 사진과 물 흐르듯 써 내려간 글에 그대로 살아 있다.


책은 낯선 자연과 맞대면하면서 느꼈을 두려움과 설렘, 경이로움과 흥분을 전하면서 자연과 멀어진 우리의 마음을 신비로운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특히 이 책에 수록된 알래스카의 사진들은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넘어 어떤 숭고미까지 느끼게 한다. 울창한 숲과 같이 빙하기의 지구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한 알래스카 자연의 압도적인 풍광들은 청년 시절의 호시노 미치오를 사로잡았던 강렬한 유혹의 근원을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손정우 기자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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