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트위터를 통해 이마트 피자 출시와 관련해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에게 기업형 슈퍼마켓(SSM) 비판을 문용식 나우콤 대표. 당시 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 설전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는 이 설전을 통해 대한민국 건국 이후 60여 년 동안, 특히 IMF 이후 10년 동안 승자 독식의 정글자본주의 사회로 치달았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제는 함께 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140자 행간에 녹인다.

 

사진_꾸준함을 이길 그 어떤 재주도 없다ㅣ문용식 지음ㅣ21세기북스 펴냄.jpg 문 대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인터넷 서비스 사업을 이끌어온 IT업계의 블랙박스 같은 인물로 통한다. 우리에겐 촛불집회 생중계를 한 아프리카TV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당시 아프리카TV라는 인터넷 개인 방송 매체를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위가 하나로 결합된 예는 전 세계적으로 처음 만들어진 시위의 새로운 현상이었다.

 

나우콤은 IT업계에서 참으로 끈질기고 독하고 빠르고 강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문 대표의 가치는 1990년대 후반 고려시멘트, 한창그룹, 두루넷 등 대주주사가 세 번이나 바뀌는 상황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았고 PC통신, 인터넷, 모바일로 사업 트렌드가 세 번이나 바뀌는 상황에서 변신에 성공했으며, 2000년~2002년 3년 연속 누적적자 100억 원의 위기상황을 극복해냈고, 2003년부터 지금까지 연속 흑자 경영을 이끌어낸 데 있다.

 

인생의 좌우명은 어느 날 갑자기 어디서 좋은 글귀를 뚝 떼어온다고 지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인생에 힘을 주는 한 가지 생각을 오래도록 하고 있으면 그 생각이 쌓이면서 스스로 진화한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하나의 완성된 문장으로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된다. 나 역시 꾸준함, 성실함, 끈기와 관련된 생각들을 계속하다 보니 글귀가 점점 선명해지면서 하나의 문장으로 완성되었다. 그것이 바로 ‘꾸준함을 이길 그 어떤 재주도 없다’이다. 누구나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 일을 하다가 실패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패와 시행착오를 하더라도 갈지자로 좌충우돌해서는 안 된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일관선 있게 밀어붙이는 힘이 중요하다.


 

<꾸준함을 이길 그 어떤 재주도 없다>는 ‘나우누리에서 아프리카TV까지’ 문 대표의 20년을 이야기한다. 이 책의 제목은 그의 좌우명으로,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무슨 일을 하든지 중간에 포기하는 일 없이 될 때까지 끝까지 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바른 성공을 위한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오늘날 우리는 누구나 성공을 이야기하고 성공을 위해 달려가고 성공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정작 ‘올바른 달리기’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덜 하고 있다. 그 고민 자체가 소모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거나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하지만 방향을 제대로 정하지 못한 채 달리는 데만 열중하면 금융의 첨단이라고 자부했던 미국의 월가가 주기적으로 대형 사고를 치듯 심각한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다. 지은이는 책에서 ‘당신이 정말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방향 잡아주기’를 자신이 걸어온 삶과 철학을 통해 제시한다.

 

사람들이 지은이에게 가지고 있는 이미지나 선입견은 운동권, 독종, 이상주의자와 같은 ‘강성’으로 설명될 수 있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이미지도 있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선입견일 수 있다.

 

1959년 전남 광주의 어느 마을에서 2남 2녀의 셋째로 태어나 전주고와 서울대라는 ‘엘리트 ’ 과정을 거쳤지만, 입시로 내모는 고등학교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고 전공 역시 성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역사학’을 선택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니 격변의 시작이었던 1979년 대학 입학과 동시에 학생운동에 뛰어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지은이는 ‘깃발-민추위 사건’ 등 세 차례의 시위와 조직사건으로 5년 넘게 감옥 생활을 했다. 그가 감옥에 있었던 5년 1개월 동안, 대학원에서 국제정치를 공부하는 동안, PC통신 나우누리를 만들고 나우콤으로 키워오는 동안 일관되게 가지고 있는 고민은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사는 것’이었다. 철학가나 종교인도 아니고 기업인이 이런 고민을 첫머리에 두고 있다 보니 무거운 사람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인문학적인 사고가 경영과 마케팅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이것이 미래의 경쟁력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재조명되고 있다. 세상은 자본과 기술과 발전과 진보를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휴머니즘에 목말라 하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 서울대 운동권의 핵심, 20대의 절반이 넘는 5년 1개월 감옥살이, 옥중 결혼식, 세 번의 대주주사가 바뀌는 위기 극복, 세 번의 사업 트렌드가 바뀌는 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등 지은이의 삶의 극적인 상황의 연속이었다.

 

또한 지은이에게는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선, 문제를 끝까지 해결하는 추진력, 사람에 대한 신뢰 등이 있다. 그는 직원으로 근무하던 시절과 CEO가 된 이후 많은 칼럼과 강연을 통해 자신의 리더십을 ‘신뢰 경영’ ‘수평적 리더십’ ‘자율의 원칙’ 등으로 표현한다.

 

이 책은 지은이의 삶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나우콤의 20년 경영 철학이 담겨 있다. 1994년 제안서 한 장만 들고 달랑 찾아온 아이네트의 허진호 대표와 전화선을 통해 인터넷 접속을 가능하게 했던 일, 1996년 3장짜리 제안서만으로 동아일보-나우콤 ‘인터넷 전국 무료 순회 강좌’를 열었던 일, 1998년 세계 최초 대통령 이메일 인터뷰를 했던 일, 1999년 신사업 전환 결정을 촉구하다가 날아오는 재떨이를 맞았던 일, 2000년 나우콤과 두루넷의 합병 결정을 뒤집게 했던 일, 사장 취임 후 조직 구성의 30퍼센트 법칙을 세웠던 일, 좌우 15도 운동을 통해 전사적으로 외부 경쟁사 벤치마킹을 했던 일, 신규 사업으로 웹스토리지와 인터넷 TV 포털 사업을 구상하고 마침내 성공해 9년 연속 흑자 행진을 해온 일 등은 드라마틱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은이의 삶이 사람과 세상과 사회에 대한 애정이 크다는 점이 가장 큰 공감대를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