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가 되었다. 나는 멀리 외양간이 보이고 초록이 드넓게 펼쳐진 아름다운 목장에 있었다. 내 앞에는 또 다른 소가 있었다. 연구실 조교가 이 소가 거울에 비친 내 아바타라고 설명했다. 내가 헬멧을 쓰고 엎드리고 있어서 소로 변한 내 모습을 직접 보기 힘들기 때문에 이렇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와!” 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갈색과 흰색이 섞인 자그마한 송아지로 변한 내 모습이 사랑스러웠기 때문이다. “스탠퍼드 목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당신은 쇼트혼 종의 소입니다. 유제품과 쇠고기 생산을 위해 사육되고 있습니다.” 이후 나는 목소리가 지시하는 대로 풀을 뜯고 물을 마시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또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맨 처음에 있었던 울타리로 가십시오. 당신은 이곳에 200일가량 있었고 목표 체중에 도달했습니다. 이제 도축장으로 갈 때가 됐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도축장’이라는 말을 듣자 슬픔과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 갑작스러운 발언에 나는 함정에 빠진 기분이 들었고 아바타 소에게 죄책감과 책임감을 느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은 계속되었다. “이제 도축장 트럭을 기다립니다.” 목소리가 들리자 바닥이 진동하며 트럭이 다가온다. 타이어가 우르릉대는 소리와 트럭이 후진하는 신호음이 들렸다. 주변 세상이 요란하게 흔들리자 나는 진짜 두려움을 느낀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어디에서 트럭이 오는지 살핀다. 트럭이 오면 무슨 일이 생길까? “오, 이럴 수가… 당신들 정말….” 조교가 헬멧을 벗기자 나는 안도감에 이렇게 중얼거렸다. / 카라 플라토니 <감각의 미래>(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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