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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골목길의 역습이 시작됐다경제 2017. 12. 8. 16:43
[ECONOMY in]
새로운 브랜드를 창조하기 위해 특별한 가치를 제안하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해야 하는 건 이제 기업만의 일이 아니다.
사람이 모이지 않는 도시는 그 존재 가치가 없다. 인구 소멸을 걱정하는 도시부터 낙후되고 슬럼화되는 도시까지 미래를 준비하는 많은 도시가 저마다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 다산3.0 제공
이러한 시점에서 <골목길 자본론>은 도시재생을 통한 성공적인 도시 브랜딩을 위해 골목길이 지니고 있는 잠재력에 주목한다.
우리는 이미 홍대, 성수동, 이태원 등 골목상권의 부흥이 정체된 도시에 어떤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 두 눈으로 확인했다. 이들 골목길은 그저 구경거리들을 모아둔 박물관이 아니다. 치열한 생활의 터전이자 새로운 모험과 도전의 무대이고, 인간의 욕망이 창의적으로 구현되는 공간이다.
골목길은 도시경제의 다양한 공공재를 창출하는 자본이자, 기억, 추억, 역사, 감성을 기록하고 신뢰, 유대, 연결, 문화를 창조하는 사회자본인 것이다.
“우리를 골목으로 이끄는 매력적인 가게만 있다면 50미터의 짧은 길이라도 우리의 관심과 시간을 독점할 수 있다.”
이 문장이 명쾌하게 표현하는 것처럼 이 책은 사회자본으로서의 골목길이 어떻게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도시를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 경제학을 통해 그 답을 찾는다.
특히 젠트리피케이션 대책부터 라이프스타일 제안까지 철저히 사람을 논의의 중심에 두고 사람을 지원하고 교육하는 데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사람과 돈이 모이는 도시가 어떻게 디자인되는지 알면, 국가 경제는 물론 개인의 운명도 달라진다.
그동안 골목길은 주로 건축학과 도시공학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 수요, 골목상인 공급, 임대료, 상권 간 경쟁 등 골목상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경제적 현상을 체계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사회 전체의 주요 논쟁거리가 되는 상황에서도 뾰족한 수를 찾아내지 못했다. 바로 이것이 골목길 논쟁에서 경제학의 참여가 시급한 이유다.
책은 이같은 시급한 일에 대응하기 위해 기획됐다. 저자이자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연세대 모종린 교수는 경제학자의 눈으로 골목길을 바라본다.
도시문화를 창출하는 골목상권의 주요 자산인 독립 상인과 건물 투자자의 수요와 공급에 초점을 맞춘다. 골목상권을 이해당사자들의 경제적 선택으로 형성된 하나의 시장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골목길의 경쟁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도 비교적 명확해진다. 바로 사람이다. 골목 산업을 공급하는 상인과 건물주는 물론, 골목 산업의 기획자와 중개자 등 골목 산업에 기여하는 모든 사람이 매력적인 골목길을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경제학의 눈으로 경쟁력이 있는 도시와 골목길의 비밀을 밝혀낸다. 우리가 어떤 태도로 골목길을 즐겨야 하는지를 제안하는 것을 시작으로, 골목길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물리적 조건과 문화적 조건을 모두 검토한다.
신도시의 개발은 필연적으로 구도심을 낙후시킨다. 모든 것이 빠르고 편리한 신도시에 사람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과거 골목길이 우리에게 더럽고 안전하지 않은 이미지로 각인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홍대를 중심으로 시작된 골목길 문화가 삼청동, 가로수길, 이태원 등으로 확산되자 골목길에 대한 우리의 시선도 완전히 달라졌다.
구도심 곳곳에 있던 골목길 자원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로써 서울을 포함한 대도시 곳곳에 사람을 끌어 모으는 많은 골목상권이 탄생한다. 매력적인 골목길로 태어나는 것이 도시재생의 중요한 방향성이 된 것이다.
그런데 골목길이 경쟁력을 회복하고 돈과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대두된다. 골목길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상인들이 갑자기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쫓겨나고 마는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독립상인들이 사라지는 순간 골목길 특유의 매력이 점차 감소해 골목길 경쟁력 자체가 약화된다.
그렇다고 급격한 방지 정책을 펼치면 골목상권의 성장이 멈춘다. 골목상권에 투자하는 사람이 없다면 그 지역은 금세 빛을 잃고 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인 공동체’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사실 건물주와 상인은 같은 배를 탄 운명 공동체다.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도록 상인과 건물주 모두에게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건물주에 대한 협상력 확보도 어렵고 대기업 브랜드와의 경쟁도 벅찬 독립상인들을 위해 자영업 역량 강화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실력 있는 골목길 장인을 학교에서부터 양성하는 일 역시 매우 중요하다. 그들을 위한 교육과 공공재 투자는 단순히 가게 하나, 골목상권 하나를 살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줄이는 그 어려운 일의 시작이 바로 여기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교외의 넓은 집에서 자동차를 타고 도심의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것이 기성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이다. 그들에겐 주차를 하기 편하고 유모차 끌기도 좋은 몰링상권이 더 매력적이다.
혼자 도심에 살 때는 골목상권을 즐기던 젊은 사람도 결혼 후 신혼집을 교외로 구하는 순간, 도심의 라이프스타일과 멀어진다.
하지만 그런 것이 당연했던 베이비부머 세대와 달리 그들의 자녀들 중에는 기성세대에 편입되더라도 여전히 도심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바로 그들이 골목상권의 주요 수요층 중 하나다.
골목길 자본론ㅣ모종린ㅣ다산3.0
그래서인지 최근엔 내부 식당가 등을 골목길처럼 구현해놓은 쇼핑몰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동대구역점의 루앙 스트리트를 비롯한 몇몇 쇼핑몰은 지역 맛집을 유치해 쇼핑몰 안 골목길을 만들었다. 최근 분양하는 신도시 복합주거단지에는 아예 스트리트형 상가를 만들기도 한다.
몰링상권에 인위적으로 골목상권을 조성하려는 시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금으로선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분명한 건 기존의 대형쇼핑몰이 골목상권의 부상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필드의 주차장에 들어가기 위해 차 안에서 기다리는가, 아니면 홍대나 성수동 맛집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가. 책은 어떤 식으로든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로, 저자가 직접 방문하고 경험한 국내외 다양한 도시의 사례를 실감나게 소개한다.
지데일리 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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